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 있는 모델은 한 달 4만5000원 요금제를 2년 선택하시면 공짜고, 이쪽은 5만5000원 요금제를 약정하시면 기기값 무료인 모델들이에요. 이 스마트폰도 4만5000원 이상 요금에 가입하시면 무료이긴 한데, 석 달 동안 추가로 1만원 정도를 더 내셔야 합니다.”
계산기를 계속 두드려가며 이것저것 설명하는 판매사원 앞에서 김씨는 더욱 헷갈리기만 했다. 이미 통신사를 결정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5만5000원 요금제를 2년간 사용하기로 약정하면 할부 원금을 안 내도 된다는 다른 통신사의 모델까지 알아보고 말았다.
요지경 휴대전화단말기 보조금
동네보다는 도심에 나가면 휴대전화기기 종류가 더 많고 가격도 싸지 않을까 싶어서 다음 날엔 회사 근처 매장을 찾았다.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한 ‘휴대전화세상’과 ‘폰 할인마트’를 각각 찾았다. 처음엔 할부 원금에 차이가 있는 듯 보였지만 판매원의 설명을 듣고 보니 서로 같은 전화기인 것도 같았다. 이것저것 파는 곳보다 통신사 로고를 달고 있는 매장이 더 믿을 만한 곳인 것 같아 다시 한 번 가게를 옮겼다. 이때 김씨는 KT 대리점에서 ‘페어프라이스(Fair Price·공정가격 표시)’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대리점에는 김씨가 사려는 ‘갤럭시 S2’의 할부 원금이 2년 약정 기준으로 84만2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대리점에 가도 같은 할부 원금과 고객부담금이 제시돼 있을 것이라는 판매사원의 설명에 김씨는 그냥 이곳에서 가입하기로 했다.
휴대전화 가격은 왜 이렇게 천차만별이고, 이른바 ‘공짜폰’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그 원인은 들여다볼수록 요지경인 휴대전화 유통구조에 있다. 휴대전화 단말기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큐리텔, 모토로라 등의 제조사가 만든다. 제조사는 단말기를 판매하는 것으로 제 할 일을 끝내지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같은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는 가입자의 통신요금을 통해 계속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이통사는 자사 대리점을 통해 제조사의 휴대전화를 판매하면서 가입자를 유치한다. 이때 휴대전화단말기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소비자는 판매 가격에서 보조금만큼 뺀 가격으로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의거해 이 단말기 보조금이 기기당 27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그러나 할부 원금이 50만원에서 80만원에 달하는 스마트폰 같은 최신 단말기를 공짜로 제공하려면 27만원의 보조금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런 현상이 가능한 다른 이유는 ‘제조사 판매 장려금’이다. 자사 제품을 팔기 위해 제조사가 지원하는 금액을 가리키는 ‘판매 장려금’은 업계 관행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판매 장려금도 일종의 단말기 보조금으로 보고 27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일선 휴대전화매장에서는 이통사, 이통사의 지역 유통본부나 대형 대리점을 통해 들어오는 각종 보조금과 장려금을 판매 가격에 반영한다. 소비자가 휴대전화서비스에 가입하고 실제로 이용해야 받을 수 있는 판매 장려금, 개통 수수료, 통화 수수료, 부가서비스 유치에 따른 수수료 등을 미리 반영하는 것이 추가 가격 할인의 비밀이다. 여러 곳에서 받거나 받을 예정인 보조금과 장려금에 자신들의 마진을 더한 가격을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판촉 시기와 단말기 기종에 따라 판매 가격 안에 10개 가까운 보조금과 장려금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휴대전화 가입자는 단말기 요금 외에 이동통신 가입비, 할부에 대한 보험인 채권보전료도 내게 된다. 매장에서는 이런 비용들을 면제해줌으로써 할인 폭을 더 크게 하거나 아예 현금을 사은품으로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