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한때 소련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던 땅이며 좀더 넓게 보면 동쪽으로 중국 신장, 서쪽의 카스피해 지역을 아우른다. 저자는 혼란스럽게 사용되는 중앙아시아의 개념을 정리한다. 100여 민족이 혈연을 초월해 ‘도스트릭(우정)’으로 맺어지는 독특한 인간관계, 우리와 너무도 유사한 언어와 생김새 등 중앙아시아 문화 전반을 훑으며 왜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가 이곳을 ‘다가오는 제국’이라 했는지 그 답을 구한다. 현재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는 재외동포(꼬레 사람)가 35만명에 이른다는 사실도 놀랍기만 하다. 청아출판사/ 440쪽/ 1만5000원
새뮤얼 헌팅턴의 미국 새뮤얼 헌팅턴 지음/형선호 옮김
정통 보수주의자이자 주류 백인인 헌팅턴은 하나의 언어, 하나의 종교, 하나의 신조로 이루어진 미국이 히스패닉에 의해 두 개의 국가, 두 개의 문화권으로 나뉘고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의 정체성은 미국의 신조(정치적 이념)와 앵글로-개신교도 문화로 규정된다. 흔히 기회의 평등, 자유와 정의, 정부의 책임성 같은 사회적 합의를 미국의 신조라 부른다. 미국 문화의 뿌리는 영국에서 건너온 개척자들에게서 비롯됐다. 이들이 미국의 신조를 탄생시켰고 국가적 언어를 결정하며 다양한 제도를 만들었다. 헌팅턴은 범세계주의, 제국주의, 국가주의 세 가지 갈림길에서 미국이 가야 할 길은 국가주의라고 말한다. 김영사/528쪽/1만9900원
쿨하게 출세하기 박창식 지음
정치나 관료, 시민운동, 학자, 저술가 등 공적 분야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이해찬 총리는 연구 대상이다. 우선 그는 고속출세 또는 압축성장의 전형이다. 50대 초반에 5선 의원이 됐으며 52세에 국무총리가 됐다. 둘째, 그는 운동권 출신 첫 총리다. 과거 행정의 달인이나 명망가형 총리와 다르다. 셋째, 그는 능력은 있으나 인덕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넷째, 비범함과는 거리가 멀다. 저자는 흔히 면도날, 송곳에 비유되는 모난 인간성을 통해 이 총리의 캐릭터를 분석하고 세간의 평판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승부해온 이 총리의 예를 통해 독특한 성공모델을 제시한다. 인물과사상사/250쪽/8000원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전2권) 정민, 박수밀, 강민경, 박동욱 지음
물색(物色)이란 한자말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옛날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에서 빛깔이 같은 말을 색마(色馬), 힘이 같은 말을 물마(物馬)라 했다. 물색은 빛깔과 힘이 균일한 네 마리 말을 일컫는데 물색이 같아야 수레가 뒤집히지 않고 잘 달린다. 짐작(斟酌)에서 ‘짐’은 술잔에 넘치지 않게 술을 따르는 것을, ‘작’은 흘러넘치도록 많이 따르는 것을 가리킨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의 뜻과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풀어 설명한다. 1권은 ‘생활과 한자’, 2권은 ‘문화와 한자’로 권별로 100여개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하나의 어휘가 비슷한 어휘로 확산하며 그것이 주제로 연결되고 다시 파생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휴머니스트/각 284쪽/각 1만5000원
서유기 오승은 지음/연변인민출판사 번역팀 옮김(전10권)
