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중국이 관광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현재 세계 5위, 2020년에 세계 1위의 관광객 유치국가가 될 전망이다. 중국인의 해외관광도 폭발적으로 증가, 2010년이면 연인원 1억명이 대륙 밖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한국인의 최대 관광대상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관광 실태와 한·중 관광교류의 내막 그리고 관광을 통해본 한·중 관계의 현주소.
이 같은 현상은 단순히 관광수지 적자라는 차원을 넘어 한중 양국간의 교류가 일방적인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한중간 인적 왕래 및 관광교류의 실상은 양국관계의 불균형한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달에는 한중 양국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상대국에 파견한 책임자인 쉐야핑(薛亞平·43) 중국 여유국 서울지국장과 안용훈(安鎔·52)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장을 각각 서울과 베이징에서 만나 한중간 관광교류의 실상과 관광산업의 내막을 들여다보았다.
쉐야핑 서울지국장은 중국의 관광산업을 총괄하는 국가여유국에서 15년간 근무하면서 이스라엘·네팔 등지에서 지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문을 연 서울지국 초대 지국장으로 부임했다. 쉐야핑 지국장을 먼저 만나 한국인이 즐겨 찾는 중국의 관광명소부터 화제에 올렸다.
-한국인이 본격적으로 중국관광을 한 지도 1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관광대상지역도 많이 바뀌어왔고, 또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는데요. 한국인의 중국관광이 어떻게 전개돼 왔습니까.
중국의 관광명소
“중국관광의 초창기에는 역시 창바이산(長白山) 즉 백두산의 인기가 높았고, 옌볜 조선족자치주가 있는 지린(吉林)성을 비롯한 동북3성 쪽으로도 많이 갔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북쪽에서 남쪽으로, 동쪽의 연안지역에서 서쪽의 내륙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관광객뿐 아니라 사업차 중국을 찾는 사람도 크게 늘어나면서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 혹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산둥성을 찾는 한국인이 많아졌습니다. 백두산 못지않게 한국인이 많이 찾은 관광지는 자연풍경이 뛰어난 계림(桂林)이었는데, 최근에는 장가계(張家界)나 하이난다오(海南島) 그리고 푸젠(福建)성 지역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앞으로 주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주말을 이용한 단기 골프관광이나 휴양관광이 각광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칭다오(靑島)와 하이난다오 상하이 등에 시설을 잘 갖춘 골프장이 있어 한국인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만, 윈난(雲南)성 쿤밍(昆明)도 점차 골프장을 늘려가고 있어 앞으로 인기지역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중국은 국토가 넓어 관광자원도 매우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소개할 만한 명승지로는 어떤 곳이 있습니까.
“아시다시피 중국은 워낙 땅이 넓기 때문에 독특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많아서 간단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산으로는 동쪽의 타이산(泰山), 서쪽의 화산(華山), 남쪽의 헝산(衡山), 북쪽의 헝산(恒山), 중부의 쑹산(嵩山) 등 5악이 유명하고 이 5악보다도 한 수 위라는 황산(黃山)을 꼽을 수 있겠지요.
산과 함께 중국엔 규모가 큰 강(江)도 많습니다. 관광명소로는 역시 창강(長江)으로도 불리는 양쯔강(揚子江)을 꼽을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싼샤(三峽) 일대가 최고의 절경이지요. 고대문명의 발상지이자 중국인에게는 ‘어머니의 강’으로 불리는 황하(黃河)도 장관입니다. 호수로는 유명한 동정호(洞庭湖)가 있고, 항저우의 서호(西湖)도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또 최근에는 산과 계곡, 호수 폭포 등이 어우러진 명승지가 국내외 관광객의 인기를 끌고 있는데, 장가계나 구채구(九寨溝) 등이 대표적인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어요. 이밖에도 계림이나 윈난성의 석림(石林) 대리(大理) 등도 독특한 자연경관으로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방금 장가계와 구채구가 최근들어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이 두 곳은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었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최근 2,3년 사이에 갑자기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고 있거든요. 아마 한국인이 요즘 가장 많이 찾는 중국 관광지가 바로 장가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왜 갑자기 최고의 관광명소로 부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동안 다른 유명관광지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만, 절경으로 이미 높은 평가를 받고 있던 곳입니다. 장가계는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명부에 올랐고, 구채구는 1984년에 이미 세계자연유산은 물론 ‘인간과 생물권보호지역’ 및 ‘녹색환경보전21’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정도였습니다. 그동안 중국인들이 교통이 불편한 내륙 깊은 곳까지 관광을 다닐 만큼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많이 찾지 못했습니다만, 최근들어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교통도 편리해지면서 그곳을 많이 찾게 된 것뿐입니다. 또 외국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에서도 홍보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한 것이 주효한 것 같아요. 장가계나 구채구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한번 보고 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그 절경을 높이 평가한 것이 큰 힘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중국 광시성(廣西省) 계림의 절경. 한국인이 많이 찾았던 계림은 최근 싸구려 관광의 부작용으로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장가계의 경우 그 명칭의 유래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 하나만 소개하지요. 한고조 유방(劉邦)이 초패왕 항우(項羽)를 꺾고 천하통일을 이룩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장량(張良)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그 장량의 장씨 가문이 이곳에서 살았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후난(湖南)성 장가계시 북부 수백㎢를 국가에서 풍경지구로 지정했는데요, 3000여 봉우리의 돌산이 우뚝 솟아 있고 800갈래의 강물이 굽이굽이 흐르는 거대한 명승지입니다. 산봉우리 수림(樹林) 동굴 호수 폭포가 집대성된 지역이지요. 이 곳의 경치를 ‘기이함 수려함 아늑함 질박함 험준함이 융합돼 걸음 따라 경치가 달라지고 가는 데마다 새로운 경관이 생긴다’고 표현한 사람도 있더군요.
