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행장은 은행으로의 기업전환, 인수·합병, 외자유치, 외국 금융기관과의 전략적 제휴 등 은행을 경영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굵직한 업무를 모두 경험한 은행권의 유일한 CEO라고 할 수 있다. 5월9일부터 11일까지 호놀룰루에서 개최된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 참석하고 귀국한 김승유 하나은행장을 만나보았다.
─ADB총회에 다녀오셨는데 우리 금융기관을 바라보는 그곳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투명성을 확보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금융기관들은 그 동안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3년여에 걸친 금융계의 노력이 어느 정도 열매를 맺는 것 같습니다. ADB총회를 통해 우리 금융기관들도 이제는 글로벌스탠더드(Global Standard)에 접근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국가신용등급도 조만간 한 단계 오를 것입니다.”
─하나은행은 창립 이래 30년 동안 매해 빠짐없이 흑자결산과 배당을 했습니다. 은행으로선 국내에서 유일한데요. 그런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제가 하나은행에 입사한 지 올해로 꼭 30년째예요. 은행의 발전을 지켜본 산 증인인 셈이죠. 금융기관의 흑자·배당은 일반기업의 그것보다 중요합니다. 제2금융권을 포함해도 장기간에 걸쳐 흑자경영을 유지한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외환위기 이후로는 더욱 그렇고요. 우리 은행은 외환위기 기간에도 흑자, 배당뿐 아니라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견실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운영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금융기관의 수익 건전성은 주주나 직원뿐만 아니라 고객의 재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요. 금융기관의 경영실패는 외환위기와 같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만큼 안정성과 수익성이 중요하다는 얘기죠. 하나은행이 그런 측면에서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다른 은행과 비교할 때 어떤 장점이 그런 성과를 가능하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금융산업은 기본적으로 ‘사람 비즈니스’예요. 어떤 사람들이 어떤 분위기로 일하고 있느냐가 무척 중요합니다. 저는 하나은행에 몸담은 30년 동안 남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월급쟁이가 아니라 주인이라고 여기고 일을 했어요. 대부분의 임직원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은행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지요. 저는 직함을 부르는 것보다 ‘선배’ ‘후배’라는 호칭을 더 좋아해요. 주인의식은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구성원 상호간 신뢰하는 기업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 조직은 발전할 수 없습니다.”
─금융구조조정이 한창입니다. 이것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형화가 금융기관의 부실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규모의 대형화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수는 있어도 구조조정의 필요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합니다. 국가간 장벽이 사라지고 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국가간’이라는 말조차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세계화된 경제체제에서 살아남으려면 금융기관의 내부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조직돼야 합니다. 효율적으로 통합된 조직문화를 토대로 선진기술과 기법을 배워야지요. 다시 말하지만 대형화가 능사는 아닙니다.”
─끝으로 하나은행의 비전과 개인적인 포부를 말씀해 주시지요.
“9회 말까지 열심히 뛰겠습니다. 평생을 함께했던 은행을 떠나야 할 때가 머잖았습니다. 우리 은행은 도매금융을 토대로 발전했어요. 최근 3~4년 동안 중산층 이하 가계에 대한 저변을 높이는 등 소매금융 분야에서도 비약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세계적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할 일이 많아요. 상업·투자·증권은행과의 다각적인 제휴를 통해 전방위로 업무영역을 넓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발전할 계획입니다. 또한 ‘사람’ 중심의 경영모델을 더욱 발전시켜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