
잘 되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의 차이점은 어디에 있을까. ‘잘 되는 회사는 분명 따로 있다’(원앤원북스)에서 해답을 찾아보자.
저자인 김경준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기업 경제연구소를 거쳐 현재 경영컨설팅 회사 딜로이트 투쉬의 이사로 있다. 기업의 장기 전략 수립과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전문분야라고 하니 이런 책을 저술하기에 알맞은 자격을 갖춘 셈이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직설화법이다. 예컨대 안 되는 회사는 변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있지만, 변화의 방향을 모르기 때문에 사소한 변화에 집착한다고 지적한다. 비용절감 운동을 하면서 이면지 사용에 목숨을 걸거나, ‘30분 일 더하기’ 운동을 하면서 출근시간을 앞당기거나, 실체가 불분명한 ‘좋은 직장 만들기’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지적에 뜨끔할 기업이 적지 않을 듯하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잘 되는 회사는 회의가 적고, 안 되는 회사일수록 회의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잘 되는 회사나 안 되는 회사나 회의는 많다고 말한다. 다만 차이점은 잘 되는 회사는 회의 후 결론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설혹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다음 회의는 어떤 주제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 정도는 반드시 결정한다. 이에 비해 안 되는 회사는 회의시간만 길 뿐 아무런 결론이 없다. 심지어 다음 회의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도 결정하지 않고 회의가 끝난다. 이쯤 되면 도대체 회의를 왜 하는지 아무도 모를 지경이다.
직원들의 정신교육에 각별히 공들이는 회사도 안 되는 회사의 전형이다. 시스템은 정비하지 않고 정신교육만 강조하면 업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불만을 품게 되고, 성실한 사람은 바쁘기만 하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빠진다. 그 결과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고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내 탓, 네 탓은 망하는 지름길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안 되는 회사에서는 일이 생기면 먼저 누구의 책임인가부터 따진다. 이런 회사에서는 서로 몸을 사리다 정작 문제의 해결시기를 놓치고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잘 되는 회사는 문제해결을 최우선으로 하고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은 다음으로 미룬다.
그밖에 저자가 제시한 안 되는 회사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부하 직원에게 적절히 업무를 위임하지 않고 자질구레한 일까지 사장이 직접 관여한다. 회계 관련 부서의 파워가 갑자기 강해지는 것도 회사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증거다. 회계 및 재정 분야에서 무언가 숨길 게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전화벨이 아무리 울려도 자기 일만 하며 모르는 체하는 건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
저자가 지적한 부분들은 기업 외의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잘 되는 나라와 안 되는 나라, 잘 되는 집안과 안 되는 집안, 잘 되는 개인과 안 되는 개인 등 이 책의 내용을 바탕 삼아 가늠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한편 기업문화의 측면에서 잘 되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갈림길을 살펴보는 책으로 홍의숙의 ‘사장이 직원을 먹여 살릴까, 직원이 사장을 먹여 살릴까’(거름)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사장과 직원의 갈등은 이해와 배려 부족에서 비롯된다. 올바른 기업문화 형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합리적인 인사기준 마련과 준수다. 인사만 철저히 하면 월급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또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실패했다면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 그럴 때 책임을 묻는다면 아무도 최선을 다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