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2주째인 산모 박모씨는 복부 통증을 느껴 모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 병원 산부인과 의사인 이모씨는 초음파 검사만 하고 태아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지 않은 채 내과 의사 강모씨에게 인계했다. 이후 박씨는 하혈을 했고 태아는 태반조기박리로 사망했다. 검찰은 태아를 죽게 한 의사들의 과실이 산모에 대한 상해라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에 대해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가 임산부 신체의 일부를 훼손하는 것이라거나 태아의 사망으로 인해 그 태아를 양육, 출산하는 임산부의 생리적 기능이 침해되어 임산부에 대한 상해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 이혼소송 취하가 간통 종용 철회인가
이모씨와 임모씨 부부는 불화가 생겨 가정법원에 이혼의 의사가 담긴 ‘협의이혼 의사확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부인 임씨는 협의이혼 전 숙려기간에 이를 취하했다. 사흘 뒤 남편 이씨는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다. 이를 안 임씨는 남편에 대해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한 달여가 지난 후 임씨는 간통 고소를 취소하면서 이혼소송 취하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남편이 소 취하 부동의서를 제출함으로써 소송이 계속 진행됐다. 얼마 후 남편은 집에서 문제의 여성과 다시 성관계를 맺었고 임씨의 고소로 두 사람은 간통죄로 기소됐다.
1심은 “협의이혼의사 확인신청의 취하로 종용의 의사를 철회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간통에 대한 종용이 있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간통죄를 인정했다. 2심도 같은 취지로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임씨가 숙려기간을 거치는 동안 혼인을 계속할 의사로 협의이혼신청을 취하한 이상, 앞으로 다른 이성과의 성교관계가 있어도 묵인한다는 의사가 포함된 명백한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 술에 취해 초등학교 여학생 팔을 잡아끌었다면 약취 유인죄인가
부산 범일동 인력시장에서 술을 마신 피고인은 횡단보도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의 팔을 잡아끌었다. 여학생이 팔을 뿌리치자 “우리 집에 자러 가자”고 말했다. 검사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할 목적으로 약취하려 했으나 피해자가 거부하면서 경찰에 신고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영리약취ㆍ유인 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유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상대방을 실력적 지배하에 둘 수 있는 정도의 폭행이라고 평가할 수 없고, 달리 피고인이 약취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팔을 잡아끈 것은 약취행위의 수단으로 폭행에 해당되고 약취 의사도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