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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지지도, 왜 추락하나

정 안주고 사람 가리고 막말하고

노대통령 지지도, 왜 추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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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이런 지경이면 나 같으면 몸 둘 바를 몰라서라도 뭔가 일을 저지르든지, 사표를 내든지 했을 것이다. 지금 청와대 참모들은 뭘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노대통령을 만들었던 내가 지역구에서 내년 총선에서 떨어지느니 마느니 하는 소리를 들을 때는 한심하다. 이런 사실을 노대통령이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격분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노대통령을 지지했던 민주당 내의 친노(親盧) 의원 중 상당수는 아마도 이와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의 386 측근그룹의 일원이자 9월5일 민주당을 탈당한 정윤재(鄭允在) 전 부산 사상지구당 위원장도 강도는 약했지만, 부산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 탓인지 비판적인 기조였다. 정 전 위원장은 “솔직히 집권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그런 탓에 장기 국정과제를 설정하고 국정운영 시스템을 바로잡는 데 6개월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었고, 현안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정부, 대대적인 설비수리중

반면 대통령비서실을 이끌고 있는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은 전혀 다른 시각을 보였다. 문실장은 추석 연휴 뒤인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인데, 지지도가 40%면 대단한 것 아니냐.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이 있기 때문에 40%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지금의 지지도는 ‘바닥’을 친 셈이고, 앞으로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였다.

대통령 정무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다른 분석을 내놨지만, ‘큰 문제 없다’는 점에서는 문실장의 진단과 비슷했다.



그는 “지금 지지도 하락의 주원인은 경제난 때문이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최대 불만으로 경제문제를 꼽고 있다. 거꾸로 말해 경기가 회복되면 노대통령의 지지도는 바로 회복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고 풀이했다. 그는 “주가가 700선을 돌파하고, 미국 경제상황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경제가 나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별로 걱정 안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또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내에서 불안감이 돌았다. 나 자신도 이래가지고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상당히 동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청와대 안에서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은 없다. 노대통령이 가는 방향이 옳고, 그대로 가면 잘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노대통령 본인은 지금의 지지도 추락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노대통령은 9월7일 기자들과 만났을 때 “국민의 시계와 내 시계가 다르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한 적이 있다. 국민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보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제품을 생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공장의 오래된 설비를 대대적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피부에 닿는 성과를 내보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또 “논쟁을 하자고 하면 다 대답할 자료를 갖고 있다. 하나하나 따지자면 나도 할 말이 많다”고 말해 지금의 냉담한 평가에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노대통령의 말대로 지금 정부는 대대적인 설비 수리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2개의 국무회의’가 상존하고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매주 화요일은 고건(高建) 국무총리 이하 전 국무위원이 참석하는 통상적인 국무회의가 열리고 있고, 목요일에는 이른바 ‘설비 수리’에 해당하는 국정과제회의가 열린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등과 같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번갈아 여는 국정과제회의다. 여기에는 관계 부처 장관도 당연직 위원으로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제2국무회의’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이들 위원회는 집행권은 갖고 있지 못하지만, 사실상 현 정부 임기 5년의 개혁과제를 수행해갈 로드맵을 작성하는 등 실질적인 영향력 면에서는 적지 않은 권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노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에는 앞에서 열거한 것처럼 경제난,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조해가는 과도기적 상황, 인재풀의 부족과 같은 집권 준비 부족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노대통령만이 두드러지게 갖고 있는 인간적 약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주장도 있다. 여론조사라는 것이 대개 이성적인 요인보다는 감성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놓고 볼 때 그런 주장도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

“경제가 어려워서 먹고살기 힘들다”고 정부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통령이 무슨 말을 저리 함부로 하느냐”고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노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지도자로서의 면모에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것이다.

노대통령은 스스로 ‘다변(多辯)’과 ‘사교적이지 못한 점’을 인간적인 한계, 또는 약점으로 꼽고 있다. 전혀 상반되어 보이는 특징이지만, 노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이 두 가지만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나서 바라본다면 노대통령을 달리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노대통령은 다변도 다변이지만, 특유의 거친 발언으로 취임 후 여러 차례 시비를 일으켰다. 평검사와의 대화에 이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10여 차례의 특강을 통해 숱한 말을 남겼고, 8월27일에는 전남 광양에서 ‘검찰 견제론’을 설파하다가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도 별것 아닌 일로 조사를 받았다’는 ‘별것 아닌’ 발언으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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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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