중국 4대기서 중 하나요 동양 판타지의 고전인 ‘서유기’ 정역본이 나왔다. 현암사가 펴낸 ‘서유기’는 명나라 금릉 세덕당 판본을 기본으로 양민재 판본과 이탁오 평본, 청나라 건륭제 때 출간된 ‘새로운 서유기’ 판본을 참조해 연변대 중국문학 교수들이 공동으로 번역한 것이다. ‘서유기’는 중국 당나라 때 불경을 구하러 인도로 떠난 현장법사의 18년에 걸친 여행을 모티프로 했으나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을 중심으로 수많은 요괴가 등장하는 장대한 판타지로 완성됐다. ‘서유기’는 악과 맞서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반지의 제왕’, 세속화된 신들의 모습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맞닿는다. 중국화가 37명의 그림 268장이 수록돼 있다. 현암사/반양장 각 8500원, 양장 각 1만8000원
아더왕 이야기 장 마르칼 지음/김정란 옮김
아더왕 이곳에 잠들다. 일찍이 왕이었고 이후로도 왕일 사람이…(글래스턴베리 수도원, 아더왕의 묘비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는 방대한 신화체계의 일부일 뿐이다. 저자는 켈트신화 가운데 널리 알려진 아더왕의 전설을 역사소설로 재구성했다. 시대적 배경, 멀린과 아더의 탄생, 원탁의 기사들의 결집, 카멜롯 최고의 기사 란슬롯, 아더왕의 누이 모르간에 얽힌 전설, 성배를 찾아 나선 기사들, 아더왕의 죽음과 아발론 이야기까지 각 민족의 신화와 전설 속에서 조각난 이야기들을 한데 모으고 기독교의 영향으로 복잡하게 얽힌 ‘아더왕 이야기’를 아우른 결정판이다. 올해 안에 8권으로 완간할 예정이다. 뮈토스/각 400쪽 안팎/각 8900원
바그다드 소녀 투라의 일기 투라 알-윈다위 지음/한경심 옮김
이라크의 중산계급 시아파 회교도 가정에서 태어난 투라는 약학대학 재학중 전쟁을 맞았다. 투라의 일기는 전쟁 직전인 2003년 3월15일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이 여권을 발급받으려 아우성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어 “48시간을 준다”는 부시 대통령의 최후통첩이 뉴스시간에 전해지고 투라는 ‘아직까지는 괜찮아’라고 적는다. 3월20일 ‘충격과 공포’ 작전에 바그다드는 연기에 휩싸였다. 이라크판 ‘안네의 일기’라 할 투라의 일기가 BBC 다큐멘터리로 알려지면서 투라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전액장학생으로 선발됐다. 동아일보사/252쪽/8500원
반역의 책 조너선 스펜스 지음/이준갑 옮김
청나라 옹정제와 대역죄인 쩡징이 공동집필한 희대의 기서 ‘대의각미록(大儀覺迷錄)’. 왜 옹정제는 쩡징을 사면했을까. 답은 ‘대의각미록’에 있다. 스펜스는 옹정제와 쩡징이 서면질의응답 형식으로 주고받은 ‘대의각미록’을 토대로 이 사건을 재구성했다. 역모를 꾸미는 한족 지식인 쩡징, 속임수에 넘어가 대사를 그르친 장시, 반청(反淸)사상을 갖고 있으면서도 보신에만 급급한 총독 웨중치, 옹정제의 심복 오르타이 등 수많은 등장인물이 1720∼30년대 중국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화이론(華夷論)을 들먹이며 만주족의 지배를 현실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한족 지식인들과 이들을 설복하려 했던 옹정제의 밀고당기는 심리게임에서 진정한 승자는 누구였을까. 이산/376쪽/1만6000원
DMZ의 봄 주성일 지음
비무장지대 인민군초소에서 국군초소까지는 뛰어서 5분, 천천히 걸어도 10분이 채 안 되는 거리지만 스무 해 인생을 버리고 그 길을 내딛기는 쉽지 않았다. 2002년 2월19일 북한군 상급병사(병장) 1명이 경의선 남측 최북단 도라산역 부근으로 귀순했다. 그는 함께 월남하다 고압선에 걸려 죽은 병사를 애도하는 뜻에서 줄곧 ‘탁은혁’이란 이름으로 살았으나 이 책을 쓰면서 본명 주성일로 돌아왔다. 북한군 장교 가정에서 태어나 군인이 꿈이었던 소년은 중학교 졸업 후 인민군 특수 병종에 발탁돼 6년 동안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했다. 이 책은 이름과 달리 온갖 병력이 배치돼 있는 완전무장지대, 군대에 불어닥친 ‘사모님 따라 배우기 운동’, 황장엽 전 비서의 귀순과 숙청 등 저자가 겪은 북한군의 현실이 가감 없이 기록돼 있다. 시대정신/343쪽/1만원
여성의 근대, 근대의 여성 김경일 지음
1920년대 신여성의 출현은 근대성의 표상이었다. 그들은 짧은 다리와 통통한 몸, 쌍꺼풀 없는 눈 대신 곧게 뻗은 다리와 늘씬한 키, 단발머리로 나타났다. 이 책은 1880년대부터 해방전까지 신여성 담론을 근대적 여권사상이 도입된 시기(1880∼1910), 신여성을 새 시대의 선구자요 창작자로 동경하던 시기(1930년대 중반까지), 전시체제에 들어서 서구적인 것을 부정적으로 매도하던 시기(1930년대 후반∼해방까지) 3단계로 나누고 신여성의 개념 정의와 변천을 살펴본다. 저자는 신여성이 식민지 상황의 한계 속에 민족의식과 자기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한다. 푸른역사/400쪽/1만6500원
