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석 잘하면 불황이 곧 성장기회
- ‘유로존 붕괴’ 등 최악 상황 대비책 만들어야
- 글로벌 인수합병·합작, 목적-타이밍이 핵심
- 글로벌 이슈 스스로 분석하고 조언할 줄 알아야
- 직원이 대표를 ‘최원식 씨’로 부르는 열린 문화
지난 7월 세계적 명성의 경영전략컨설팅사 맥킨지(Mckinsey·Company)가 서울사무소를 개소한 지 21년 만에 첫 한국인 대표로 최원식(46) 디렉터를 선임했다. 1997년 맥킨지에 합류한 최 대표는 15년 만에 대표 자리에 오른, 여전히 젊은 컨설턴트다.
서울 중구 수하동 맥킨지 서울사무소에서 최 대표를 만났다. 미리 보낸 질문에 대비한 두꺼운 자료와 노트북이 책상에 놓여 있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위상이 높아졌으니 한국인 대표를 한 명 뽑자’는 식으로 대표가 된 건 아니다”며 말문을 열었다. 맥킨지 인사시스템이 요구하는 리더의 요건을 갖춘 한국인 컨설턴트들이 이제 배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맥킨지에서 리더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맥킨지라는 창공을 나는 새는 두 날개를 가져야 합니다. 로컬 리더십과 글로벌 리더십이지요. 즉 로컬(모국) 고객에게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해 신임을 얻어야 하고, 세계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 고객이 가진 글로벌 이슈에 대해 조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해외 선진기업을 벤치마킹하자’는 식으로 컨설팅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베네수엘라에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도시화가 잘 되어 있더라’고 하는 고객에게 ‘아, 그런가요?’ 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해당 지역의 경제상황과 사업기회에 대해 조언할 수 있어야지요.”
한국인 리더 배출 ‘신호탄’
최 대표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말레이시아, 브라질,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수많은 국가에서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지 고객도 있었지만 절반 이상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관련된 프로젝트였다. 지난 15년간 한국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과 통합작업, 신(新)시장 진출 등에 관여해왔으니 글로벌화 전문가라 할 만하다. 그는 “한국 안에서만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은 드문 시대”라며 “세계적인 경기 불황이라고 전략적 방향을 바꿀 여지는 없다. 반드시 나가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로존 위기에서 비롯한 세계경제의 침체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유럽의 위기는 유로존 내 비주요 회원국들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민간 부문이 현금 비축에 나서자 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침체됐지요. 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 경제의 주체, 즉 정부와 소비자가 디레버리징(delevelaging·부채 축소)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소비자와 정부가 부채를 상환하면서 소비 위주로 돌아가던 경제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동안의 금융위기를 분석해보면 이런 상황은 상당 기간 성장의 발목을 잡습니다. 과거 15차례의 위기 상황을 분석해봤는데 보통 디레버리징에는 3~5년이 걸립니다. 디레버리징 말미에 경기가 반등하기 시작하고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은 수차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일종의 보루(堡壘)로 여겨져왔다.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은 아무리 경제상황이 나쁘다 해도 신흥시장이 어느 정도 충격을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하곤 했다. 최 대표는 “하지만 이런 기대도 사그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맥킨지는 분기별로 글로벌 기업 경영진 13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데, 최근 조사에서 25%가 선진국이나 신흥시장 모두 성장이 멈춰버려 세계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영진이 가장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 앞이 깜깜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번 위기를 계기로 기존과는 다른 전략으로 성장을 도모해야 합니다. 사실 그동안은 시장 성장에 따른 동반 성장기였습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을 좇아가기 바빴지요. 누가 물건을 달라고 하니 찍어내는 셈이어서 경쟁력 자체가 중요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성장 둔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농후해서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아야 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경쟁이 심화된다고 봐야 합니다. 기업들은 근본적으로 자사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지 점검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해요. 이제 소비자는 같은 돈을 써도 과거보다 훨씬 더 까다로워졌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 성장 기회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관리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일반적인 위기관리 능력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많이 발전했거든요. 하지만 아주 심각한 상황에 대비하는 자세가 여전히 소극적이란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최근 금융위기가 주는 교훈은 어떤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기업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합니다.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가 되는 상황, 중동에서 실제 전쟁이 벌어지는 경우, 그리고 유로존 붕괴까지 예상해 대응책을 마련해둬야 해요. ‘설마’ 하는 낙관주의가 나중에 큰 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최근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경영진의 34%가 유로존의 국가 부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는데, 이는 3월보다 2배나 높아진 수치입니다.”
최 대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할 상황에서도 “나가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건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투자하는 게 맞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느냐’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 속에서도 성장의 기회는 존재합니다. 관건은 어떻게 찾느냐는 거죠. 세계시장을 국가 혹은 지역 단위로 정의하는 건 낡은 사고방식입니다. 시장을 세분화해 숨은 성장 기회를 족집게같이 뽑아내야 해요. 낟알을 뒤지듯 성장기회를 적극 발굴(granularity of growth)해야죠.”
