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계룡산 자락에 자리잡은 국립 한밭대학교는 ‘산학협력 중심대학’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 학생들이 한 학기 내내 산업체 현장에서 배우고, 지역산업체 애로 기술을 대학이 나서서 연구하는 등
- ‘배움’과 ‘실천’이 한 몸처럼 움직인다.
공과대 건물은 방학인 데도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생유기화학 연구실, RRC 전자유기재료 실험실, RRC 고분자 재료 실험실 등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실험에 열중하고 있다.
실험실과 나란히 서 있는 지역협력연구센터(RRC)에 들어갔다. 수십 종의 신소재·친환경 제품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잘 썩는 분해성 필름, 에이즈 진단 키트, 무공해 코팅벽지, 각종 건강보조식품…. 한밭대와 기업체가 공동으로 연구·개발한 제품들이라고 한다. 한밭대가 산학협력의 중심대학임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몇 해 전부터 산학협력 중심대학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밭대는 비교적 긴 역사를 자랑한다. 1927년 홍성공립공업전수학교로 처음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77주년이 된다. 1935년 대전공립공업전수학교, 1944년 대전공립중학교, 그리고 1951년에는 대정공립공업전수학교로 개편하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한밭대가 획기적인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것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다. 1984년 4년제 대학인 대전개방대학으로 승격했고 1988년에는 대전공업대학으로, 그리고 1994년에 지금의 한밭대로 이름을 바꾸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70% 이상이 공과계열
한밭대는 공학계열, 디자인계열, 외국어계열 등 3개 계열에 총 11개 학부, 28개 전공으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이중 공과계통의 학과가 전체 학과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한밭대는 산업기술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학부와 모든 전공의 재학생이 학교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높은 취업률은 이러한 자부심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한밭대는 지방대학의 취약점을 이겨내고 신흥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학생에게 유리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다.
먼저 적성에 따라 전공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학문의 폭을 넓히기 위해 복수전공과 부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산학연계교육과정(IRP)의 일환으로 학기 중 현장실습, 방학중 현장실습제도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제도는 학생과 산업현장 양쪽에서 모두 후한 점수를 얻고 있다. 또한 급변하는 정보기술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산업체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 맞춤형 교과과정을 운영한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산업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지역산업체의 기술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기술 지도를 실시한다. 물론 창업도 지원한다. 창업을 하려는 학생에게는 시설, 장비, 인력, 교육과정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밭대가 산업기술인력 양성에 들인 공은 각종 대회의 수상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창업대전’에서 한밭대 창업동아리 ‘봇찜’이 ‘기능성 스키 캐리어’를 개발해 은상을 수상했다. 자동차 제조동아리인 ‘미라클’은 직접 제조한 자동차로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바 있다.
한밭대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무엇보다도 산학협력 중심대학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했다는 것. 그동안 ‘산학협력’은 구호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학이 산업을 주도하고 기업은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그친 탓에 산학협력의 의미가 퇴색하고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러다보니 청년실업은 늘어가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더욱 깊어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한밭대는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전상공회의소와 산학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2004 중소기업 청년채용 패키지 사업’에 참여했다. 한밭대는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5억5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대전상공회의소 산하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력난 해결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교육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설동호 총장은 “우리 대학과 대전상공회의소는 신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기술정보의 교환, 산업체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개설 등을 시행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되면 “교수와 학생의 산업현장 참여가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년 연속 우수국립대학 선정
이처럼 한밭대가 산학협력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자 정부관련 부처들은 한밭대의 산학협력 시스템을 모범사례로 들며 전국 대학으로 확산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국내대학가운데 처음으로 개발한 교육·창업 지원사업은 산업체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기술지도 사업, 산업체 애로기술 지원사업, 현장실습 학기제 등 교육사업은 산업체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교육사업 또한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채택되어 다른 대학들로 파급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한밭대는 최근 전국 44개 국립대학 평가에서 4년 연속 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2002년 지방대학육성사업 평가에서도 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또 ‘두뇌한국 BK21 충남지역 대학 육성사업 주관대학’으로 선정됐고, ‘지방대학 특성화사업 재정지원 대학’ 지역협력연구센터(RRC)로 선정되는 등 각종 대학평가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한밭대는 지역대학 가운데 특허권을 가장 많이 소유한 대학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얼마 전 한밭대가 충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창업대학원 개설대학으로 선정된 것도 산학협력 모델대학으로서의 특성화 사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한 덕분이다. 또 연구 설비나 기자재가 어느 대학보다 풍부하고, 교수들의 연구개발 열정, 그리고 대학당국의 적극적인 지원도 창업대학원 개설대학으로 선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밭대는 이러한 각종 평가사업에서 지원받은 특별예산을 다시 교육에 투자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상승효과를 거두고 있다.
