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비즈니스위크’지는 글로벌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올해 브랜드 가치면에서 최고의 승자는 한국의 삼성전자, 최악의 패자는 스웨덴의 에릭슨이다. 2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52억달러로 에릭슨의 3분의 2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엔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83억달러로 에릭슨(36억달러)을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역전한 것. 에릭슨의 브랜드 가치는 우리에겐 낯선 ‘아이키아(IKEA)’라는 스웨덴의 가구업체에도 뒤진 것으로 나타나 놀라움을 더했다. 에릭슨은 적어도 브랜드 가치에선 더 이상 스웨덴을 대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에릭슨의 수치(羞恥)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7월26일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에릭슨의 기업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자부적격(투기) 수준인 ‘Ba1’으로 하향 조정했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투자적격 등급의 맨 아래 단계인 ‘BBB-’로 떨어뜨릴 방침이다. 우리가 외환위기 때 신용등급이 투기등급까지 하락했던 것을 생각하면 현재 에릭슨은 기업으로서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는 셈이다. 주가도 연일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기업 중 하나로 인정받던 거대 통신기업이 왜 이렇듯 추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을까.
에릭슨은 ‘통신의 역사’
스웨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노벨상, 바이킹, 축구, 길고 음울한 겨울, 프리섹스…. 하지만 스웨덴의 기업을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볼보와 에릭슨을 떠올릴 것이다. 자동차 회사 볼보(승용차부문)가 미국 포드의 계열사로 편입된 터라 일반인이 꼽을 만한 스웨덴 기업은 이제 에릭슨이 거의 유일하다.
특히 세계에서 휴대전화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를 들라면 대개는 북유럽 3국, 그중에서도 노키아의 핀란드와 에릭슨의 스웨덴을 꼽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틀린 답이지만, 스웨덴과 핀란드가 이동통신 등 정보통신 최강국의 반열에 드는 것은 틀림없고, 바로 그 중심에 노키아와 에릭슨이라는 거대 통신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에릭슨은 단지 규모에서만 세계적인 통신회사인 것은 아니다. 에릭슨의 기업사는 통신산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에릭슨은 1876년 스웨덴의 L. M. 에릭슨(Lars Magnus Ericsson)이 전신기 제조를 위해 설립한 회사다. 에릭슨이 설립된 1876년은 벨(Alexander Graham Bell)이 전화기를 발명한 해이기도 하다.
1800년대 초만 해도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가운데 하나로 인구의 대부분은 빈농이었다. 소위 ‘산업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유럽의 여타 제국들이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국부를 축적하고 식민지 건설을 통해 세계로 확장해 나가는 시기에도 스웨덴은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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