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호

[신동아 만평 ‘안마봉’] 참정권에 불 지른 선관위

  • 황승경 예술학 박사·문화칼럼니스트 lunapiena7@naver.com

    입력2026-06-21 13: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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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아 만평 ‘안마봉’은 과거 ‘신동아’와 ‘동아일보’에 실린 만평(동아로 보는 ‘카툰 100년’)에서 영감을 얻어 같은 그림체로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한 만평입니다.
    ⓒ정승혜

    ⓒ정승혜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연세대 정문 앞 시위 도중 최루탄에 쓰러진 이한열 열사의 비극적인 모습이 도화선이었다. 그 뜨거웠던 6월 광장에서 학생과 시민들은 목이 터져라 ‘국민주권’과 ‘직선제 개헌’을 외쳤다. 그들의 피와 희생 위에 오늘날 대한민국은 선거라는 운영 원리로 민주주의가 작동한다.

    2026년 6월의 뜨거운 서울 올림픽공원 광장에는 2030세대가 목이 터져라 ‘국민주권’ ‘참정권’을 외쳤다. 39년 전 국민들이 목숨 걸고 쟁취한 ‘국민주권’이 제6공화국 9번째 정부이자 국민주권정부라는 이재명 정부에서 다시 터져 나올 거라고 누가 생각했단 말인가.

    6월 3일 드러난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우리의 참정권과 민주주의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은 2024년 12월 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했지만, 정작 6·3 선거 과정에서 드러나는 선관위의 행태와 언행은 경악스럽고 기괴하기까지 하다. 

    오죽했으면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 전국 16개 대학 총학생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시국선언과 피켓 시위를 열고 “어렵게 얻어낸 참정권이 39년이 지난 오늘날 국가기관에 의해 침해됐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공동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을까. 



    어쩌면 오늘날 청년들의 문제 제기는 우리도 모르게 불타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참정권, 선관위를 살려내는 소방관일지도 모르겠다. 헌법상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선관위와 정치권에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라는 ‘물대포’를 쏘고 있다.





    동아로 보는 ‘카툰 100년’ 

    1932년
    민생에 불 지른 경성 당국

    - ‘신동아’ 1932년 12월호

    - ‘신동아’ 1932년 12월호

    1932년 ‘신동아’ 12월호에는 인상적인 만평 한 편이 실렸다. 거대한 불길 속에 ‘시외선 철폐문제(市外線撤廢問題)’라는 글자가 보이고, 그 앞에서는 ‘교외 주민(郊外住民)’이라 적힌 사람들이 소화전 소방 호스를 이용해 불을 끄고 있다. 전차선 철폐 문제를 화재에 비유한 그림이다.

    오늘날 시각으로 보면 단순한 교통정책 논쟁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당시 경성의 교외 주민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여기서 말하는 시외선은 오늘날의 중앙선이나 경원선 같은 철도가 아니다. 경성전기회사가 운영하는 전차 노선 가운데 청량리선, 왕십리선, 마포선 등 도심과 교외를 연결하던 노선을 가리킨다. 당시 청량리와 왕십리, 마포는 지금처럼 서울 중심부가 아니라 경성 외곽에 가까운 지역이었다. 주민들은 전차를 이용해 출근하고 통학했으며, 시장과 관공서를 오갔다. 전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생활의 동맥이었다.

    그런데 1932년 경성전기와 행정 당국이 도로 확장과 포장 공사를 이유로 이들 노선의 철폐 또는 버스 대체 방안을 검토했다. 수년 전부터 약속했던 복선화 계획은 이행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노선을 없애려 한다고 주민들은 판단했다.

    1932년 ‘동아일보’ 11월 10일 석간 2면에 따르면, 청량리 주민들은 경기도청에 진정위원을 파견했고, 각 지역 주민들은 연합회를 조직해 반대운동에 나섰다. 주민들은 교통량 조사 결과 이용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도 노선을 유지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만평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사실을 일깨운다. 도시의 교통망은 선로와 차량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매일 그 길을 따라 학교에 가고, 시장에 가고, 직장에 가는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경성 교외 주민들이 불길을 향해 물을 뿜은 이유도 자신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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