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은 환율 방어수단이자 지급능력의 척도로 국부를 상징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는 금 보유량과 거래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다. 세금을 내지 않고 거래하는 무자료 금(일명 ‘뒷금’) 거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민간 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거칠게나마 추정해볼 수 있는 정도다.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가 발표한 자료(‘Korea Jewelry Market Research Annual Report 2012’)에 따르면 국내 주얼리 시장은 5조3000억 원 규모로, 이 가운데 금을 소재로 한 주얼리 시장이 전체의 89.7%(4조8000억 원)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 주얼리는 순금(24K)은 물론 18K, 14K 등 합금소재로도 제작되기 때문에 재료로 사용된 순수 금의 양은 41.7t, 약 2조 원 규모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실제로 이보다 15배 이상인 660~720t의 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에 전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해 모은 금은 227t에 달했다.
정부는 금 유통시장을 양성화하기 위해 2008년 금거래 전용계좌와 고금(古金) 의제매입세액공제제도를 도입했다. 의제매입세액공제는 제조업을 영위하는 사업자가 부가가치세를 면제받아 공급받은 원재료로 제조·가공한 물품을 판매할 때 일정률을 매입세액으로 공제해줘 이윤을 남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두 제도 덕에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금 함량 준수와 세금계산서 발행 등 거래 양성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금 시장의 30~ 40%만이 세금계산서가 발행되는 정상거래일 뿐, 금 결제(반지, 팔찌 등 주얼리 제품을 구매하면서 수집된 고금으로 현물 결제하는 것. 주로 세금 회피수단으로 악용된다) 등 뒷금 거래를 통한 무자료 유통이 전체 금 거래의 6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古金 50t 무자료 거래
고금 의제매입세액공제제도가 도입된 2008년 이후 50t(2조5000억 원) 이상의 금이 양성 거래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2010년에 수집된 고금 72t 가운데 29%인 21t만이 의제매입대상으로 신고됐다. 나머지 50t은 여전히 음성적으로 무자료 거래가 이뤄지는 것.
고금 수집상들은 수집된 고금의 시중가격 추이에 따라 고금 의제매입신고 또는 무자료 유통을 선택한다. 그런데 최근 금 가격이 상승한 탓에 무자료 유통 수익(5%)이 의제매입신고 수익(3%)보다 높다. 이 때문에 일부 사업자들은 아파트나 상가 등에서 수집한 고금을 의제매입대상으로 신고하지 않고 뒷금으로 유통해 부당이익을 편취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일부 사업자의 경우 고금을 수집한 뒤 명의도용 등의 방법으로 수출부가세를 부정 환급받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격金 리스트制 도입하자
금 거래를 할 때 무자료 거래가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세금계산서가 없는 무자료 금과 자료 금의 시세가 달리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가격 또한 순도와 브랜드의 차이에 따라 각기 다른 가격이 형성돼 있다. 금 결제와 같은 관행이 여전히 유지되고, 거래되는 금의 순도에 대한 국가적 표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선 일반인이 금 현물 투자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일반인이 믿고 금에 투자하도록 하려면 표준화, 규격화를 바탕으로 금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