최근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60~70%가 한국인일 정도로 특히 한국사람한테 인기가 높습니다. 어떤 분들은 금강산과 비교해 어떠냐고 묻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금강산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금강산이나 설악산 같은 산은 중국에도 몇 있습니다만, 장가계 같은 경치는 어느 곳에도 없거든요. 한국의 명산들은 아름답지만 규모가 작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가계는 경치뿐 아니라 호텔 등 관광시설이 잘 구비돼 있고 한국말로 쇼핑이 가능해서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는 점도 한국인에게 인기를 끄는 한 요인인 것 같습니다.
구채구는 쓰촨(四川)성에 있는데 취해(翠海)라고도 부릅니다. 골짜기 안에 9개의 장족 마을이 있다 해서 구채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80여㎞에 걸쳐 길게 풍경지역이 펼쳐지는데, 수정풍경지 장해풍경지 보경애풍경지 원시림생태풍경지 등이 절경입니다. 한마디로 물을 재료로 해서 온갖 아름다운 빛깔로 신이 빚어놓은 작품이라고나 할까요. 말로 어떻다고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구채구의 대문에 해당하는 수정군해를 소개해보지요. 13.8㎞의 수정군해 골짜기에 각양각색의 호수와 해자(垓字) 40여개가 마치 계단식 밭 모양으로 분포해 있습니다. 상하의 높이 차가 100m에 달하는 호수들의 주위에는 측백나무 소나무 삼나무 등 상록수가 가득 자라고 위의 호수 물이 아래 호수로 떨어지면서 계단식 폭포를 이룹니다. 가장 경탄을 금치 못하는 것은 이 40여개의 호수가 갖가지 다채로운 색조를 띠면서 투명한 거울처럼 빛나고 있어 선경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채구는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은 장가계처럼 한국인이 많이 찾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그 진가가 알려지면 곧 인기 관광지가 될 것으로 봅니다.”
난개발로 환경파괴 우려
-타이산이나 황산 같은 중국의 명산엘 가보면 예외없이 밑에서부터 정상까지 계단으로 이어져 있지 않습니까. 어느 자료를 보니까 타이산의 경우 정상부근의 도교사당인 벽화사까지 모두 7412개의 돌계단이 있다고 적혀 있더군요. 그리고 중국의 산에서는 한국에서처럼 배낭을 메고 등산하는 사람을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대개 케이블카를 이용해 오르거나 계단으로 오르더라도 등산복 차림은 아니거든요. 산에 대한 인식이나 접근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산이 크고 높아서 오르기 힘드니까 계단을 만들어 편하게 올라갈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한국에서처럼 배낭 메고 등산하는 사람이 드문 것은 아마도 생활수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합니다. 어떤 철학적 문화적 차이라기보다는 생활패턴의 차이인 것 같아요. 한국에선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등산하는 사람이 많지만, 중국에선 공원 같은 곳에서 몸을 단련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산에 오르려면 아무래도 여러 가지 장비를 준비해야 하는데 중국은 아직 그런 단계에까지는 오지 않은 것 같아요. 중국인의 산행은 아직은 관광이나 유람에 국한돼 있어 계단이나 케이블카가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중국의 유명한 산에 가보면 정상 바로 아래의 깊은 산속에도 호텔이나 여관 상점들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황산만 해도 서해빈관이니 북해빈관이니 해서 깊은 산속에 호텔이 자리잡고 있고, 타이산에도 산속에 천가(天街)라 부르는, 여관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가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깊은 산속에 시설이 많이 들어서면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환경오염을 막을 수 없지 않을까요.
예컨대 그 전까지만 해도 출국시 아무런 제한조치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출국 전에 명단을 제출하게 하는 등 고급 공무원의 해외출장을 자제토록 했거든요. 물론 대회기간중 한국에서 파룬궁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조선족의 불법체류 문제가 확산되지나 않을까, 또 축구팬들이 한국에서 집단행동을 해서 불미스러운 이미지를 남기지는 않을까 우려한 것은 이해합니다만, 어쨌든 이런 이유 등으로 인해 제도적인 통제장치가 생겨난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중국정부가 한국을 위해 적극적인 배려를 해주었는가, 우리는 중국을 친구처럼 열성적으로 대해주었는데 과연 중국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 하는 점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고이즈미 일본수상이 중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비자발급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에 지시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만, 한국의 경우 불법체류나 불법취업 등의 문제가 있어 중국인에 대한 비자발급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은 2001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 제2의 인바운드시장으로 부상했습니다. 그러나 말씀하신 대로 중국인 입국이 증가하면서 국내 불법체류자의 약 70%가 중국인으로 파악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영사관에서도 비자 발급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결국 외래관광객 유치확대와 불법체류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얘기인데요. 앞으로 한국방문 실적이 많은 중국인에 대해 복수비자를 발급한다든지, 일본 캐나다 미국 등으로 향하는 경유관광객에 대한 비자면제를 유럽으로 가는 중국인에게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관계부처에 건의할 계획입니다.”
중국관광객 유치전략
-중국관광객이 아시아 관광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요.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소개해 주시지요.