설 총장은 “앞으로는 대학끼리의 생존경쟁에서 어떤 모델의 산학협력 체계를 창출하느냐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미 오래 전부터 산학협력을 대학 특성화의 목표로 삼고 있는 한밭대는 21세기 대학의 전형을 만들어가는 데 전 구성원이 나설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산학협력 교육의 성과는 졸업생의 높은 취업률로 나타나고 있다. 취업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졸업생의 과반수가 기업체에 취업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한밭대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대학생활 적응 프로그램(CAP)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신입생의 대학생활 적응을 돕고 전공학문을 이수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또한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상시 진로 시스템’을 구축해 학생 개개인의 진로를 상담하고 동시에 취업문제를 살피고 있다.
이와 함께 취업정보 서비스와 취업 페스티벌 프로그램을 운영해 우수한 학생에 관한 정보를 전산시스템으로 관리한다.
또한 기업이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인재를 언제든지 검색할 수 있도록 인재은행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기 중 현장에서 직접 산업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학기제 현장실습제’도 졸업생 취업률을 높이는 데 한몫을 톡톡히 해냈다.
7개국 15개 대학과 교류
현장실습은 3학년2학기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된다. 16개 산업체에 업체당 40명의 학생이 나가는데, 학생 한 명이 현장실습을 하게 되는 곳은 2개 업체이다. 한 업체에서 7주30일의 현장학습을 받은 다음 다른 그룹과 교대하는 방식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당 4일씩 시행되는 현장실습은 업체 담당자와 지도교수의 지도하에 강도 높게 이뤄진다.
학기제 현장실습은 여러모로 호응도가 높다. 우선 학생들은 산업현장을 체험하는 동시에 취업기회를 가질 수 있다. 교수는 산업현장이 어떤 인력을 원하는지 파악해 유능한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교육방법을 갖추게 된다. 또한 산업체는 적은 비용으로 인력을 활용할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의 우수 인력’을 미리 확보할 수도 있다. 학생, 교수, 산업체 모두에게 여러 가지 이득을 주는 제도인 셈이다.
산학협력 모델대학답게 지역산업체와 연계한 기술개발 프로젝트도 한창 진행중이다. 지역협력연구센터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신소재·친환경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센터에서 성공한 기술로는 ‘광촉매를 이용한 유기 폐기물 분해’ ‘석탄회를 이용한 수처리용 흡착제 제조 및 활용공정’ ‘멤브레인을 이용한 산업폐수처리’ 등이다. 또한 활력 증진 효과가 있는 ‘섹소스’, 기억력을 향상시켜주는 ‘맥스브레인’ 등 건강보조식품도 개발해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다.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은 한밭대 학생들의 장점을 두 가지로 꼽는다. 첫째 실무능력이 뛰어나고, 둘째 근무태도가 상당히 좋다는 것이다.
