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7월호

“대통령?유식해야지, 남의 머리도 빌릴줄 알아야 하고”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입력2006-09-28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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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표정이 무척 밝으신 것 같습니다. 총선이나 전당대회 등등 하시는 일마다 잘 돼서 그런 모양이죠?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표정을 좀 밝게 하고 있는 거죠(웃음). (요즘)기분이 나쁘지는 않은데 정치에 들어와서는 일이 좀 잘된다고 너무 기분 좋아하면 안좋아요. 뭔가 항상 우리 뜻대로 안되는 일도 생긴다는 조심스런 마음가짐입니다.”

    ─요즘 ‘뉴 이회창 플랜’이라는 게 있던데요.

    “글쎄요, 그런 이름의 플랜 자체는 내가 처음 듣는 얘기인데. 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새삼 포용력을 키우고 스스로 대중적으로 새삼 변 신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정치에 들어온 이후 그런 점에 대해서는 사실 이미 꾸준히 노력해왔다고 봐요. 그런데 정치는 본인이 뭐가 되기를 바라고 노력하는 거 외에, 국민이나 일반 대중이 어떻게 보고 인식하고 있느냐 하는 그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그런 이미지 업이랄까, 홍보들이 좀 제대로 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거죠.”

    ─당지도부가 온통 이총재의 측근들로 짜인 느낌입니다. 이렇게 되면 당내 의사결정이 더욱 일방통행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총재가 ‘브레이크 없는 벤츠’가 되어 무리수를 빚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정말 측근만으로 주변을 둘러싸고 그랬다면 안되죠. 그리 되면 문제가 정말 심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에 관해서 말하는 경우 측근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 거죠? 우선 과거로 거슬러 가보면 제가 원내총무로 이부영총무를 지명하고 정책위의장으로 정창화의원을 임명하고 할 때 그분 들이 이른바 내 측근들이었나요?

    또 이번에 중하위당직자 개편의 경우에도, 당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당직자중에 하나가 바로 제1사무부총장인데, 거기 임명된 이재오 의원은 통상 말하는 제 측근이 아닙니다. 또 제1정조위원장, 이게 앞으로 정책정당 지향하는 데에 있어 아주 핵심포스트인데, 거기 정형근의원도 통 상적으로 말하는 제 측근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측근들 위주로 짜고 비주류는 구색맞추기로 약간 섞었다’,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말 이 나오는데 저는 그거는 맞지 않다고 봐요. 제 주변에 가까이 와서, 당직을 맡아서 일하기 때문에 측근이라고 한다면, 그건 당을 만들자면 어차피 그런 측근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거죠.

    또 일단 당직을 맡아 총재 주변에 와서 일하게 되면 마땅히 총재와 주파수를 같이하고 당을 결속해서 한 방향으로 가는 데 합심전력해야 합니 다. 그걸 갖고 ‘총재와 부화뇌동한다’든가, 측근으로서 이회창당화했다고 하면 그건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측근만 갖고 했다는 말 자체 에 대해 저는 강한 불만이 있다 이거예요(웃음).”

    ─앞으로 이총재의 정국대처 방향이 ‘투쟁형’이냐 ‘대화형’이냐를 놓고 관심들이 많은데, 일단 현재까지 보면‘상생의 정치’로 표현되는 대화형 정치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 DJP공조가 다시 복원되고 여러 가지로 볼 때 ‘상생의 정치’로만 갈 수 없는 상황변화도 엿보입니다. ‘상생의 정치’를 언제까지, 어느 수준까지 갖고 갈 생각이신지. 얼마에 “많이 참고 있다” 고 하셨는데….

    “기본적으로는 ‘대화와 상생의 정치’로 가야죠. 3김 시대의 정치와 구별하는 첫째 조건이 바로 ‘대결·상극’이 아니라 대화와 상생의 정치니까. 그런데 대화와 상생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이 오면 야당은 또 감연히 그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투쟁도 반드시 해야 하지 않겠 어요?”

    ─이총재가 총재수락연설에서 화두로 던진 ‘새로운 국가경영 리더십’의 구체적 내용은 뭡니까? 또 그런 준비는 어떻게 해나갈 생각이십니까?