“올해는 관광공사에서 지정한 ‘한류 관광의 해’입니다. 우리나라의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이 일본 중국 등 주변국에 수출되면서 이 지역 젊은이들이 한국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류문화를 더욱 확산하고 한중 문화교류 증진을 위해 지난 7월15일에는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한류 연예인이 대거 참가한 콘서트를 열어 중국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한국을 알리기 위해 관광담당 언론인 초청, 관광상품 개발을 위한 여행업자 초청, 소비자에게 직접 한국을 홍보하기 위한 TV와 인쇄매체 광고 및 관광관련 전시박람회 참가, 한국관광사진전 개최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2003년 중국 통계에 의하면, 해외여행을 한 중국인이 2022만명입니다. 그러나 홍콩 마카오 대만을 제외하면 순수 해외관광객은 600만명 정도입니다. 그중 일본이 80만명, 러시아 66만명, 한국 51만명이고, 그 다음으로 태국, 미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순입니다. 한국이 중국인 해외여행의 세 번째 시장인 셈이지요. 올해의 중국관광객 유치목표는 57만명인데, 6월말 현재 30만명이 방한하여 목표대비 117% 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관광교류가 양국관계의 가장 기본이고 또 그 실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분명 현재의 한중관계는 불균형한 게 사실입니다만, 저희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 같은 현상이 극복될 것이라 보고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나간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경우는 일종의 과도기적인 현상입니다. 그동안 각 지방마다 관광지를 개발해 경제발전을 촉진시키려고 경쟁적으로 나선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과도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환경오염을 유발할 만한 수준에 다다른 경우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점을 중국정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도 각 지역의 관광자원을 보호하고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그 한 가지 사례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소림사(少林寺)를 들 수 있습니다. 소림사가 유명해지자 그 부근에 이를 본뜬 무술관이 앞다투어 생겨나는 바람에 소림사 자체가 퇴색할 위기에 빠진 겁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 난립한 무술관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황산이나 구채구도 정부가 개입해 생태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중국에는 강이나 호수에도 유명 관광지가 많다고 하셨는데요. 중국인은 특히 배를 타고 창강을 오르내리는 유람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여기는 것 같은데, 아직 한국인에게는 크게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글쎄요. 한국에서는 배를 타고 며칠씩 관광하는 경험을 해볼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한국관광객은 짧은 시간에 끝나는 관광코스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군데서 3시간 이상 걸리면 지루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창강유람을 제대로 하려면 일주일 정도, 중요한 곳만 본다 해도 최소한 2,3일은 배 안에서 먹고 자면서 주변경치를 즐겨야 합니다. 그래서 한국인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유럽인은 창강유람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중국의 경우 남방사람은 창강유람을 좋아하는데 북방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한국인을 상대로 창강유람을 홍보하려면 관광상품을 변형시켜 여러 가지 부담을 좀 줄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계절과 지역 조건 고려해야
-중국에는 자연경관뿐 아니라 역사유적이나 문화유산 등의 관광자원도 많은데, 한국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곳은 어디가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자연경관뿐 아니라 역사·문화유적 중에도 관심을 끌만한 곳이 많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불교와 관련된 유적지나 문화재가 그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안후이(安徽)성 쥬화산(九華山)은 중국 4대 불교명산으로 꼽히는 곳인데, 신라 왕자출신으로 알려진 김교각 대사가 열반한 곳이어서 한국의 불교신자가 많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불교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이곳 외에도 3대 석굴 즉, 다퉁(大同)의 운강석굴, 뤄양(洛陽)의 용문석굴, 둔황(敦煌)의 돈황석굴을 가보시라고 권합니다. 아주 감동적인 관광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이밖에 역사와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도시들도 유익한 관광지가 되리라고 봅니다. 실크로드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시안(西安)은 중국의 과거를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봐야 할 도시입니다. 한국의 경주와 성격이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동해안의 항저우와 쑤저우(蘇州)는 중국의 문화를 대표하는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쓰촨성의 청두(成都)는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가 다스린 촉(蜀)나라 땅으로 한국인에게 친숙한 유적지가 많습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충칭(重慶) 광저우 등 대도시들은 역사유적과 함께 오늘날의 중국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중국은 국토가 넓고 기후대가 다양하기 때문에 계절이나 지역을 고려한 관광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당연한 지적입니다. 기후대를 고려한다면 중국의 남방지역은 열대 내지 아열대지역이므로 여름보다는 겨울에 더욱 볼만하겠지요. 베트남과 맞붙어있는 남쪽의 쿤밍은 사계절이 봄날 같다고 해서 춘성(春城)이라고도 부릅니다. 반면 북쪽의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邇濱)은 추운 곳이어서 피서관광도 괜찮습니다. 이곳은 아예 한겨울에 가도 좋습니다. 해마다 겨울이면 얼음으로 만든 휘황찬란한 대형 조형물들을 전시하는 빙등제가 열리는데 아주 볼만합니다.
지역적인 요소도 매우 다양합니다. 실크로드나 몽골 티베트 지역은 중국에서도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한 곳으로 소수민족들의 삶의 모습이 이채롭고 자연풍광도 아주 독특한 고장입니다. 또 북쪽에서 남쪽으로 기차를 타고 여행하면 위도가 달라지면서 기후대도 변하므로 흥미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월에 베이징에서 쿤밍으로 기차여행을 하면 눈덮인 풍경을 보며 출발하지만, 창강을 건너면 차창 밖으로 유채꽃을 몇 시간씩 감상할 수 있고, 쿤밍에 도착하면 다양한 꽃들이 만발한 화사한 봄을 느끼게 됩니다. 이처럼 중국은 지역적 특징을 잘 알고 계획을 세우면 매우 다양하고 특색있는 관광을 할 수가 있습니다.”
뜸해진 싹쓸이 쇼핑
쉐야핑 지국장의 설명을 듣노라면 중국대륙의 다양한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중국관광이 말처럼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해마다 중국을 관광하는 한국인이 빠르게 늘어나다 보니 이런저런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인의 중국관광 실태를 따져보자.
-한국관광객의 증가추세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동을 겪으며 일시 감소했으나 이후 굉장히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금년 1~5월 중국을 찾은 한국인은 모두 101만7700명으로 2002년 동기대비 약 23%나 증가했어요. 작년엔 관광객이 크게 줄었습니다만, 사스파동으로 인한 예외일 뿐 전반적으로 한국인의 중국방문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겠습니다. 올해 6월 설문조사를 해보니까 중국을 찾는 한국인은 40세 이상이 많고, 지역별로는 서울과 주변도시에 사는 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을 찾는 외국관광객 가운데 한국인과 기타 다른 국가의 관광객을 비교해보면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한국인 관광객은 다른 외국인들과 비교해 관광기간이 짧은 편입니다. 대부분 5일을 넘지 않아요. 보통 3박4일이나 4박5일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곳을 돌아볼 수 있는 관광상품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어느 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휴식을 취하는 형태의 관광은 별로 원치 않아요. 반면에 유럽인이나 미국인 관광객은 10일 내지 2주일 정도의 긴 시간을 갖고 중국에 옵니다. 이들은 여기저기 관광도 다니지만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시간도 안배하는 편입니다. 또 한국인은 관광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영어를 구사하지 못해 반드시 한국어 가이드가 있어야 하므로 신경이 쓰입니다만, 대신 호텔이나 버스 등의 설비문제에 대해 유럽이나 미국인들보다는 관대한 편입니다.”
