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미원자력협정에는 상업로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없었으므로 한국은 원자력협정을 개정하기 위한 노력에 착수했다. 미국은 웨스팅하우스사의 원자로가 한국에 제공되기 때문에 협정 개정에 동의했다. 1974년 5월15일 한·미 양국은 ‘미국은 한국이 상업용 원자로에 들어가는 농축 우라늄을 이용하는 것을 양해한다’는 쪽으로 내용을 수정한 한미원자력협정에 서명했다. 그 덕분에 한국은 1978년 고리 1호기를 가동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상업용 원자로를 가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이후 한국은 일사천리로 원전을 건설해 현재 16기의 원전을 가동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 시기 한국은 원자로 공급 파트너를 ‘콧대 센’ 웨스팅 하우스에서, 자금 사정이 악화돼 원자로는 물론이고 원자로 제작기술까지도 제공하겠다는 컨버스천 엔지니어링(CE)사로 바꾸었다.
한국은 CE사의 기술을 토대로 한국형 표준 원자로 KSNP를 제작하게 되었다. 16기의 원전은 현재 한국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3분의 1 이상을 생산한다.
일본, 비핵화 선언으로 시작
그런데 비슷한 시기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맺은 일본은 훨씬 빠르게 원전 분야를 발전시켰다. 전범(戰犯)국가 일본은 ‘입안의 혀’처럼 미국의 비위를 맞추며 원자력분야를 발전시켰다.
1961년 일본은 ‘핵무기는 제조도·보유도·사용도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비핵 3원칙’을 발표했다. 그와 동시에 일본은 영국의 기술을 도입해 최초의 일본식 원자로(16만㎾급·東海村원전) 개발을 준비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원전 기술을 도입해 독자적으로 원자로 개발을 시도하면 미국의 의심을 산다. 일본은 미국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먼저 ‘비핵 3원칙’을 발표한 것이다.
이후 일본은 35만㎾급, 52만㎾급 원자로를 계속 개발해 나가, 지금은 미국(104기), 프랑스(55기)에 이은 세계 3위(52기)의 원전 대국이 되었다(한국은 8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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