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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구도 재편 노리는 신당의 생존전략

헤쳐모여식 ‘6자연대’, 지역주의 타파론 주창

정치구도 재편 노리는 신당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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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파의 행보가 아직은 독자적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머무르고 있지만 벌써 정치권의 기존 질서에 균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여당의 존재가 불투명해지면서 정치권은 혼란을 겪고 있다. 노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하기 전까지 민주당은 명목상 여당의 지위에 머무르겠지만 내용상 신당파 주축의 원내교섭단체가 사실상 여당이라는 데는 정치권 안팎에 이견이 없다. 정부를 대신하는 여당과 집권에 실패한 야당이 맞서는 정치권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신당파 기획통인 이해찬 의원측은 이와 관련, “민주당과 정책공조 형식으로 당정협의를 할 수 있다”고 말해 신당이 주체이고 민주당은 부차적 존재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의원은 “당정협의는 대통령의 당적과 연결된 사안으로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노대통령이 조만간 민주당을 탈당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10월 하순 신당 창당이 몰고 올 정치권 재편의 파고에 비하면 이같은 변화는 잔물결에 불과하다고 신당파내 강경세력들은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신당 창당은 우선 그간 정치권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인적구성과 조직 체계를 갖춘 정치세력의 출범을 의미한다.

신당은 ▲민주당 신당파 ▲한나라당 탈당파인 ‘통합연대’ ▲ 친노 영남권 원외지구당 위원장과 지난 대선과정에서 지역 선대위 인사들, 개혁당의 지역 조직책 등이 구성한 ‘신당연대’ ▲김원웅, 유시민 의원의 개혁당 ▲최근 독자정치세력화를 모색중인 시민사회단체의 ‘1000인 선언’ 모임 ▲신당 창당 취지에 공감하는 영입인사 등 6자의 광범위한 연대로 구성된다. 특히 이들 6대 신당 추진세력은 신당 내에서 동등한 자격을 누린다. 신당파는 수십 명의 의원을 포함하고 있지만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정치권 안팎의 압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신당파 스스로 정치인으로서 모든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며 신당 창당 방식은 ‘헤쳐모여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나아가 신당은 기존 정당과는 조직과 운영면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지구당위원장은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관리형 위원장이 선출되고 중앙당 역시 대폭 축소돼 원내전략과 주요 정책의 결정권은 의원총회로 넘기게 된다.



결국 이번 신당 창당은 기존 제도권 정치세력에 영입인사들이 편입되는 방식이 아니라 제도권 정치세력과 시민사회세력이 새로운 정당 조직체계 하에서 동등하게 결합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범으로 연결된다.

거세지는 변화 압력

이렇게 되면 기존 정치권 구도는 근본부터 뒤흔들릴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인적구성과 조직체계를 갖춘 신당의 탄생은 기존 정당에게 엄청난 변화의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미 ‘60대 정치인 용퇴론’ 등 세대교체의 파고가 높은 한나라당 내 신구세력 대립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신당파가 빠져나간 민주당도 DJ와 호남민심에만 의존할 수 없다.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 중심의 단결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중인 자민련 역시 변화의 대세를 피해가긴 어렵다. 신당이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 변화의 압력은 더욱 커지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심지어 자민련의 추가 이탈도 예상된다. 기존 정당들은 신당과 새로운 정치문화 창출을 위한 경쟁에 나서든지, 안정과 보수라는 명분으로 기존 질서의 수호자로 나서든지 정치적 선택의 갈림길로 내몰릴 수 있다.

이는 정치권이 기존 제도정치권의 구도를 뒤엎으려는 신당추진세력과 기존질서를 유지하려는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간의 대결구도로 재편됨을 의미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거야다여’(巨野多與) 구도는 이같은 재편 흐름의 표피적 현상일 뿐이다.

그러나 신당파 내 온건세력은 강경세력의 이같은 정계개편 전망에 대해 조금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김원기 고문은 6대 신당추진세력 가운데서도 민주당 신당파가 신당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공언해왔다. 막상 신당 창당이 진행되면 현역의원의 위상은 더욱 강화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몇 명의 현역의원이 신당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신당이 원내 2당이냐 3당이냐가 결정되고 이는 국민에게 신당이 대세인지 여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된다. 나아가 내년 총선까지 신당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것도 역시 현역의원들이다. 신당파가 굳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탈당,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것도 국정감사를 통해 신당의 창당 취지와 필요성을 국민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당과 연대할 정치권 안팎의 신당추진 세력들이 목소리는 높지만 총선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총선은 대선과 달리 흐름이나 대세 못지않게 인물이 중요한데 신당연대나 개혁당 내에서 경쟁력을 갖춘 인사를 발견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온건파의 한 의원은 “신당연대와 개혁당, 통합연대가 독자신당 창당을 선언하고도 몇 차례 창당준비위 발족을 연기한 것은 민주당 신당파의 합류를 기다렸기 때문”이라며 “이는 스스로 총선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연대의 한 관계자도 “사실 3자 연석회의를 구성한 통합연대, 신당연대, 개혁당 내에서 현시점을 기준으로 총선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 인사는 통합연대와 개혁당의 현역의원 7명과 신당연대 지도급 인사 3~4명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최열 환경운동연합 상임고문, 정대화 교수 등이 포함돼있는 ‘1000인 선언’ 모임이나 영입 인사 중에 총선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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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 민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 minp@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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