    “우리가 소위 박정희시대의 근대화, 이른바 산업화 과정을 거치고, 김영삼·김대중대통령 시대로 들어오면서 민주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러한 산업화 민주화에 역사적 의미와 그 시대적 요청에 맞는 측면이 있었지만 문제는 그러한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에게 부정적 흔적들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산업화시대에는 정부주도 형태의 발전모델로 가기 때문에 가부장적인 권위주의적 사고와 행태가 뿌리를 내렸어요. 민 주화시대에 들어와서는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각 사회영역에 이기적인 의견표출이 많아지고 정치는 그런 다양한 요구에 영합하 려는 인기주의적 사고와 행태가 확산되었습니다.이렇게 권위주의적 사고와 인기영합적 정치가 우리 발목을 잡고 있는 구태정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제 21세기 새로운 정치를 여는 화두는 선진화 입니다. 선진화를 이룩하는 리더십은 권위주의를 탈피한 민주적인 리더십이 돼 야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인기영합주의를 탈피한, 국가이익을 위하고 올바른 길일 때 당당하게 감연히 이런 목표를 추진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 역동적 리더십이 돼야 합니다.”

    공조직이 중심돼야 효율적

    이총재께서는 미묘한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나름의 참모진이나 비선 또는 조언그룹이 있으실 텐데. 어떤 분들 얘기를 주로 들으십 니까?

    “그걸 지금 전부 밝히면 또 이 사람들 뒷조사 당할지 모르고 계좌추적당하고 도청당할지도 모르니까…(웃음) 다양한 그룹의 얘기를 듣고 도 움을 받는 그러한 분들이 있습니다. 경제라든가 통일 ·남북문제라든가 기타 사회·문화분야 그런 식으로 대별을 해서 좋은 의견과 충고를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당내에서도 좋은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구요.”

    ─남북문제와 경제문제는 특히 앞으로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텐데, 이에 관한 내공이랄까, 역량을 더 높이기 위해 특별히 기울이는 노력 은 어떤 게 있습니까?

    “남북문제와 관련, 당내에는 특별히 남북관계대책특위를 구성하고 있고요. 경제와 관련해서는 경제관계대책특위를 구성했습니다. 이런 대 책특위가 형식적 당 기구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많은 현안이나 중장기적 문제를 갖고 토론하고 결과를 보고받고 제 스스로 그 문제들에 관해 의견을 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 밖에는 저에게 좋은 의견을 주는 그룹 중에서 특별히 현안이 있거나 아주 장기적 전망이 필요한 부 분이 있을 때 제가 좀 의견을 구하고 듣고 그러죠.”

    ─98년 총재에 복귀하신 후 지난해 말까지는 주말이면 자택으로 전문가들을 불러 깊이있는 일종의 과외랄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으로 아는데요. 요즘은 총선이다, 경선이다 해서 그럴 겨를이 없으셨죠?

    “뭐 자주는 못하지만, 장소가 외부에서 만나기 마땅치 않을 때는 집에서 좀 만났고요.

    ─이제 국정전반에 걸쳐 정치지도자로서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과 아젠다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뭐 여의도 어 디에 일종의 태스크 포스랄 수 있는 실무기획팀을 가동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우리 야당은 큰 정치방향이랄까, 정치스케줄을 위한 조직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태스크 포스 같은 것도 필요하겠죠. 그런데 우선 중요한 일을 한 사조직이나 비선조직을 갖고 하는 것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그런 것은 당의 공조직이 주가 돼서 움직여야 만 전체 기능을 동원할 수 있는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죠.

    ─당 안팎에 각종 보고서가 많은 것으로 아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일정히 빠듯할텐데 어떻게 그걸 다 읽고 소화하시는지요. 보고서를 읽으실 때 체크 포인트는 주로 어디에 두시는지. 특히 신뢰가 가는 보고서 유형은 어떤 겁니까?

    ”나는 법관으로 오래 있으면서 서류기록 보는 데는 이골이 났고, 감사원장 총리를 하면서도 그런 보고서의 홍수에 파묻히다시피 한 일이 있 어요. 자연히 그런데서 습득한 노하우라면 노하우 같은 건 있어요. 굉장히 빨리 봅니다. 빨리 봐서 중점적으로 파악을 하고. 우선은 당총재 같은 경우는 실무진이 만든 모든 보고서를 다 보겠다고 생각하면 안되고, 비서진에서 적절히 정리를 해줍니다. 그러나 때로는 하루에 봐야 할 양이 꽤 될 때가 있는데 필요한 것은 집에 가서 자기 전에 대체로 한 번 훑어보고 아주 유념하거나 다음날 좀 문제제기해야 할 부분들은 따로 메모해두었다가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하죠.”

