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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이후 한미관계를 위한 제언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팀’으로 대미외교 라인 교체하라

미국 대선 이후 한미관계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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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핵 협상은 미국 대선 이후 신행정부가 자리를 잡는 2005년 중반기부터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 한국정부가 북핵 문제를 미북간 문제로 간주하여 제3자적 입장을 취할 경우 2005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북핵 위기 상황에서 한국은 종속변수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만약 협상 실패로 국제사회가 대북 강경노선을 선택할 경우 한국은 예기치 않은 전쟁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미국 대선 이후 한미관계를 위한 제언

케리 후보 진영은 부시 진영에 비해 북한과 직접 대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2004년 미국 대선은 예측 불가능한 접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중도주의자가 사라졌다고 할 정도로 미국 국민은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를 놓고 양분되어 있다. 선거 분위기도 날이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양측 모두 상대의 월남전 참전 경력을 문제삼는 부정적 선거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사 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케리 지지자들의 반(反)부시 정서는 성숙한 민주시민의 자세라고 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증오에 차 있다는 인상을 준다. 친(親)민주당 성향을 지닌 미국 명문대의 한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부시를 끌어내리지 못하면 미국 민주주의는 실패한 것”이라고까지 서슴없이 말한다.

미국 시민들은 왜 이처럼 2004년 대선에 흥분하고 있는가. 미국 시민들은 1987년 냉전 상황이 종료된 이후 급변하는 국제질서와 그에 따른 미국의 역할 변화에 당황하고 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를 겪으면서 국제안보에 대한 운명적 역할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세계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정립하지 못한 상태다. 2004년 대선은 미국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돌이켜보면 탈(脫)냉전시대의 의미에 대한 논의는 1989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미국의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종말론으로 탈냉전 시대의 성격을 규정했다. 냉전의 종식은 인류가 수많은 전쟁을 겪으면서 추구했던 이념경쟁의 종말을 의미하며 이러한 이념경쟁의 최종 승리자는 서구 자유주의라는 것이다. 사회주의, 파시즘 등 서구 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이 모두 실패한 마당에 이제 전쟁은 불필요하며 국제사회는 자유주의라는 단일 이념으로 통합되어 평화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종말론이 제시하는 미국의 세계전략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동구권 국가와 제3세계에 대한 최선의 외교정책은 자유민주주의 수출을 통한 장기적인 평화 보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1990년대 구(舊)사회주의국가의 시장경제 전환을 지원하고, 중국의 인권 개선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등 역사종말론에 입각한 외교정책을 추진했다.

역사종말론이 제시하는 역사관에 정면으로 맞선 대표적인 학자가 새뮤얼 헌팅턴이다. 1993년 ‘문명의 충돌’이라는 논문에서 헌팅턴은 탈냉전시대의 국가갈등은 문명권 사이의 충돌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서구 문명에 도전하는 문명으로 이슬람 문명과 유교 문명에 주목했고, 장기적으로 이슬람 문명과 유교 문명의 연대가 서구의 안보를 위협할 것으로 예측했다. 1990년 걸프전쟁, 1990년대 중반 발칸반도의 인종분쟁, 1993년의 북핵 위기, 중국 대량살상무기 기술의 확산, 중국과의 통상마찰 등 1990년대의 국제문제를 문명 충돌로 해석한 것이다.



한편 1990년대에 세력균형 이론가들은 탈냉전시대에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로 중국을 지목했다. 미어샤이머(Mearshimer) 교수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미국이 유럽과 동북아시아에 군대를 주둔할 유인(誘因)은 크지 않다. 이 지역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지역 패권국가가 출현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동북아시아에서는 다자간 균형관계가 유지될 유럽과는 달리 지역 패권국가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이 결국에는 다시 돌아온다는 주장이다. 동북아 지역패권을 도모할 국가는 중국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중국의 도전이 미국 안보정책의 가장 큰 숙제라는 것이다.

◇ 부시의 일방주의와 케리의 다자주의

하지만 역사종말론, 문명충돌론, 세력균형이론 모두 2001년 9·11 테러 공격으로 시작된 테러전쟁을 정확하게 예측했다고는 할 수 없다. 이슬람 원리주의 신도들이 반(反)서구 테러리스트 단체의 주축이라는 측면에서 테러전쟁을 서구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헌팅턴이 지적한 대로 테러운동이 반서구적이라기보다는 반문명적인 성격이 강한 데다 이슬람 문명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9·11 테러공격을 계기로 탈냉전시대의 성격과 미국의 세계전략이 구체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정파를 떠나 미국 외교의 최우선 과제는 반테러와 반확산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2004년 대선은 이미 합의된 세계전략을 달성할 추진 전략을 선택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미국인들은 ‘동맹보다는 미국 안보가 우선’이기 때문에 일방주의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부시 대통령과 국제사회의 지원과 지지 없이는 테러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다자주의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는 케리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 두 사람은 미국적 가치에 대한 중요도 인식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반면 케리 후보는 탈가치적 실용외교를 주장한다. 이러한 접근 방법의 차이는 북핵문제 해결방법의 차이로도 나타난다. 부시 진영은 미국적 도덕기준에 의해 악으로 규정한 김정일 체제와 협상하길 꺼리지만, 케리 진영은 북한과 직접 협상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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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모종린 연세대 교수·정치경제학 jrm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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