내가 읽은 책과 세상 김훈 지음
낯익은 제목 ‘내가 읽은 책과 세상’은 1989년 처음 세상에 나왔다. 당시 책머리에 저자는 이렇게 고백했다. ‘여기에 모인 글 부스러기들은 대부분이 밥을 벌기 위해 허둥지둥 쓴 글들이다.’ 지난해 출간된 그의 에세이 ‘밥벌이의 지겨움’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15년 전 기록을 다시 들추고 고치고 보충하는 일은 그답지 않다. 쓴 글을 다시 들여다볼 때 수치와 모멸을 견디기 힘들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이렇게 또 한번 팽개치듯 원고(개정판)를 내던지고 그는 출발선상으로 돌아간다. 1980년대 그가 심취했던 시 세계를 엿보는 것도 흥미롭다. 시를 읽고 세상을 읽는 눈, 시와 시인을 함께 읽는 가슴을 느끼게 해주는 글 47편을 엮었다. 푸른숲/296쪽/1만1000원
역사는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이이화 지음
역사가는 조리사와 같다. 재료를 모아 골라 다듬고 조미료를 첨가해 음식을 완성하듯 사료를 고르고 인용하여 자신의 사관에 따라 최종적으로 ‘역사 글’을 내놓는다.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이 책은 엄숙주의에 빠진 역사 대신 쉽고 재미있고 의미있는 역사를 만들려 노력해온 저자의 발자취가 느껴지는 에세이다. 1부에서 자전적 이야기 ‘역사학자로 걸어온 길’을 풀어놓고, 2부 ‘시대에 도전한 역사인물 이야기’에서 정여립, 허균, 전봉준 등 역적으로 몰려 죽은 이들을 약전(略傳) 형태로 소개했다. 3부 ‘좌절과 갈등의 현대사’는 해방 이후 분단과 독재정권 아래 좌절을 겪었던 우리 사회가 어떻게 민주화의 길을 걸어왔나 살펴보고, 4부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에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 등을 통해 역사는 결코 과거 이야기만이 아님을 강조했다. 산처럼/280쪽/1만원
생각의 리더 10인 황호택 지음
무엇이 성공인지는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무슨 일로든 정상에 오른 사람은 열정과 집념의 소유자이며 인생의 어느 순간 결단과 도약의 단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SK텔레콤 최연소 상무로 화제를 모은 윤송이씨는 이를 가리켜 ‘기존의 것을 이용하기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탐험 정신’이라 했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10개월 동안 ‘신동아’ 지면을 통해 소개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정명훈, 강제규, 강우석, 박중훈, 손학규, 전윤철, 이수호, 노회찬, 홍성대, 윤송이 등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사람들이지만 요리조리 파고드는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내면고백을 들을 수 있다. 동아일보/304쪽/1만1000원
집으로 돌아오다 로버트김 후원회 엮음
“사람에게 구멍이 있다! 모범수의 사회적응 프로그램의 하나로 허용되는 주말외출을 다녀오면 벌거벗어야 한다. 그리고 몸의 모든 구멍을 내보인다. 엎드려 항문을 보이고, 개처럼 입을 벌리며 억지로 기침도 한다. 이렇게 수모를 당해도 소중한 주말외출을 포기할 수는 없다.”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 미 해군정보국에서 근무하던 중 한국 무관에게 정보를 유출한 죄로 9년 징역, 3년 보호관찰형을 선고받은 사람. 그런 그가 2004년 7월27일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모두 ‘나의 실수’였다며 지금까지 아껴준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절망 속에서 지켜낸 한 인간의 신념과 희망 앞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한길사/272쪽/9000원