예를 들어 세계적 식품업체 네슬레(Nestle)는 중국에서 지역마다 다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항저우(杭州)에서 식품 안전에 초점을 둔다면 광저우(廣州)에서는 맛에 초점을 두는 식이다. ‘안전한 식품을 위해 10% 이상의 프리미엄을 지불하겠다’는 소비자가 항저우에서는 25%를 웃도는 반면 광저우에서는 2%도 안 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중국, 인도, 미국, 러시아, 브라질 등 인구 1억 이상의 국가는 시장을 세분화해 공략할 것을 조언했다. 그 안에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상 중국은 해안 및 내륙지방, 성(省)·현(縣)·진(鎭) 등 행정구역으로 나뉘는데, 맥킨지는 소비자 프로필과 선호도를 기준으로 중국시장을 22개 클러스터(cluster)로 나눈다.
시장 세분화와 관련해 최 대표는 또 ‘평균의 횡포(tyranny of average)’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했다. 기업들은 보통 성장산업과 사양산업을 별개의 것으로 구분하는데, 성숙한 시장 내에서도 성장의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브라질 의류산업은 성장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각 주(州) 단위로 쪼개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두세 배에 달하는 지역이 나온다. 바로 여기서 성공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선도 기업들은 남이 웅크리고 있을 때 시장을 개척하고 과감하게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합니다. 최근 맥킨지 조사에서 한국, 인도 그리고 중국의 매출액 기준 상위 10대 기업들은 거의 1년에 한 번씩 신사업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통해 매출 규모를 3배 가까이 키워왔고요.”
明 정화가 주는 메시지
정화(鄭和·1371~1433)는 중국 명나라 때인 1405년 대항해를 한 인물이다. 그는 길이 120m의 보선 62척과 함선 330척, 승무원 3만여 명을 이끌고 동남아시아와 인도, 중동, 아프리카를 누볐다. 100년 뒤 250t급 함대 3대와 승무원 88명을 데리고 대서양을 건넜던 콜럼버스와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정화는 모두 7번이나 대항해를 무사히 마쳤다.
최 대표는 “어떻게 글로벌화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화를 즐겨 언급한다고 했다. 이 역사적 사례가 글로벌화에는 인재, 그리고 조직 전반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정화는 윈난(雲南) 소수민족 출신으로 비(非)유교권으로 진출하기에 적합한 인물이었습니다. 반면 정화가 7번이나 원정을 한 건 그를 대체할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기업은 인재를 꾸준히 양산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만 글로벌 진출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인재들이 해외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국내에선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중국도 정화의 대항해 이후 쇄국주의로 돌아서면서 그간의 대항해가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 지속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기업 내부에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텐데요.
“직접 해외에 나가 경험을 쌓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맥킨지 서울사무소도 항시 직원의 30%가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이들이 해외 프로젝트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은 곧 한국 기업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지요. 기업은 직원들이 해외 경험을 정기적으로 습득하도록, 그런 인재의 수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 한편으로는 글로벌 M·A나 합작회사 설립 등이 활발한 편입니다.
“M·A든 합작회사든 목적이 분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M·A를 하기 전에 다른 대안들과 비교해 M·A가 최적의 선택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한국기업들은 웃돈을 주더라도 경영권까지 통째로 가져오는 걸 선호하는데, 과연 자신이 이전 주인보다 더 능력이 있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또 타이밍에 대한 고민이 적은 것도 문제예요. M·A 이후 인수한 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자금 유동성이 충분한지 점검해야 합니다.
합작회사란 ‘이혼을 전제로 한 결혼’입니다.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어느 수준의 결혼생활을 할 것인지, 이혼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는지 등을 계획할 필요가 있어요.”
영업-마케팅, 이제 직접 뛰어야
한국 산업은 선진시장과 기업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성장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역으로 해외시장이 한국을 알고 싶어 한다. 최 대표는 “한국시장과 한국기업 둘 다에 매우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한국시장을 제품 테스트하기에 최적인 ‘파일럿 시장’으로 여깁니다. ‘아줌마 시장’이라고도 하는데요,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를 통해 자기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자 하지요.”
▼ 한국 기업에 대한 인식은 어떻습니까.
“한국 기업이 비즈니스 스텝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향상시키고 있는 점에 놀라워합니다. 특히 연구개발(R·D), 구매, 생산 등이 굉장히 빨라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벤치마킹하러 많이들 옵니다.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도 관심거리입니다. 신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또 빨리 성공하니 신기한 거죠. 사실 미국에서도 GE를 빼놓고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가진 글로벌 기업이 드물거든요.”
최 대표는 숙고할 일이 있을 때 장기를 두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앞서 R·D, 구매, 생산 등이 발전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는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으로 개선이 가능한 부문이에요. 상대적으로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마케팅과 영업이 취약합니다. 특히 많은 기업이 현지 유통 네트워크에 의존해 해외 사업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최종 고객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현지 유통 파트너와의 파트너십이 깨질 경우 속수무책인 거죠.
