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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군비경쟁 부르고 한반도 통일 늦춘다

부시와 MD

동북아 군비경쟁 부르고 한반도 통일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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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패권적 야망은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미국은 MD계획의 명분을 위해서라도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부풀릴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평화는 MD계획의 명분 상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반도에 적당한 긴장이 필요하다.
“냉전의 전사들” “군수산업체 로비스트들”이라는 혹평을 듣고 있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이들로부터 ‘머리를 빌리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대내외적인 비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5월1일 ‘미사일방어(MD: Missile Defense)’ 체계 구축을 공식 선언했다. 한 국가의 시대착오적이고 무모한 패권주의적 야망에 세계가 불안해하고 있다.

미국의 MD계획에 대한 세계의 반응은, 일본과 같이 이해관계가 걸린 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비난과 우려 일색이다. NATO를 비롯해 미국의 군사동맹국들이 미국의 군사정책과 전략에 이처럼 반기를 든 비협조적인 경우는 처음이다. 그만큼 부시 대통령이 천명한 MD계획은 명분도 없고 무모하기까지 하다. 모기 몇 마리를 막기 위해 서울시 전체를 유리막으로 덮겠다는 발상과 다름없다. 미국 내 여론도 부정적이다. MD계획은 미국이 전세계를 적으로 상대하는 전략적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편 MD계획의 천명과 함께, 매파인 국방부를 중심으로 작성해온 미국의 새로운 군사정책과 군사전략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 국방부는 90년대 초부터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탈냉전 후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처한다는 목적으로 정책을 검토해왔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가 작성중인 새로운 군사정책과 군사전략은 미국의 패권주의적 야망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크게 우려된다. MD계획은 이와 같은 미국의 패권주의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신국방정책은 국방부가 93년부터 4년마다 작성하는 미 국방정책보고서인 ‘4년주기 국방검토 2001(QDR: Quadrennial Defense Review 2001)’을 통해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MD계획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방한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전략개념인 ‘전략적 틀(strategic framework)’을 우리 정부에 설명해 주목을 끌었다.

팍스아메리카나에 대한 강한 의지



부시 행정부가 밝히는 새로운 군사정책과 군사전략은 철저하고도 일관되게 두 가지 목적과 배경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탈냉전 후 유일한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미국이 21세기에도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로 남겠다는 정치 군사적 오만과 야망이다. ‘로마제국’과 같은 세계 대제국인 ‘아메리카제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 cana)’에 대한 강한 의지다. ‘세계화’라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융자본의 전세계적 지배를 진척했다면,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군사정책과 군사전략은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중심의 질서와 지배를 완성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공화당의 자금줄이자 지지기반인 미국 군수산업체들의 이익을 철저하게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탈냉전과 미국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수산업체를 위해서 새로운 무기 수요를 창출하려는 의도가 곳곳에서 보인다. MD계획은 물론이고, 군사력 구조를 첨단무기로 무장하고 기동성이 강화된 신속배치전력으로 개편하겠다는 새로운 군사정책이 그렇다.

미국의 새 국방정책 표적은 중국

우선 QDR가 담고 있는 미국의 새로운 국방정책은 다음의 네 가지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국방정책의 전략중심축을 아시아로 옮기고 ▲해외기지를 포함한 전방배치 전력의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전력투사능력을 강화하고 ▲정보시스템의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며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군사전력의 기동성을 높이고 경량화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유럽과 대서양 쪽에 실려 있던 전략중심축을 아시아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1세기에 미국의 세계패권 장악에 도전할 잠재적 경쟁국으로 중국을 지목해 왔다. 미 합동참모본부는 작년 6월, 미국의 장기 군사전략을 담은 ‘조인트비전 2020(Joint Vision 2020)’을 발표하면서, 중국을 “21세기 미국에 필적할 만한 경쟁국가”로 상정한 바 있다. 더구나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협력자’로 선언했던 전임 클린턴 행정부와는 달리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미국이 일본열도로부터 한국을 거쳐 대만, 필리핀을 잇는 태평양 동부연안의 ‘대중국 방위라인’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미국이 공산진영의 확장을 봉쇄하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후 구사했던 이른바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을 연상케 한다. MD계획을 비롯해,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나타나고 있는 미·일군사동맹에 대한 강조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등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윈 윈 전략(win-win strategy)’ 폐지 선언도 같은 맥락이다. 전략중심축의 변경은 지난 10년간 미국 군사전략의 기본개념이었던 ‘윈 윈 전략’의 폐지를 불가피하게 했다. 한반도와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동시에 싸워 승리한다는 ‘윈 윈 전략’은 중국을 대상으로 했을 때 새롭게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윈 윈 전략’의 폐지에 따라, 해외주둔 미군의 전력과 역할을 재검토하고 일부 미군의 철수 등 재배치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것이 주한미군의 전력 개편과 감축으로 이어질지는 속단할 수 없다. 미국이 동북아에서 구축중인 중국견제전략에 따라, 한반도의 중요성과 주한미군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주한미군의 지상전력은 일부 감축할 수 있으나, 해·공군력의 강화를 통해 주한미군의 전체 전력은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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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기 < 동국대 교수·국제정치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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