-한국인이 중국에서 주로 쇼핑하는 품목은 무엇입니까. 과거 동인당 같은 유명약국에서 한약재를 싹쓸이 쇼핑한다고 해서 말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현상이 진정됐는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이른바 싹쓸이 쇼핑현상이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사실 초창기에는 중국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이것저것 많이 샀고 또 한약재를 닥치는 대로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몇 차례 중국관광을 해본 사람도 많아져선지 전처럼 쇼핑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인이 주로 사가는 품목을 보면 역시 차(茶) 종류와 한약재, 진주를 비롯한 보석류들인데요. 한국인 입국자의 숫자에 비해서 쇼핑실적은 크게 떨어진 상태입니다.”
덤핑관광의 부작용 사례
-한국인 관광객의 씀씀이는 어떤 수준입니까.
“다른 외국관광객에 비해서는 중간 정도입니다. 구미지역에서 오는 관광객이 가장 돈을 많이 쓰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쪽 분들은 한번 중국에 왔다 가면 다시 오기가 쉽지 않으니까 이것저것 돈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반면 한국인은 언제든지 쉽게 다시 찾을 수가 있다고 여겨서인지 한꺼번에 많이 쓰지 않는 것 같아요. 단기적으로만 보면 구미 관광객이 많이 쓰고 가는 것 같지만 길게 보면 한국인이 많이 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베이징을 3박4일 여행하는 데에 그 비용이 20만원대인 관광상품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덤핑관광은 여러 가지로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요.
“덤핑관광이 중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만, 그 부작용이 작지 않아 저희로서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가장 큰 부작용 사례는 여행사측이 부족한 관광경비를 메우기 위해 쇼핑을 강요하는 행위입니다. 또 여행지의 선정이라든가 식사나 숙박시설 등에 있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계림의 경우가 좋은 사례입니다. 계림은 초창기에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던 곳인데, 요즘은 크게 감소해 한달에 3만4000명밖에 찾질 않습니다. 업체간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 싸구려 관광이 성행했고, 그 결과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지요. 덤핑관광은 또 한국과 중국의 여행사간 투어비용의 미수(未收)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중국정부로서는 일단 최저가격을 정해서 그 아래로는 덤핑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행사의 영업내용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기는 어렵고, 문제가 생기면 곧 해결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중국관광시 현지가이드가 관광객을 쇼핑상점으로 안내하면서 당국의 방침이니 의무적으로 가야 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국가에서 그런 방침을 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데에는 여행사의 체제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에선 아직도 국가 소유의 여행사가 많기 때문에 민간업체에 비해 경영마인드나 서비스 정신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여행사를 국가와 사회 직원들이 나누어 소유하는 식으로 개편하면 앞에서 지적한 문제점을 시정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중국을 관광하고 온 한국인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가 있으면 소개해주시지요.
“한국인은 대체적으로 중국관광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연풍경도 멋있고, 역사나 문화유적지도 볼 만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평가가 긍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나 위생문제 그리고 일부 가짜 제품의 범람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희로서는 이런 문제점들을 방치하게 되면 관광산업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개선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의 관광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비약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방문 외국인의 규모가 급속히 늘어나 관광분야 세계 상위권에 진입한 것은 물론, 해외로 나가는 중국인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중국 관광산업의 팽창은 우리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관광대국 중국의 실상과 한중간 관광역조 현상의 내막이 궁금하다.
쉐야핑 중국여유국 서울지국장
“금년 1월~5월까지 중국을 찾은 외국인은 연인원 4249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해 21.95%, 200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9.32%가 증가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사스파동으로 인해 관광객이 줄었기 때문에 금년에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기서 외국인이라고 했지만 그 안에는 홍콩이나 대만지역의 동포가 대거 포함돼 있습니다. 그들을 뺀 순수 외국인 관광객은 608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47.93%가, 2002년 동기간에 비하면 19.42%가 늘어난 것입니다. 중화권 관광객보다 순수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세가 훨씬 가파르다고 하겠습니다.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8년의 경우 중국을 찾은 외국인이 연인원 71만6000명이었는데, 9년 후인 1987년에 1000만명을 돌파했고, 1994년에 2000만명을, 2000년에 3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대단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요. 그 결과 1999년부터 중국은 세계 제5위의 관광대국으로 올라섰습니다.
관광객으로부터 벌어들인 외화수입을 보면 올해 1월에서 5월까지 87억20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는데, 이는 작년 동기대비로는 36.67%가 늘어난 것이고, 2002년과 비교해서는 9.49%가 증가한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최고기록은 2002년의 203억달러였습니다. 관광수입에서도 2001년부터 세계 5위로 올라섰습니다.”
확대되는 중국인 해외관광
-어느 나라 사람이 중국을 가장 많이 찾고 있습니까.
“일본인입니다. 2003년 통계를 보면 연인원 225만여명의 일본인이 중국을 찾아와 전체 외국인 입국자의 19.8%로 1위고, 한국이 194만여명으로 2위, 러시아가 138만여명으로 3위에 올랐습니다. 다음으로 미국 필리핀 말레이시아의 순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지난해 사스파동으로 인해 입국자가 많이 줄어들었는데요. 일본이 22.9%나 줄어든 데 비해 한국은 8.4%만 줄었을 뿐입니다.”