    “나한테 나쁘게 난 기사는 꼭 챙겨서 본다”

    ─신문·잡지는 어떤 식으로 보시는지도 좀 궁금하군요.

    “신문은 일간지 전부가 가판까지 집에 옵니다. 물론 아침판도 따로 오고요. 사실 가판 을 전부 읽는다는 건 굉장히 힘이 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자세히 정독할 시간은 도저히 없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언론의 논조나 제기된 문제점 같은 것을 알기 위해 훑어는 봅니다. 잡지는 사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자주는 못보죠. 특별히 우리 당이나 저에 관한 게 났다거나 특별히 나 쁘게 얘기하는 게 났다거나 할 때는 꼭 봅니다.(웃음)”

    ─TV프로그램 중에 좋아하는 것은 좀 있습니까?

    “얼마전까지 왕과 비는 시간이 맞으 면 꼭 봤는데 그후에 바뀌어서 왕건이 됐죠? 그런데 대체로 드라마라는 게 초기에는 좀 그렇고 그렇다가 중간 이후에 가면 재미가 있고 그렇 게 되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왕건은 자주 못보고 있어요.”

    ─혹시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은 누가 있습니까?

    “김혜자 고두심 전인화 등 중견 연예인과 ‘와’의 이정현 전지현 핑클 황수정 채림 김규리 등 여러 명이 있지만 이들 연기자 모두가 특징이 있어서 어떤 연기자를 특히 좋아한다고 얘기하기가 사실 어려운 것 같아요.”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으신가요? 혹시 경기장에 가서 보신 스포츠 종목은 있습니까?

    “어릴 때는 권투도 배운 적이 있어요. 법관시절에는 한때 테니스를 즐겼는데 지금은 바빠서 못하고요. 가족들을 데리고 잠실야구장에 프로야구 경기를 보러 간 일이 있어요.”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어떤 겁니까? 최근 인상깊게 보신 영화가 있습니까?

    “인간의 원초적 감성과 휴머니즘에 호소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특히 방 화 ‘쉬리’를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그런데 아시는 대로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갈 시간을 낸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인터넷처럼 요즘 젊은이들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노력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솔직히 그 부분에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어요. 당내에서도 정보화 계 통의 그 부분을 특별히 강화하고 접촉 기회를 확대하려고 하는데 아직 미흡한 점이 좀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과 관련해서는 벤처창업부분 이, 대체로 그게 인터넷 내지 PC와 관련된 게 많던데, 그런 부분은 몇 번 실제 창업사를 찾아가서 직접 보고 주식도 한 번 산 일이 있습니다. 내가 통 주식을 안사는데 그때 약 100만원어치 정도 샀어요. 그게 주식이 얼마나 뛰었는지 모르겠네. 상당히 뛰었다고는 그러더라고요.”

    “시험에는 당일치기, 실력에는 지속적 학습이 필요”

    ─학창시절, 고시준비때, 판사시절,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입시생들이나 각종 수험준비생 기타 인생의 큰 도전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참고될 만한 이회창식 공부비법이랄까, 방법론을 소개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글쎄, 우리가 공부할 때와 지금 시대는 너무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제가 학창 때 공부했던 방법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크게 나눠보면 실력을 키우는 공부방법이 있고 시험을 준비하는 공부방법이 있는 거 같은데. 시험을 준비하는 공부방법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몰입하는 것입니다. 흔히 당일치기라고 그러죠. 시험에 있어 당일치기공부를 뭐 나쁜 것처럼 얘기들 하는데 저는 이게 아주 효과적이라고 봐요. (크게 웃으며) 나는 고시공부도 그런 식으로 했지만 토플시험 같은 거칠 때도 바로 시험 얼마전에 한두달동안에 집중적으로, 그때는 정말 밥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몰입했습니다. 그렇게 공부하는 게 시험점수 올리는 데는 효과적입디다.

    그런데 실력을 기르는 것은 그런 식으로 해서는 별로 도움이 안되죠. 내가 토플 시험을 친 다고 한두달동안 학원도 다니고 열심히 했는데 시험이 끝나고 나니까 그때 외웠던 영어단어 같은 게 다 도망가 버리더라고. 실력을 기르는 공부는 평소에 정말 밥먹듯이, 밥먹고 살아가듯이 차근차근 씹어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두 가지 공부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적으로 괴롭거나 힘들 때 격의없이 술한잔 하거나 얘기를 나누거나 기타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함께 풀 수 있는 친구는 어떤 분들이 있으십니까?

