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층 높이의 통유리 외벽이 감싸고 있는 현대식 건물이다. 학생들이 로비의 커다란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다. 대학 생활의 낭만과 평화가 느껴지는 풍경이다. 주변에 나무들도 제법 울창하게 서 있다.
서강대 MOT(Management Of Tec-hnology·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이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6층 대학원장실에서 반장식(潘長植·55) 원장을 만났다.
지난 3월 서강대, 고려대, 한양대에서 MOT대학원이 문을 열었다. 이들 세 곳은 정부의 MOT대학원 육성 대상으로 선정됨과 동시에 설치돼 이번 학기에 1기 입학생을 받았다. 반 원장은 “MOT가 요즘 유행하는 융합의 대세”라고 운을 뗐다.
▼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용어인데요.
“미국에서는 MOT대학원이 여러 곳 운영되고 있어요.”
▼ MOT라고 쓰고 엠오티라고 부르는 것은, 기존 대학원과는 다른 어떤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함인 것 같군요.
“인류 문명의 발전은 결국 사람이, 그리고 기술이 좌우합니다. 지식정보사회에선 특히 더 그렇죠. 생각을 한번 해보세요. 우리가 이공계 육성에 얼마나 공을 들였습니까? 장학금이나 연구개발비도 많이 주고요.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요? 10여 년 전부터 벤처붐이 일었지만 벤처기업 중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극히 드물죠.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한국 벤처에 대한 다른 진단
한국엔 ‘애플’ 같은 회사가 없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대기업의 횡포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반 원장의 진단은 조금 다르다. 그는 벤처기업 자체의 내부 문제일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경영자의 자질에 주목한다. 이어지는 대화 내용이다.
▼ 우리 벤처기업이 지금보다 몇 단계 더 도약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실질적인 문제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우선 기술혁신이 중요합니다. 신기술이 나와야 해요. 그러나 기술혁신도 효율적으로 해야 해요. 그렇다면 어떤 게 효율적이냐? 기술혁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전국 시장에서,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혁신이어야 하는 거죠. 벤처기업가에겐 기술혁신과 마케팅 능력, 기술혁신과 경영 능력의 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인 서강대 MOT대학원이 추구하는 교육목표죠. 이를 통해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 사실 벤처기업 하면 첨단기술이 먼저 연상됩니다. 첨단기술을 개발하면 성공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여겨지는데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거죠?
“어떤 벤처기업이 꽤 괜찮은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가정해보죠. 직원 몇 명의 연구실 수준에서 수백억대 매출 기업으로 성장합니다. 우리나라의 성공한 벤처기업은 대부분 여기서 멈추고 맙니다. 수조원대 매출 기업, 글로벌 기업으로 더 뻗어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거죠. CEO가 재무제표도 볼 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기술은 알지만 경영, 금융, 마케팅을 잘 모르기 때문에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는 겁니다.”
▼ 그래서 경영과 기술의 융합이 필요하다?
“경영만 알아서는 일류가 될 수 없고 기술만 알아서도 주어진 것에서 더 나아가지 못합니다. 정부도 R·D(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해야 국가의 미래가 밝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R·D 투자도 ‘세계적 상품이나 세계적 기업의 배출’이라는 뚜렷한 결과가 나오게 효율적으로 해야 하지 않겠어요? 여기에 정부의 고민이 있을 겁니다. MOT대학원은 이런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경영과 기술의 융합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론일 수 있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