-중국의 관광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정확히 말하면 인바운드, 그러니까 외국인 관광객이 중국을 찾는 경우에 해당할 뿐 중국인의 해외관광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까. 현재 중국인의 해외관광은 어디까지 허용되고 있나요.
“중국인의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매우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만, 중국정부로서는 우선은 인바운드, 그러니까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노력하고, 다음으로는 국내관광, 그리고 나서 아웃바운드, 즉 중국인의 출국관광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출국관광은 1989년 해외관광 자유화조치 이후 매년 40~50%가 늘어나고 있을 정도입니다. 작년엔 사스파동을 겪었음에도 2000만명 이상이 출국했는데, 이 숫자는 일본인의 출국관광을 초과하는 것입니다. 중국인은 현재 28개 국가에 관광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만, 오는 9월1일부터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를 비롯해 25개 나라를 여행할 수 있도록 확대됩니다. 그렇게 되면 모두 53개 국가에 대해서 해외여행이 허용되는 셈입니다.”
-중국인의 관광취향은 어떻습니까. 문화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은가요, 아니면 오락이나 쇼핑에 흥미를 더 느끼는가요.
“해외여행을 가는 중국인은 생활수준이나 문화수준이 비교적 높은 층입니다. 서양문화라든가 한국이나 일본의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고 이해도도 높은 편입니다. 이들은 또 쇼핑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위스를 찾는 중국인은 아직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쇼핑액수는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보다 꽤 많은 것으로 통계에 나와 있어요. 그리고 카지노를 좋아하는 중국인 관광객도 많습니다. 이들은 한국뿐 아니라 마카오나 말레이시아 등지에 가서 카지노를 즐깁니다. 아예 카지노 위주의 관광을 원하는 사람도 많아서 이들이 주말을 이용해 카지노 여행을 할 수 있도록 개발한 상품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카지노장에서 보면 일본인보다 중국인이 많아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중국인구가 많아서 그렇지 비율로만 본다면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불균형한 한중간 관광교류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관광자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중국은 아시다시피 국토가 넓지 않습니까. 그래서 관광자원이 매우 다양합니다. 관광객에게는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선택할 기회가 널려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중국 자체가 워낙 발전과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관광지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장가계나 구채구 같은 명승지는 3년여 전만 해도 사람들이 잘 몰랐던 곳인데, 최근엔 매우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관광선진국의 관광자원이란 게 대개는 고정적이어서 한번 갔다 오면 다시 갈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데, 중국은 무엇보다 갈 때마다 새로운 관광자원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매력일 것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곳이 중국이다, 그래서 관광을 하고 오면 결코 헛수고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처럼 중국의 변화가 빠르다 보니 문제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아직도 서비스의 수준이라든지 위생설비 혹은 안전 등에 문제가 산재해 있어 관광산업의 발전에 보조를 맞춰가면서 시정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제주도를 찾은 중국관광객들. 섬에 대한 동경심이 있고 깨끗한 바다를 접할 기회가 드문 중국인들은 제주도를 최고의 관광지로 꼽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추산한 바에 따르면 2020년에 중국은 세계 1위의 관광객 유치국가가 되고, 관광객 송출규모는 세계 4위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만, 중국의 발전속도와 관광객의 취향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WTO의 이런 예측은 실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사스파동을 겪고 난 이후 중국정부는 세 가지 측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선 사스로 인해 위축된 관광업계를 격려하기 위해 각종 우대정책을 실시하는 등 관광시장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해외 각국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는 등 관광산업 마케팅에도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이나 포에버’ 같은 구호를 전세계적으로 알리고 CNN 등 세계에 네트워크를 갖춘 매체에도 지속적으로 광고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이밖에 위생문제를 점검해서 개선하는 데에도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요. 가령 전에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각 지역에서 알아서 해결하도록 했습니다만, 사스파동 이후에는 정부 차원에서 통제하고 문제발생시 즉각 대응, 조치하는 시스템으로 개선했습니다. 어쨌든 사스파동으로 인해 위생의식과 안전의식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것들을 소홀히 했다가는 큰 손해를 입거나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으니까 말입니다.”
-한국인의 중국관광 열기에 비해 중국인의 한국관광 실적은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금년 5월까지 중국을 찾은 한국인이 101만여명인 데 비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22만여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약 5대1의 비율입니다. 이 같은 불균형이 해소되어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까.
“그런 불균형이 초래된 원인을 두 가지로 요약하면 우선 한국관광 상품 가격이 중국인에게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점입니다. 현실적으로 한국관광을 하는 경비로 동남아 몇 개국을 갈 수 있거든요. 이런 가격상의 문제가 중국인의 한국행을 어렵게 만드는 한 가지 요인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한국과 중국이 같은 한자문화권으로 서로 비슷한 면이 많기 때문에 이질감이랄까 신선감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인이 가고 싶어하는 곳을 안배한 특색있는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관광콘텐츠를 제대로 개발하기만 하면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늘어나리라고 봅니다.”
-한중간 관광교류의 발전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중국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하고 관광여건이 갖춰져 있는 곳입니다. 항공노선이나 기차 버스 등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고 호텔이나 음식점 쇼핑점도 완비되어 있습니다. 치안도 다른 외국에 비해 안전하다고 자부합니다. 또 한국인이 중국관광에서 만족을 느끼게끔 정부 차원에서도 노력중입니다. 앞에서 한국인의 중국방문에 비해 중국인의 한국방문이 적은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셨습니다만, 이 문제도 중국의 경제가 계속 발전해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점차 해소되리라고 봅니다. 한국은 독특한 자연과 문화 그리고 현대화된 면모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중국인이 가보고 싶어하는 나라입니다. 앞으로 한중 양국 국민들이 상대국을 많이 찾아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인의 한국관광 실태
한국인의 중국관광이 러시인 데 비해 중국인의 한국관광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태다. 그러나 쉐야핑 지국장의 설명대로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중국인이 한국으로, 해외로 쏟아져나올지 모른다. 최근들어 부쩍 늘어나기 시작한 중국인의 해외관광, 특히 한국관광의 실상은 어떤 것일까.