    “그런 사람들이 있죠. 구체적인 인명은 들지 않겠습니다. 또 뭐 괜히…. 아주 격의 없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네댓명 되고 그 외에도 내가 인간적으로 가깝게 얘기할 수 있는 분들은 10여명 될 겁니다.”

    ─정상회담과 관련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잘된 겁니까?

    남북정상의 만남과 공동성명까지 이끌어낸 김대중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와 민족통일을 가져오는 역사적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앞으로 남북공동성명이 갖는 몇가지 문제점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군요.

    예컨대 자주적 평화통일이라는 말이 외세배격주장과 주한미군 철수문제까지 이어질 것이 아닌지, 또 연합-연방제 언급이 자유민주 주의체제에 대한 어떠한 양보를 시사하는 것이 아닌지 등 몇가지 지적할 점이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관계 개선에 얼마나 기여할 것으로 보십니까? 또 북한의 체제개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우선 정말 반세기만 에 남북정상이 만나는 기회를 텄다는 데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만큼 남북문제 해결에 도움을 가져올지, 이것은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끌어가는 두 정상에게 달려있다고, 특히 우리 김대통령에게 많이 달려 있다고 봅니다. 남북문제는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남북간 에 긴장해소, 즉 전쟁위협의 해소입니다. 남북간에 서로 공존하지 못하는 그런 전쟁위협을 해소하는 것이고, 이는 직접적으로는 북한이 갖고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북한의 개혁 개방과 연결돼 있습니다. 북한이 지금 강성대국을 지향 하면서 이런 미사일이나 핵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는 한은 전쟁위협 해소나 북한의 개방·변화는 기대할 수가 없죠. 이런 전쟁위협 해 소나 북한의 개방·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게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미여야 한다고 봅니다.”

    ─남북간에 이번 정상회담의 기조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적 교류협력에 관해 적극적 논의가 있는데 혹시 우려되는 점 이 있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그게 바로 우려하는 점입니다. 제가 여야영수회담에서 대통령한테 3원칙을 요구도 했지만, 많이 주면 줄수록 북한은 더 적극 응하고 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막연한 환상입니다. 그런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우리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고 국민세 금에 부담이 되는 경협을 하는 이런 마당에는 정말 냉철한 머리로 따질 건 따지고 ‘비용에 대한 효과’라는 것도 엄밀히 측정하면서 대할 필요 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상호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측에 지원이나 경협을 하는 것은 북한의 변화나 개 방으로 말미암은 전쟁위협의 해소와 이산가족 상봉 같은 민족 숙원에 대한 희망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에 어떤 지원이나 경 협을 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북한측의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총재께서 상호주의를 여러번 강조하시는데 이걸 두고 너무 소극적이고 경직된 등가주의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 것 같은데요. 현실이 등가(等價)적 대가를 받기가 어려운데 말이죠.

    “꼭 얼마 주고 뭘 받 고 이런 것보다도, 막연히 ‘주면 뭔가 얻어질 것이다’는 생각은 전혀 전략적이지 못하고 효과적이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같은 위협을 감소시키는 일에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김대중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노벨평화상과 연계시키려는 사람도 제법 많은 것 같습니다. 항간에서는 김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이총재께서는 김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는 다면 축하해주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웃으며)“우리나라 사람이 노벨평화상을 받는다는데 그건 축하할 일이죠.”

    우리당 386은 저쪽 386과 달라

    ─이회창총재의 통일방안은 과연 뭔가 하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령 노태우 김영삼 전대통령 때만 해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골격을 이뤘는데, 이총재의 경우 이렇게 하면 안된다, 우려된다는 신중론이랄까 점진론은 있는데 적극적으로 뭘 해나가자는 형성적 프로그램이랄까 틀은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노태우대통령이든 김영삼대통령이든 김대중대통령이든 포용정책의 기조 위에 서있는 정책이라는 점에서는 대차가 없어요. 그걸 어떻게 포장하는가의 차이일 뿐 포용과 대화협력의 정착 위에 평화통일을 지향한다 는 점에서는 큰 차가 없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 한나라당의 통일정책 기조도 같은 방향에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내세우는 것은 ‘전략적 포용’이 돼야 한다, 즉 단지 포용을 위한 포용이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협을 해소하고 평화통일로 가는 확실한 기초를 닦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는 ‘선택적 포용’이 돼야 한다는 거죠. 대화와 협력으로 상호간 불신을 헐고 다음에 평화공존의 형태를 거쳐서 평화적 통일단계로까지 올라서는 것을 말합니다.”