만들어진 전통 에릭 홉스봄 지음/박지향·장문석 옮김
스코틀랜드인은 씨족 고유의 격자무늬 천으로 짠 킬트를 입는다. 흔히 킬트가 까마득한 고대로부터 전래된 줄 알지만 실은 18세기에 발명된 것이다. ‘천년 전통의 장관’ ‘수백년 동안 지속되어온’이란 수식어가 붙는 영국 왕실의 기념식 또한 대부분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졌다. 저자는 이를 현재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과거의 이미지, 즉 ‘만들어진 전통’이라 부른다. 이 책은 유럽에서 전통이 대량생산되던 19세기를 집중 분석한다. 그리고 전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역사란 ‘실제로 어떠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기억되는가’임을 밝히고 있다. 근대 일본의 국가의례를 다룬 ‘화려한 군주’와 좋은 짝을 이루는 책이다. 휴머니스트/592쪽/2만5000원
사랑, 그 환상의 물매 김영민 지음
철학자가 ‘사랑’을 주제로 에세이를 썼다. 책에 실린 85편의 글은 저자가 개인 홈페이지(jk.ne.kr)에 차곡차곡 올린 것이다.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 ‘안심(安心)’하지 못하는 상태, 결국 번뇌의 한 단층이다. 사랑은 ‘마음’의 거래방식이 아니다. 사랑에 관한 한 마음을 주려고도 받으려고도 하지 말라. 영화 ‘오아시스’를 보면서 그는 말한다. 영화의 교훈은 유형화된 ‘마음’을 멀리하고 대신 말과 살을 달리 ‘대접’하라는 것이라고. 사랑에 관한 아포리즘은 알 듯 모를 듯 가슴을 울린다. 흔히 ‘불꽃 같은 정열’로 묘사되는 사랑이 아닌, 말과 살로 엮어가는 연하디연한 놀이로서 새로운 사랑법을 제시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마음산책/264쪽/1만1000원
가치투자를 말한다 커크 칸잔지안 지음/김경민 옮김
“사람들은 10% 세일에 만족하지 않는다. 20%가 되면 살펴보고 30%가 돼야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주식을 살 때는 옷을 사는 10대들 같아진다. 유행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산다.” 뮬렌캠프&컴퍼니 로버트 뮬렌캠프 회장의 말이다. 기업의 내재가치에 근거해 저평가된 우량기업에 장기간 투자하는 가치투자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는 미국을 대표하는 펀드매니저 20인과 일문일답 형태로 혹독한 주식거래에서 이기는 법을 찾는다. 닷컴버블의 붕괴 속에서도 높은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을 보면 그들은 항상 시장에 머물며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오너라고 생각하고, 인기 없는 주식을 매입하고, 매입 때부터 매도 목표가를 정한다. 이콘/456쪽/1만5000원
모빙 알렉산더 피어 지음/이미옥 옮김
타인을 견제하고 못살게 구는 것을 모빙(mobbing)이라 한다. 왕따와 다른 점은 타인의 괴롭힘이나 공격에 대한 정당방어까지 포괄한다는 것. 이 책에서는 통쾌하고 발랄한 방어전략 내지 재공격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저자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재경부에서 고급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4명의 박사. 이들은 서로를 모빙하는 라이벌 관계로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들의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11개의 모빙 전략-끌어안기, 라이벌의 충성심에 상처내기, 교란, 소문, 연대, 게임규칙 무시, 심리적 테러, 몸을 이용한 감성전략, 자세 낮추기, 라이벌 무시, 10대 전략을 합친 제왕적 전략-을 제시했다. 참솔/294쪽/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