안용훈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장은 대만대학 사학과에서 수학했고 1979년 한국관광공사에 입사한 이래 타이베이(臺北)지사장과 중국·동남아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중국통. 2002년 4월부터 베이징지사장으로 부임,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안 지사장에게 먼저 한국을 찾는 중국인에 대해 물었다.
-해외관광 하면 색다른 나라를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요. 중국인의 해외관광 현황을 보니까 의외로 화교권 내에서의 이동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럽이나 미주 쪽은 아직은 중국인에게 먼 나라라고 봐야 할까요.
“아무래도 홍콩이나 마카오 대만은 동일 언어권이어서 편리한 점이 많고, 음식도 입에 맞으니까 손쉽게 목적지로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고 볼 수 있죠. 작년의 경우 미주와 유럽을 관광한 중국인이 약 6만명에 불과했습니다만, 금년엔 이 지역의 해외여행 자유화 대상국가가 늘어났기 때문에 관광객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중국에서 미주나 유럽에 갈 만한 계층은 고소득층에 한정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여행경비만 해도 한국을 택할 경우 보통 4000위안(약 60만원) 정도인 데 비해 유럽지역은 최소한 1만5000위안은 들어야 할 테니까요. 아마도 동남아나 한국 일본 등지를 다녀온 부유층 사람들이 유럽이나 미주 혹은 호주로 떠나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해외여행을 하는 중국 부유층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어떤 사람들입니까.
“중국에서 해외관광, 특히 미주나 유럽지역을 갈 수 있을 정도의 부유층은 보통 전체인구의 3%인 4000여만 명의 상위 소득자층을 지칭합니다. 이들은 대개 저택과 자가용을 가지고 있고, 비교적 높은 봉급을 받으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지역적으로는 동부의 연안도시지역에 부유한 사람이 많이 삽니다. 그래서 저희가 적극적으로 관광객 유치활동을 펼칠 대상으로 연안의 10개 도시를 꼽고 있습니다만,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내륙의 청두(成都)나 충칭(重慶)에서도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이 적지 않거든요. 항공노선이라든가 선박편 등 이동수단이 어떻게 구축되어 있느냐도 소득수준 못지않게 출국관광의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지요.”
인기코스, 롯데월드와 에버랜드
-한국을 찾는 중국인도 그런 부유층 사람들입니까.
“아무래도 부유층이 많겠습니다만, 중산층도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한국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고소득 관광객들은 카지노를 즐기는 등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반면, 중산층 관광객은 대개 처음으로 외국관광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이나 동남아지역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들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일부 저소득층도 한국을 찾는데, 소속 회사나 단체에서 관광단을 조직해 나오거나 아니면 인센티브 제도에 의해 해외여행을 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또 한국의 경제발전상이나 산업시설을 시찰한다는 명목으로 공무형태를 띠고 오는 사람들도 있고 수학여행단도 있습니다. 요즘엔 한류(韓流) 열풍으로 유명연예인 팬클럽의 한국방문단도 생겼습니다. 매우 다양해졌어요.”
-현재 가장 일반적인 한국관광은 코스와 일정이 어떻게 짜여 있습니까.
“지금 저희가 주로 팔고 있는 상품은 4박5일 코스입니다. 이밖에도 3박4일이나 6박7일 코스도 있고 15일 이내의 장기 코스도 있습니다. 4박5일 표준코스의 경우 이동 거점은 서울과 부산 그리고 제주도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베이징에서 이런 한국 여행상품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여행사가 15개입니다.”
-중국관광객이 많이 찾는 한국의 관광지는 대개 어떤 곳입니까?
“서울과 경기도, 부산, 제주도가 중국인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 경기의 경우 경복궁과 월드컵경기장 롯데월드 에버랜드 등이고, 부산은 자갈치시장, 제주도에서는 용두암과 서귀포의 폭포 등 자연경관을 둘러보는 게 전형적인 관광코스입니다. 요즘에는 판문점을 찾기도 하고 수안보 등 온천지역을 둘러보기도 합니다. 롯데월드나 에버랜드는 놀이시설이 중국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중국인들의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중국은 큰 대륙이지만 연안에 살고 있는 주민들 외에는 바다를 접할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고, 또 바다의 오염이 심하고 물도 깨끗하지 않거든요. 그래서인지 제주도를 둘러본 중국인들은 깨끗한 바다와 해안의 절경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찬탄을 금치 못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어떤 사유로든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사람은 대개 제주도에 가보기를 원하더군요. 일반관광객뿐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지도층 인사들도 예외없이 제주도를 찾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중국의 내륙지역은 물론이고 연안의 도시에서도 제주도처럼 아름다운 곳은 보기 힘듭니다. 예를 들어 칭다오나 옌타이(煙臺) 샤먼(廈門) 등 경치가 좋은 연안도시에서도 바다경관을 볼 수는 있지만 제주도와는 비교가 안되거든요. 제주는 특유의 이국적 경관은 물론이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 맑은 공기 등 한마디로 청정지역 아닙니까. 이런 천혜의 자연환경을 중국인들이 동경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중국에도 제주도에 견줄 하이난다오(海南島) 같은 섬이 있지 않습니까.