    ─대통령(후보)의 자질 또는 스타일과 관련, 흔히 두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첫째로 ‘머리는 남에게 빌릴 수 있다, 지도자는 뛰어난 전문가를 주변에 포진시키고 그들의 의견을 듣고 대변할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이죠. 다음으 로 대통령 자신이 해박하게 공부를 해서 참모들을 감독하고 지도할 수 있는 스타일인데. YS가 전자라면 DJ는 후자로 분류하는 사람이 많 습니다. 이총재께서는 이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어느 유형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또 스스로는 어떤 유형이라 생각하시는지.

    “ 그렇게 뚜렷이 두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자신의 최종적 판단과 용기있는 결정을 필요로 하는 자리 입니다. YS와 DJ를 비교하셨는데, 내가 YS를 특별히 옹호해서가 아니라, YS도 나름대로 지식과 판단에 의해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었 다고 봅니다. 그래서 어느 유형이 대통령자리에 꼭 필요한 유형이라고는 보지 않고요. 두 가지가 조화된 유형이 가장 좋겠다고 봐요. 또 근 본적으로 최고지도자라는 것은 자신의 판단과 용기에 의해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위치에 있다는 겁니다. 이 말을 좀 강조하고 싶군요.”

    ─요즘 20, 30대 사이에 아르헨티나 출신의 전설적 혁명가인 ‘체 게바라’ 평전이 폭발적으로 팔려 서울 대형서점에서 3개월째 베스트셀러랍 니다. 반독재투쟁이 한창이던 70, 80년대에 많은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체 게바라 열풍이 왜 지금 불고 있다고 보십니까. 또 조선시대 명의 를 극화한 TV드라마 허준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엄청난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체 게바라는 혁명의 이상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불꽃처럼 태우며 치열하게 살다간 사람입니다. 드라마에 나타난 허준도 사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이 오직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자신을 바친 헌신적인 사람이고요. 이러한 사회개혁 공동선에 대한 희생적 삶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 아닐까요?”

    ─젊은 정치인들의 ‘5·17광주술판’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은 운이 좋은 건지 피해갔습니다만. 386으 로 통칭되는 젊은 의원들은 그동안 정당민주화와 국회개혁 등을 다짐해왔는데 이들에 대해 이총재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쎄, 그쪽(민 주당쪽) 386들의 성분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다만 우리(한나라당) 386들은 그쪽 386과는 좀 다르다는 거죠. 우리 386들은 매우 건강하고 전문직을 거쳤고 사회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건전한 활동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6·5 국회의장 경선결과를 두고 이총재께서는 민주당 386이 당초 다짐한 크로스보팅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셨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당내 386 등 소속의원들이 당론과 다른 크로스 보팅, 이른바 ‘소신투표’를 해도 화를 내지 않으실 건가요?

    “나는 단지 여당 386 정치인들이 당론을 따랐다는 자체를 가지고 문제를 제기한 게 아닙니다. 당론이 옳을 때는 따라야죠. 그러나 이번 국회의장 선거는 정치개혁이나 의회쇄신 등 시대적 과제와 국민의 여망에 비춰볼 때 누가 더 적임자인지 분명했고 여론도 국회의 변화를 주도할 인물을 지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더구나 여당 386정치인들이 그동안 표방해 온 정치적 노선과 개혁의 이념을 보더라도 의장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 자명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보고 실망스 러운 마음에서 한마디를 한 것입니다.

    ─YS는 지난 5월호 신동아 인터뷰에서 2002년 대선에서 자신이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거명해 지지하 겠다고 이른바 ‘킹 메이커’ 역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YS의 그런 언급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분이야 그분 소신대로 말한 거겠지. 뭐”

    ─2년후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현재의 지지기반이나 정치세력으로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만일 새로운 기반이나 정치세력과 연 대가 필요하다면 어떤 쪽이 더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당연히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지역적으로나 계층적으 로 광범위한 국민의 지지를 받는 당이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겁니다.”

    ─여권의 대권주자로는 누가 가장 경쟁력있는 인물이라고 보십니까? 또 누가 나와도 이길 자신이 있으십니까?

    “후보가 되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평가를 할 수 있겠어요? 그때가서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 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는가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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