설 총장은 “이러한 산업체의 평가는 한밭대의 교육목표와 일치한다. 한밭대는 단순히 산업기술만 익히는 교육이 아니라, 현장적응력이 강한 교육과 함께 지성이 어우러진 창조적인 교육을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한밭대의 교육은 해외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한밭대는 외국어학부 재학생이 해외에서 6개월∼1년의 어학연수를 하면, 이수학점을 인정해주는 학점교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호주, 필리핀 등 7개국 15개 대학과의 국제교류 활동도 활발해 매년 200여명의 학생이 이들 대학에서 연수하고 있다.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은 “어학실력뿐 아니라 비전을 넓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특히 BK산업단에서는 매년 정보통신·컴퓨터공학부 학생 가운데 30여명을 선발해 여름과 겨울방학 동안 해외 명문대학에서 무료로 단기 연수를 받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로 두 해째를 맞이한 ‘한밭국토대장정’은 학생들에게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인내심, 상부상조의 미덕을 심어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11박12일 동안 국토 350km를 순례하게 되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는 학생이 너무 많아 따로 선발절차를 거쳐야 할 정도다.
한밭대는 산업체와의 유기적 연계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을 위한 갖가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대학 도서관을 지역주민에게 개방한 것이 대표적인 예. 지역주민에게 책과 친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학문의 폭을 넓혀주고자 하는 뜻의 ‘도서관 개방제’는 지역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편 평생교육원을 운영해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강좌를 마련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평생교육원에서 생활염직 과정을 수강한 지역주민들이 공예전문 벤처기업인 ‘영 크래프트’를 창업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지역주민에게도 배움 베풀어
전국의 4년제 대학 중 등록금 수준이 가장 낮고 장학제도가 다양한 것도 한밭대만의 자랑거리. 학생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등록금도 ‘정가제’가 아니라 이수하는 학점에 따라 차등적으로 책정한다. 또한 전교생의 30% 이상이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는데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물론, 이공계 재학생으로 해당과목 성적이 우수하거나 취업과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 소년소녀 가장이거나 가정 형편으로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학생, 장애인 학생에게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장학금 혜택을 받는 학생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 특히 BK사업 주관대학으로 선정된 정보통신·컴퓨터 공학부는 위의 장학제도 이외에도 특별장학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한밭대는 또한 세계화시대에 걸맞게 한 차원 높인 학사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모바일 캠퍼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초고속 무선인터넷망이 캠퍼스 전역에 설치되어 있어, 학생과 교직원 모두 캠퍼스 안 어디에서건 휴대단말기를 통해 원하는 지식과 정보를 자유롭게 얻을 수 있다. 휴대단말기를 통해 수강신청을 할 수도 있고, 자신의 성적을 조회할 수도 있다. 강의시간표, 각종 취업정보, 도서 대출 예약도 가능하다.
덕분에 2001년에는 한국표준협회로부터 전국 국립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ISO9001 품질경영 시스템 인증을 획득했고, 지난해에는 국내대학 최초로 한국서비스 대상을 수상했다.
한밭대는 최근 ‘소리 없는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꼭 필요한 일인 데도 실천되지 못하는 일을 찾아 현장을 꼼꼼하게 살피며 하나씩 개선해나가는 것이 바로 그것. 교육의 질을 더욱 높여 졸업생의 취업난을 덜고, 지역산업체의 기술 향상을 꾀하는 일도 그중 하나다.
한밭대는 교수학습센터와 교수학습계발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과 지역 산업체가 요구하는 학습 프로그램을 계발할 계획이다. 설 총장은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강의실”이라며 “쾌적한 환경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부진 의욕을 내비쳤다.
한밭대가 추진해온 산학협력 활동들은 여러 곳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지역의 균형 발전과 각 지역대학을 집중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에 부응해 한밭대는 ‘누리사업(지방대 혁신 역량강화사업)’ 학교로 선정됐다. 크고 작은 과제 수행자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5년간 300억원을 지원받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는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산학협력을 통해 국가발전과 지역산업을 선도하는 대학, 학생 중심의 운영과 졸업생 취업에 최선을 다하는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과 평생교육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대학,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대학. 이것이 오늘 한밭대의 모습이다. 거기서 나날이 내실 있게 발전해 가는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