“사실 중국은 국토의 크기에 비해 섬이 귀한 편입니다. 그래서 중국인은 누구나 섬에 대해 동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어로 관광이라는 말을 루유(旅游)라고 해서 삼수변이 붙은 글자를 씁니다. 물이 있는 곳으로 가서 즐기는 것이 관광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중국인을 상대로 한 한국관광 상품도 바다경관을 중심으로 구성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이난다오는 가장 큰 섬이고 기후가 온화하다는 점에서 인기지역이긴 합니다만, 제주도의 풍광에 비할 바는 못 된다고 봅니다. 사계절의 변화, 특히 겨울에 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한라산 같은 명산이라든가, 여러 가지 즐길 만한 요소가 있어 제주도가 훨씬 뛰어납니다. 거기다가 중국인 입장에서는 제주도는 외국이니까 하이난다오에 비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금수강산이라고 하는 한국의 자연경관에 대한 중국인들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안용훈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장
설악산은 중국인들도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금년에는 우리나라에 산재해 있는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10대 명산 혹은 10대 국립공원으로 묶어서 중국관광객을 상대로 한 특집 관광상품을 내놓을까 합니다. 한국의 자연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등산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우리에게는 금강산이라는 명산이 있지 않습니까. 아직까지 금강산 관광에 제한이 많고 경비부담도 큽니다만, 설악산 등과의 연계관광 등 점차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면 좋은 관광자원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중국의 자금성이나 이화원 같은 거대한 역사문화유적에 비하면 한국의 경복궁이나 비원은 상대적으로 왜소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을 다녀온 한국인들은 중국사람이 한국에 와서 궁궐을 보면 우습게 여기지 않겠냐는 말을 하곤 합니다. 실제로 한국에 와서 고궁을 둘러본 중국인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규모면에서 한국의 궁궐이 중국의 자금성 등에 비해 작은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자금성이나 이화원 등 중국의 역사유적이 거대하고 웅장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한국의 궁궐처럼 아름다운 산수를 배경으로 한 아기자기하고, 정교한 멋은 없습니다. 서울의 궁궐을 둘러본 중국관광객은 대부분 작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만, 그러면서도 주위의 아름다운 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자금성 vs 경복궁
-현재까지 개발된 우리의 관광상품이 중국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한 요소가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관점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우리의 관광자원이 중국인을 끌어들일 만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규모와 크기를 비교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습니다만, 한국관광에서는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거든요. 예를 들어 38선이나 비무장지대(DMZ)의 경우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면 무언가 깊은 느낌을 받게 된다는 중국인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 지역에서의 과거 역사를 보고 듣다가 떠날 때 쯤에는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떤 감동을 안겨줄 수 있고, 스토리가 있는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데 한층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중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에 오려면 동남아 몇 개국을 관광할 수 있는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비용대비 만족감이란 측면에서 동남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의 경제, 물가수준은 중국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또 동남아에는 비슷한 수준의 나라들이 인접해 있기 때문에 한번 해외여행시 2, 3개국을 관광할 수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는 주마간산식으로 한 차례 여행에서 여러 나라를 둘러보는 것을 선호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또 자기네 나라가 워낙 크다 보니 해외관광에 나가서도 여러 군데를 둘러보아야 만족스럽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동남아지역 관광상품의 경우에는 저가공세와 더불어 옵션상품이 굉장히 많습니다. 어떤 옵션상품은 한 사람이라도 참가하지 않을 경우 단체 모두를 관광시키지 않기 때문에 여행사와 소비자 사이에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동남아는 열대기후지만, 우리에게는 사계절이 있습니다. 봄의 온화함, 가을 단풍, 겨울의 눈은 동남아에서 느낄 수 없는 우리만의 관광자원입니다. 조사에 의하면 2003년 한국을 찾은 외국관광객 중 한국 이외에 다른 나라를 관광해본 경험이 있는 경우가 평균 34%인 반면, 중국인은 45%로 높게 나타나고 있어요. 이들 중국인은 대부분 가격이 저렴해 한번에 2, 3개국을 여행할 수 있는 동남아를 방문한 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2003년도 중국측 통계를 보면 해외관광 제1목적지로 한국을 꼽은 사람이 태국이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꼽은 사람보다 많습니다. 이것만 보아도 우리나라가 동남아 국가와의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관광을 한 중국인은 대개 어떤 평을 하고 있습니까.
“사람마다 보고 느끼는 게 다르므로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대체적으로 기대했던 것 이상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는 반응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실망감을 나타내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어떤 사람은 두 번 다시 한국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국관광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의 지적사항 가운데는 먹는 게 부실했다는 의견이 많고,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다는 불만도 많습니다.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은 덤핑관광에서 비롯된 현상인데요. 예를 들어 제주도에 가서도 여미지식물원이나 천지연폭포 같은 곳에는 들르지 않고 정식 민속촌도 아닌 조그만 마을을 구경시켜 주는 식이라는 것이에요. 비용을 줄이려 입장권을 사야 하는 곳은 가급적 피한다는 것이죠. 이 경우 해당 관광객의 불만도 문제지만, 이런 내용이 입에서 입으로 퍼져서 한국관광 가봐야 볼 것이 없더라는 식으로 인식되면 우리로서는 치명적입니다.”
-다른 외국관광객과 중국인관광객을 비교해 보면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먼저 중국인의 해외관광 현실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해외관광은 완전히 자유로운 게 아닙니다. 중국인이 자비로 자유롭게 해외관광을 할 수 있는 나라나 지역은 홍콩 마카오 한국 등을 포함해 29개국 뿐이고, 이곳도 반드시 아웃바운드여행사로 지정된 528개 여행사만을 이용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중국인의 한국여행은 양국간에 지정한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관광만이 가능합니다. 대부분이 여행사의 일정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개인관광은 기업 또는 기관의 초청에 의한 비즈니스관광이 대부분입니다. 어떤 경로로 한국에 오든 중국인의 씀씀이가 다른 외국인보다는 큰데, 이들은 쇼핑에서 만족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것 같아요. 자기네 상품보다 좋은 물건을 구입하는데, 물건을 잘 샀다며 굉장히 좋아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식입니다.”
중국인의 쇼핑 취향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동대문시장에서 의류 쇼핑을 하면서 만족해 한다는 보도가 많았는데, 지금은 거꾸로 우리가 중국산 의류를 사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제 중국관광객은 한국에 와서 무얼 사가지고 갑니까.
