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호

현대판 선녀와 나무꾼

  • 박종관│전북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 rain@chonbuk.ac.kr│

    입력2010-01-11 1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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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판 선녀와 나무꾼

    일러스트레이션 : 조은명

    33세 남성 환자가 형의 손에 이끌려 진료실로 들어왔다. 165cm 정도의 키에 몸무게는 90kg 정도 돼 보였다. 지능이 낮고 특별한 직업도 없는 그는 부모의 주선으로 필리핀 여성과 혼인했다. 한국으로 시집오는 외국인 여성 중에는 교육 정도가 높고 미모도 괜찮은 여성이 꽤 있다. 많은 이가 그럭저럭 가정을 꾸려 아이를 낳고 산다. 그러나 일부 여성은 지능이 떨어지는 남편을 골라 열심히 사는 척하다가 주민등록증이 나오면 야반도주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 때문에 이 남성의 가족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혼한 이후 부모는 아들의 부부관계부터 체크했다. 아들은 부부관계를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걱정이 된 가족이 그를 내게 보낸 것이다.

    나는 그에게 “성관계를 해봤어요?”라고 물었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무슨 질문인 줄 알았다는 듯 “성기가 빳빳하지 않아서 못 했어요”라고 했다. 관계를 하려고 하면 성기가 금방 죽어 삽입을 못 한다는 것이다. 계속 시도했지만 성사를 못 해 이제는 부인이 밀어버린다는 얘기도 했다. 옆에서 형은 동생의 부인이 한국말을 너무 빨리 배워 걱정이라고 했다. 한국말을 잘하면 좋긴 하지만 갑자기 줄행랑을 칠까봐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집에서는 아이가 빨리 생기기를 바란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너무 이기적인 발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심한 복부비만인 이 남성은 예상대로 대사증후군이 심했고 약간의 당뇨가 있었다. 이에 따른 혈관인성 발기부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혈액 속에 있는 남성호르몬은 극히 낮은 수치를 보여 남성으로서의 구실을 하기에 부족한 형편이었다. 부족한 남성호르몬이 혈관 장애에 의한 발기부전을 악화시키고 있었고 대사증후군 또한 악화시켜 뱃속의 내장지방을 더 크게 만들고 있었다.

    남성호르몬 부족과 성기능 장애가 같이 있을 때는 우선적으로 남성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야 고지혈증을 비롯한 당뇨가 빨리 개선된다. 1개월간 바르는 남성호르몬을 처방했다. 형은 바르는 약 처방 영 탐탁지 않은 표정이더니 “비아그란지 뭔지 먹는 약물은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남성호르몬이 낮으면 우선 남성호르몬을 보충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고도 안 되면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를 같이 사용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우선 1개월만 치료를 해보고 다시 만납시다”라고 했다. 그들은 무거워 보이는 발걸음으로 병원을 떠났다.



    1개월 후, 다시 그들이 찾아왔다. “좀 어떠세요?”란 질문에 동생은 아리송한 대답으로 얼버무렸고 형이 대신 “여전히 발기가 되지 않아 시도조차 어렵다”고 했다. 형은 동생의 필리핀 부인이 영어와 한국말을 더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왠지 자기 느낌으로는 그녀가 아이 둘을 낳고도 하늘로 올라간 선녀보다 더 쉽게 동생을 떠나갈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뭔가 확실한 약물을 처방해달라”고 요구했다. 나는 남성호르몬과 더불어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인 ‘레비트라’를 처방해줬다. “이 약물은 먹고 가만히 있으면 효과가 없습니다. 복용하고 한 시간 후 성기를 자극해주어야만 효력이 발생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시 한 달이 지난 후 이들이 찾아왔다. 형은 “이번에는 뭔가 하긴 한 모양입니다”라며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처방해주신 레비트라가 크기가 작아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실제 사용해보니 꽤 효과가 있었나 봅니다. 그간 힘들었던 마음이 싹 씻겨 내려가는 느낌입니다”라고 했다. 발기부전 환자의 성생활 향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발기 지속 시간 연장이다. 레비트라는 발기부전 환자의 발기 지속 시간을 약 3배 증가시켜 일반인과 거의 동일한 수준에 이르게 한다. 작은 고추가 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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