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경제관의 근본은 경전 ‘꾸르안’과 교조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에 집성되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이슬람사회에서의 모든 경제활동은 이러한 근본에서 출발한다. 오늘 이슬람세계에서 시도하고 있는 여러가지 경제체제도 예외 없이 이러한 근본에서 그 존립의 근거를 찾고 있다.
이슬람경제관의 근본은 첫째로, 모든 부(富)는 알라에 속한다는 것이다. 경전에는 “하늘과 땅의 보물은 알라의 것이다”(63:7)라고 규정되어 있으며, ‘이슬람경제에 관한 제1차 국제회의’(1976)의 제안 중에는 이슬람 경제활동을 지탱하는 첫째 기반으로 “우주는 알라에게 속하며, 모든 부는 알라에게 속한다는 믿음”이라고 못박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주 모든 부의 소유권은 오로지 알라에게만 속하며, 그 주재자는 알라뿐이다. 이른바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부는 알라의 하사품이며 인간에게 위탁 관리된 한시적인 부일 따름이다. 속세에서 말하는 ‘소유’나 ‘소유권’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고 임시적인 개념이며, 모든 부에 대한 알라의 소유나 소유권만이 절대적이고 항구적인 것이다.
이른바 부에 대한 인간의 ‘소유’는 알라로부터 위탁받은 부의 사용권에 대한 1회적인 차용(借用)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간은 부에 대해 독점적인 아집을 부려서는 안되며, 영구 점유를 꿈꾸어서도 안된다. 인간은 자연생명이 다하면 재산의 사용권마저도 포기해야 한다. 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법제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부에 대한 개개인의 사용권은 반드시 합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해야 한다고 이슬람은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개개인의 사용권을 어느 범위까지 적용해야 하는가다. 종래 생산수단이나 토지, 지하자원 등 간접자본에 대한 개인의 사용권은 제한되어 왔으나 지금은 적용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간접자본 개발이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확대는 가속화할 것이다.
개개인이 누리고 있는 부는 알라로부터 응분의 하사품이며 그 주재자는 알라이기 때문에 분별 없이 타인의 부를 시기하거나 침범해서는 안된다(4:29). 이것은 사유재산과 그 신성불가침성에 대한 인정을 의미한다. 이렇게 경전은 부에 대한 알라의 베풂과 그 보호를 천명하면서도 금은보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알라에 대한 믿음이라고 역설한다. 그 믿음을 버린 자는 죽을 때 황금으로 가득 찬 땅덩어리를 보상으로 받친다고 한들 결코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전은 경고한다(3:91).
이슬람경제관의 근본은 다음으로, 합법적인 부의 축적과 향유를 장려하는 것이다. 이슬람은 인간의 속성이 원래부터가 착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한다. 그래서 선한 인간은 오래 살면서 좋은 일을 많이 하여 부를 늘리고 즐기라고 권유하면서 무모한 고행이나 죽음을 지양한다. 이슬람의 이러한 진취적이고 낙천적인 인생관은 기독교의 성악설(性惡說)이나 불교의 고행설(苦行說)이 결과하는 인생관과는 사뭇 다르다.
이슬람은 인간의 물질적 복리를 권장한다. 경전에는 부녀들이나 자녀들, 좋은 말과 가축, 농작물 같은 것은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들이니 즐기라고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것들은 현세의 순간적인 기쁨에 불과하고 영원한 기쁨은 알라가 있는 내세에 있으므로 현세의 향락에 유혹되지 말라는 당부를 잊지 않고 있다. 무함마드는 “가난은 이슬람을 부인하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 내내 만족할 수 있도록 많은 부를 하사해달라고 알라께 기도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이러한 물질적 부는 반드시 합법적 방법으로 취득한 것이어야 한다. 합법적 방법이란 한마디로 자기의 노력에 의한 획득이다. 자기의 짐을 다른 사람이 대신하여 질 수 없듯이 보상(물질적 부)도 오로지 자기의 노력으로 받을 수 있다고 경전은 가르친다(53:38~39). 경전에는 그 구체적 방법으로 장사와 방목, 농사, 전리품 획득, 자선의 수용 등을 들고 있다. 장사인 경우, 매매는 공정하고 저울에는 편차가 있어서는 안되며 차관은 계약서를 쓰고 보증인의 입회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세세히 규정하고 있다. 지하드(성전 지하드)에 의해 얻어지는 전리품도, 지하드란 노력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니만큼 합법적인 부의 취득방법에 속한다. 알라를 위한 길에서 부득이하게 궁핍해진 사람이나 신체적 병약자들은 자선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허용되며, 그 또한 합법적 부의 취득방법이다.
이와 더불어 부정한 방법으로 물질적 부를 얻거나 축적하는 것은 불허한다. 경전에 따르면 부정한 방법에는 공물(公物) 사취, 타인의 재물 약탈, 뇌물 수수, 이자놀이 등 일체의 불로소득성 취득방법이 속한다. 경전에는 이러한 방법들을 추구하는 자들을 ‘불의자(不義者)’라고 강력히 비난하면서 끝내는 불지옥에 떨어지고 말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끝으로, 이슬람경제관을 지탱하고 있는 또 다른 근본은 사회적 평등의 실현이다. 이슬람은 인간의 윤리도덕적 평등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평등도 아울러 주장한다. 특히 경제적 빈부 차이에서 오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알라의 지상 명령으로 간주한다. 비록 인간 개개인에 대한 알라의 베풂은 불편부당(不偏不黨)하고 똑같지만 개개인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그 베풂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므로 마침내 빈부의 차이가 생기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불변의 차이가 아니고 서로의 나눔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일시적인 차이인 것이다. “가진 자의 재산 중에는 못 가진 자의 몫도 있으니”(51:19) 부의 공정한 분배를 통해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 이슬람경제관이 추구하는 주요한 목표의 하나다.
이상과 같은 이슬람경제관의 근본 요구에 따라 이슬람사회에서는 생산과 분배, 소비와 유통 등 구체적인 경제활동이 진행된다. 물론 이러한 경전적인 근본 요구나 원리가 오늘의 경제활동이나 시책에 그대로 구현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슬람세계의 경제체제나 정책의 수립에서 사고나 입안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슬람세계의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근본에 유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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