“중국인의 쇼핑품목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고가 제품으로 홍삼제품과 인삼제품 그리고 자수정을 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몇 가지를 빼면 이렇다 할 특산품이 없다는 겁니다. 너무 단조롭다는 것이지요. 일본의 경우를 보면 각 지방마다 특산물이 다양하게 개발돼 있습니다. 우리도 각 지방의 특성을 살린 제품을 개발해 관광상품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의류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최근에는 한국 의류가 싸고 좋다고 해서 샀는데 나중에 보니까 메이드 인 차이나 표시가 돼있더라는 얘기가 많이 들립니다. 또 우리나라의 고유 브랜드로 질 좋고 유명한 제품을 비싸게 주고 사왔는데, 이미 중국에 이미테이션 제품이 나돌더라는 말도 자주 들립니다. 한국에서 어떤 제품이 유행하면 한두 달도 못 되어 중국에 복제품이 나돈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당국의 제도적인 방지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중국인이 질 좋은 우리 고유 브랜드 제품 구입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관광객의 씀씀이가 크다고 하셨는데, 1인당 소비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저희가 2003년도에 외래관광객 방한실태조사를 해보니까, 개별관광객의 평균소비액이 1262달러였는데, 그중 중국인은 1427달러로 평균보다 162달러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인의 경우 831달러로 적은 편이었고, 미국인 1727달러, 대만 937달러, 홍콩 1421달러, 싱가포르 1357달러 등으로 중국인의 소비규모가 중화권의 관광객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어요. 여행사 패키지관광으로 온 경우에도 평균소비액이 1093달러였는데, 중국인은 1363달러로 평균보다 270달러나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걸 보면 중국인의 씀씀이가 만만치 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중국인의 한국관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덤핑관광의 폐해다. 또 중국관광객을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중국측의 협조가 미진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인의 중국관광에서 덤핑의 폐해가 지적되고 있습니다만, 중국인의 한국관광에서도 그런 현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덤핑관광의 실태는 어떠하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중국여행사에서 한국측 랜드사에 지급하는 비용은 베이징 지역의 경우 하루 35달러 수준입니다. 상하이는 30달러 이하, 심지어는 25달러 이하인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보통 한국관광상품이 4박5일이고 보면 한국 랜드사에서 받는 관광비용은 1인당 약 120~140달러 수준이 됩니다. 이 비용으로 숙식 교통 관광 등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우리 물가수준에 비추어 보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지요. 때문에 국내여행사에서도 자수정이나 인삼 등을 쇼핑할 때 가격을 높게 책정해서 투어 원가를 보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연히 바가지쇼핑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게 마련이지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 여행업계에서는 8월부터 하루 40달러 이하의 랜드비는 받지 않기로 결의한 바 있습니다.”
배고프다는 중국관광객의 불평
-최근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상하이발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중국관광단을 이끌고 온 가이드가 관광객들을 모아놓고는 “이제 식당으로 이동할 텐데 식사하다가 먹을 게 부족하다고 불평하거나 떠들지 말라. 더 달라고 하면 더 주니까 너무 걱정 말라”고 당부하더라는 거예요. 평소에 중국관광객들이 어떤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지를 잘 말해주는 사례입니다. 음식의 맛을 따지기 이전에 절대적인 양에 있어 부족감을 갖는다는 게 중국관광객의 대표적인 불만사항 중 하나라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딜럭스 상품일 경우 그런 불만의 요소가 별로 없습니다만 보통의 관광상품이나 중저가상품 쪽으로 내려가면 식사 부실 문제가 지적됩니다. 이런 구조적인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양국의 식생활 자체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중국 사람은 기름에 튀기고 볶은 음식으로 식사를 해야만 뱃속에 기름기가 남아 허기진 줄을 모르는데, 한국음식은 그렇지 않거든요. 무침 같은 냉요리가 많고, 가급적 기름기 대신에 야채를 권장하는 분위기 아닙니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고픈 상태에서 관광이 제대로 될 리 없겠지요. 그렇다면 해결책은 크게 돈 들이지 않고 중국인 식성에 맞는 음식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조차 제대로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중국인을 위한 메뉴 개발을 귀찮아하고, 여행사는 여행사대로 식사단가를 올려줄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그냥 낮은 가격에 대충 때우려는 자세인 것 같아요. 조금만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한국을 다녀간 중국사람들에게서 배고프다는 말은 나오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관광객보다는 중국을 찾는 한국인이 훨씬 많지 않습니까. 관광역조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이는 단순히 관광객의 많고 적음을 떠나 양국 관계의 현주소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우리만 일방적으로 중국에 접근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관광을 통해서 본 한중교류의 실상과 전망은 어떻습니까.
“2002년에는 212만2000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방문했고, 2003년에는 사스파동으로 인해 194만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반면 중국인의 한국방문은 2002년에 53만9000명, 2003년에 51만4000명에 불과했습니다. 양국의 인구를 감안하면 우리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중국을 찾은 데 비해 중국은 13억 인구 중에서 극히 일부가 한국을 찾은 셈이지요.
이런 실적을 놓고 중국정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하면 ‘한국은 해외여행을 자주 할 수 있을 만큼 잘살지 않느냐, 중국도 잘살게 되면 관광객이 크게 늘 것’이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나 관광이라는 게 국가간 교류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된다고 봅니다. 관광 교류를 통해서 상호간에 이해가 증진되고 서로 화합하게 되는,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현재로서는 우리가 관광수지 적자를 보고 있지만 2010년경에는 중국의 출국관광객이 1억명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때쯤이면 중국인의 한국방문도 지금보다는 훨씬 활발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관광객의 방한여건을 조성하고 저변을 확대해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대에 못미친 월드컵 특수
-지난 2002년에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10만명 이상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측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대회기간을 전후해 실제로 한국을 찾아온 중국인 수는 기대에 훨씬 못미치지 않았습니까. 어떤 이유가 있었습니까.
“당시 6만7000여명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처음엔 정책당국의 고위층 사이에서 우호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졌고 중국측도 월드컵 참관을 독려했었죠. 또 우리측에서 중국의 고위층을 대거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중국정부가 중국인의 월드컵 참관을 지지해주고 후원해 주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