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적 압박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 이명은 ‘마음의 울음’이라고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소리가 외부에서 곧장 귀로 전달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소리는 우리 몸의 내부에서 만들어진다. 외부의 진동이 귀로 들어오면 몸속 각 기관이 이를 자기만의 파동으로 바꾸어 소리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우리가 듣는 소리는 외부의 소리와 내부의 소리(자율신경 리듬)가 합쳐진 ‘나만의 소리’라고 할 수 있다. 똑같은 바람이지만 대나무 밭에 가면 대나무 소리가 나고 소나무 밭에 가면 소나무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사람들이 ‘조용하다’고 느끼는 것도 사실은 공기 중에 소리를 발생시키는 진동이 전혀 없기 때문이 아니고, 자율신경이 20dB 이내의 진폭으로 유모세포를 흔들어 뇌가 조용하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외부의 음원이 없는데도 사람들은 종종 소리를 느끼는데, 그것은 자율신경이 귀 내부에서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 자율신경의 리듬이라고 한다. 자율신경은 본래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생명유지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심장이 뛰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모두 자율신경이 보여주는 묘기일 뿐이다. 자율신경은 몸과 마음 사이에서 몸의 부담은 마음으로 전가하고 마음의 부담은 몸으로 전가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이룬다. 자신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과도해지자 신경계가 몸에게 그 책임을 넘겨버린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틱증상’도 정신적으로 받은 충격을 몸이 대신해서 표현하는 자율신경전달 이상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적 압박으로 자율신경이 엄청난 부하를 받으면 몸은 들어오는 소리의 주파수를 빠르게 혹은 느리게 왜곡시켜 아픈 소리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바로 ‘이명’이다. 그래서 이명은 ‘마음의 울음’(귀울음)이라고도 불린다. 환자가 받는 심리적 고통을 가장 아픈 주파수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명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환자의 내면과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환자의 상당수는 부부간의 갈등을 심하게 겪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지만, 비범한 위인에게도 부부간의 갈등은 감내하기 힘든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예는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라도 순천에 살았던 이함형에게 퇴계 이황이 보낸 편지인데, 이 편지에는 부부갈등에 대한 퇴계 자신의 경험담이 실감나게 적혀 있다.
“나는 일찍이 재혼을 했으나 한결같이 불행이 심하였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각박하게 대하지 않고 애써 잘 대하기를 수십 년이나 했다네. 그간에 더러는 마음이 뒤틀리고 생각이 산란하여 고뇌를 견디기 어려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