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리톤의 시인’ ‘한 세대를 풍미할 진정한 베르디 바리톤’이라는 극찬이 항상 그를 따르는 수식어다. 하지만 최씨는 스스로를 고독한 길을 걸어온 ‘외로운 늑대’라고 말한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온갖 고난 속에서 홀로 인생을 개척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로부터 두 가지를 물려받았다. 강인한 체력과 지독한 가난. 튼튼한 소화기관과 강한 폐는 노래를 부르는 데 최고의 선물이었다. 가난은 그에게 역경을 견디고 헤쳐나가는 끈기와 인내를 선사했다.
5녀1남 중 막내, 외동아들로 태어난 최씨는 어려서부터 음악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말보다 노래를 먼저 배웠을 정도.
“믿을지 모르겠지만 걷기도 전, 아주 어렸을 때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의 자장가, 나를 당신 무릎이나 옆에 뉘이고 뜨개질하면서 부르던 어머니의 노랫소리가 너무도 편하고 좋았습니다. 누나들도 나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가르쳐줬죠. 모두가 음악과 미술 문학 등 예술에 소질이 있었어요. 가난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누나들은 평범한 주부가 아닌 다른 길을 가고 있을지 모르죠.”
그가 네 살쯤 됐을 때다. 누나들은 학교에서 배운 ‘산타루치아’ ‘돌아오라 소렌토로’ 등의 외국 가곡을 그에게 가르쳤다. 그리고 그를 무대에 세웠다. 분장까지 시켜서 다락에 올려진 그는 미닫이문이 열리면 가족들 앞에서 노래를 했다. 물론 반응은 뜨거웠다. 그의 첫 무대였다.
부모는 그가 법관이나 변호사가 되기를 원했지만 강요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상상하고 미래를 꿈꾸는 자유를 허락했다.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시절, 기계 만지기와 격파, 차력, 권투 같은 격렬한 운동을 좋아하던 그는 어느 순간 음악에 영혼을 빼앗겨버렸다. 음악이 없었다면 일탈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최현수씨는 지독한 연습벌레다. 하지만 계획 없이 밀어붙이는 ‘불도저’식은 아니다. 중학교 때 그는 10년 계획을 세웠다. 10년 후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그려놓고 거슬러 내려오면서 계획을 정리해보니 오늘 무엇을 얼마나 공부해야 할지 답이 나왔다. 분해와 조립의 원리와 비슷하다. 완제품을 분해해서 조립하는 과정을 계획으로 세웠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