성장이 어느 정도 보장된 상황에서는 가격경쟁력이나 제품경쟁력만 갖고 영업할 수 있었습니다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최종 고객의 현재 및 미래의 니즈를 파악해 차세대 제품에 반영해야 합니다. 현지에서 거리를 누비고, 직접 딜러들과 신뢰를 쌓아야죠. 단발성 마켓 리서치가 아니라 현지 정보의 취득부터 사업 아이디어화하는 단계까지 기업의 모든 역량과 부문 간의 원활한 협력(seamless cross-functional coordination)이 필요해요.”
▼ 경기 반등 시점에 대한 예상 등 세계시장의 주요 흐름을 읽는 것도 관건이 될 텐데요.
“그렇지요. 몇 가지 놓쳐선 안 될 트렌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원자재 가격 문제입니다. 맥킨지 조사에 의하면 1900~2000년까지 100년 동안의 식품, 농산품, 금속,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하락분을 지난 10년 동안의 가격 상승이 모두 상쇄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눈여겨 봐야 합니다. 곧 자원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시그널이거든요. 2005년 이후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관관계가 증폭한 점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입니다.”
최 대표는 세계의 도시화 현상도 언급했다. 맥킨지는 모스크바와 멕시코시티 등 600개 도시가 향후 15년간 글로벌 GDP 성장에 60%가량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한다. 최 대표는 “이들 도시를 새로운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들 도시의 성장요인을 파악해 어디서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 현미경을 들이대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 두며 아이디어 구상
“경영 실패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문제를 잘못 파악한 채 정답을 내놓는 데 있다.”
맥킨지의 기반을 닦은 마빈 바우어(1903~2003)가 한 말이다. ‘경영계의 에디슨’이라 불리며 경영컨설팅이란 장르를 연 그는 “사업의 종류, 경영상 문제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CEO들에게 독립적이며 편견 없는 조언을 제언한다”는 맥킨지의 비전을 세웠다.
“입사 당시 맥킨지는 벌써 7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었습니다. 사실 컨설팅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렇게 장수한 기업에는 뭔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미국 포춘(Fortune) 잡지 표지에 맥킨지 컨설턴트들이 실렸는데, 기사를 읽고 왠지 신비로운 집단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망치로 맞은 듯한 강한 느낌이 저를 때렸던 기억이 납니다.”
최 대표는 중학교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기계항공우주학을 전공하고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MBA) 와튼스쿨을 졸업한 뒤 맥킨지에 입사했다. 2008년부터 2년 동안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맥킨지 아시아하우스에서 근무했다. 이곳은 유럽 기업들의 아시아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아시아 지역 우수 컨설턴트들을 육성하는 일종의 아카데미다.
▼ 여전히 세계 최고 컨설팅사로 꼽히는 맥킨지 경쟁력의 핵심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계급장 떼고’ 토론하는 문화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입사 때부터 직급, 직책에 구애하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하거든요. 아예 사규에 ‘반대할 의무(obligation to dissent)’가 명문화되어 있고요. 맥킨지는 직원들끼리 서로 이름만 부르는데, 서울사무소라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 직원들은 저를 ‘최원식 씨’라고 불러요.
▼ 요즘 청년들은 유학이나 해외 취업 등 기업 못지않게 ‘글로벌 진출’에 욕심이 많습니다. 개인의 글로벌 진출에 대해서는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언어 공부는 필수입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마음 자세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한마디로 헝그리 정신이 필요합니다. 여기저기 들이대고 부딪치기를 두려워해선 안 되지요. 중국 유학생들은 외국 학생들과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한국 유학생들은 자기들끼리만 옹기종기 모여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또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정형화되어 있어 아쉽습니다. 무슨 매뉴얼이라도 있는 듯 학교, 직장 등이 뻔한 이력서를 만들곤 합니다. 젊을 땐 관심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요지는 ‘재미있는’ 사람이 되라는 겁니다.”
최 대표는 사무실에 장기판을 두고 숙고할 일이 생길 때마다 꺼낸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에게서 배운 장기를 오랜 미국 생활에도 취미로 삼은 것이다. 그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를 언급하며 “장기를 두면서 상대뿐만 아니라 나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맥킨지는 고객에 대해 세 가지 허들을 설정하고 이를 뛰어넘고자 합니다. 고객에게 믿을 만하고(substantial), 차별화되고(distinguished), 오래 지속하는(lasting) 가치를 주는 겁니다. 우리는 프로젝트가 끝나고 팀 회식을 할 때 최종 평가를 내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자문했던 기업이 10년 후에 과연 나아졌는지 보려고 합니다. 한국인 대표로서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를 돕는 데 매진하는 동시에 맥킨지 출신의 한국인 리더가 더 많이 배출되도록 애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