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호

성욕을 풀고자 매춘부가 된 여자

  • 입력2009-10-07 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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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욕을 풀고자 매춘부가 된 여자

    ‘노인과 젊은이 사이의 여자’ 1579년, 캔버스에 유채, 111×117㎝, 렌 보자르 미술관 소장

    결혼해서 좋은 점 중 하나가 섹스하기에 편하다는 것이다. 섹스를 하는 데 특별한 시간과 돈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섹스가 자유로운 만큼 어느 순간부터는 흥미를 잃는다는 단점이 있다. 매일 똑같은 상대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자세의 섹스는 즐거운 행위이기보다는 요식행위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섹스가 주는 흥분과 설렘을 더는 맛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남자는 가끔씩 섹스의 본질을 찾고자 눈만 돌리면 도처에 널려 있는 매춘부를 찾는다.

    매춘부와 하룻밤 정사를 나누려면 돈이 필요한데 남자의 경제력과 매춘부의 미모는 비례한다. 미모의 매춘부는 절대적으로 많은 돈을 요구하기 때문에 부자는 미모의 매춘부를, 가난한 남자는 뚱뚱하고 못생긴 매춘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돈만 밝히는 매춘부를 그린 작품이 퐁텐블로 화파의 ‘노인과 젊은이 사이의 여자’다. 이 작품은 남자에게 섹스의 즐거움을 주는 대가를 요구하는 매춘부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성욕을 풀고자 매춘부가 된 여자

    ‘메살리나’ 1874년, 캔버스에 유채, 242×137㎝, 파리 귀스타프 모로 미술관 소장

    젊은 남자가 여인의 가슴을 만지고 있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는 여인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매춘부의 몸은 부유한 남자에게 가 있지만 동그랗게 말아 쥔 손은 늙은 남자를 향해 있다. 매춘부의 손은 돈을 암시하며 빈손을 내보인 늙은 남자는 경제력이 없음을 암시한다.

    퐁텐블로 화파(16세기 중반부터 퐁텐블로 궁과 관련 있는 작품을 제작한 화가들의 집단을 말한다)의 무명 화가가 제작한 이 작품은 매춘부를 통해 돈이 없지만 노인의 사라지지 않는 욕망을 표현했다. 노인의 성욕을 나타내는 것은 옷이다. 검은색 옷 사이로 보이는 붉은 옷은 여자의 성기를 암시한다.



    남자는 넘쳐나는 성욕을 매춘부와 섹스하는 것으로 해결하지만 여자는 성욕을 풀 방법이 많지 않다. 성욕을 해결하려고 매춘부가 된 여자를 그린 작품이 모로의 ‘메살리나’다.

    메살리나 발레리아는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의 세 번째 아내로 황제보다 35살이나 젊었다. 왕이 젊은 아내 메살리나의 성욕을 채워주지 못하자 메살리나는 왕궁 옆에 은밀한 방을 만들어 젊은 남자들을 도구 삼아 욕구를 채웠다. 그러나 메살리나의 강한 성욕은 순한 남자를 통해서는 충족되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신분을 속이고 로마 뒷골목 싸구려 매춘굴에서 매춘부로 생활한다. 그곳에서 메살리나는 거친 서민들과 변태적 쾌락을 즐겼다.

    성욕을 풀고자 매춘부가 된 여자

    ‘두 창녀’ 1906년, 종이 위에 파스텔, 69× 54㎝, 오타와 캐나다 내셔널 갤러리 소장

    젊은 남자가 메살리나를 바라보며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고 메살리나는 침대 한쪽에 발을 올려놓은 채 남자의 어깨를 애무한다. 다른 곳을 바라보는 메살리나의 시선은 한 남자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성욕을 암시하며, 하얀 메살리나의 몸과 강한 대비를 이룬 남자의 몸은 성적 쾌락에 빠져 있음을 나타낸다. 두 사람 뒤에 횃불을 들고 있는 여자는 황후의 경호를 담당하고 있지만 황후의 행실엔 시선을 두지 않고 있다. 화면 왼쪽 열린 창문 사이로 보이는 건물은 로마의 궁정을 나타내며 메살리나가 있는 곳이 사창가임을 암시한다. 침대 시트와 반쯤 열려 있는 커튼은 섹스의 쾌락을 나타낸다.

    귀스타프 모로(1826~1898)의 이 작품에서 왕관은 그녀가 황후임을 상징하며 그녀의 신분이 높다는 것을 암시하고자 남자보다 높게 서 있는 구도로 그림을 그렸다.

    성욕을 풀고자 매춘부가 된 여자

    ‘검진’ 1894년, 나무에 유채, 83×61㎝, 미국 워싱턴 국립미술관 소장

    섹스의 쾌락을 탐닉하려고 매춘부를 찾지만 모든 남자가 원하는 매춘부를 손에 넣는 것은 아니다. 미모의 매춘부와 하룻밤을 보내려면 미모만큼이나 고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가진 돈이 적은 이들을 기다리는 곳이 사창가다. 사창가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매춘부를 그린 작품이 루오의 ‘두 창녀’다.

    사창가에서 두 명의 매춘부가 스타킹 하나만 걸치고 서 있고 그들 뒤에는 여러 명의 매춘부가 의자에 흐트러진 자세로 앉아 손님을 기다린다. 검은 머리의 뚱뚱한 매춘부는 검은색 스타킹을 신었고, 붉은색 꽃으로 머리를 장식했다. 금발의 머리를 틀어 올린 매춘부는 노란색 스타킹 차림. 두 매춘부의 몸매는 대조적이지만 축 늘어진 가슴과 넉넉한 뱃살은 이들이 싸구려 사창가에서 일한다는 걸 암시한다.

    조르주 루오(1871~1958)는 매춘부의 굳은 표정을 통해 손님에게 선택받는 순간의 긴장감을 표현했다. 이 작품은 창부 시리즈 중 하나로 루오는 1902년부터 나체의 창부를 정열적으로 그렸다. 그는 여자에 대한 공포를 화난 표정을 짓는 매춘부의 얼굴로 표현했다.

    성욕을 풀고자 매춘부가 된 여자
    박희숙

    동덕여대 미술학부 졸업

    성신여대 조형대학원 졸업

    강릉대학교 강사 역임

    개인전 8회

    저서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클림트’‘명화 속의 삶과 욕망’ 등


    매춘부와 섹스를 즐길수록 성병과 친해질 확률이 높다. 자유를 누린 만큼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성병 검진을 받는 매춘부를 그린 작품이 로트레크의 ‘검진’이다.

    매춘부들은 성병검사를 받으려고 하반신을 노출시킨 채 서 있다. 19세기 파리는 매춘으로 인해 성병이 만연했다. 그래서 물랭루즈에서도 정기적으로 매춘부를 상대로 성병검사를 실시했다.

    매춘부들은 검진 순서를 기다리면서 수치심을 느끼기는커녕 시간을 절약하고자 옷을 미리 벗고 있다. 두 여인은 화장을 요란하게 했지만 가슴은 축 처지고 뱃살은 늘어졌다. 이미 육체가 세월에 무너진 것이다.

    파리 물랭루즈 매춘부들의 일상을 그린 앙리 툴루즈 로트레크(1864~1901)의 그림에는 젊은 날의 관능미를 찾아볼 수 없는, 삶에 찌든 매춘부들의 서글픈 모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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