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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군사기밀 제공 혐의로 수감중인 로버트김의 옥중서신

“비밀자료 수집한 게 아니라 유출했을 뿐”

美 군사기밀 제공 혐의로 수감중인 로버트김의 옥중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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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성능 입증 안 된 C₄I 체계 구입하려 한 한국, 이를 말리려 개입
  • ● 96년 강릉에 좌초한 북한 잠수함 항로 백대령에게 알려준 후 FBI에 체포
  • ● 백대령에게 단 한 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
  • ● 변호사 선임 잘못해 형량 가중
  • ● 플리 바긴(Plea Bargain) 악용하는 미국의 검사들
  • ● 나를 외면한 김영삼 대통령과 주미 한국대사
  • ● 미국 시민이지만 한국을 사랑했다
美 군사기밀 제공 혐의로 수감중인 로버트김의 옥중서신
【지난 7월27일 서울에서 로버트김 후원회가 발족돼 웹사이트(robertkim.or.kr)를 개설하자, ‘알프스’와 ‘금강산’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이 자유게시판에 연일 그의 행적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현재는 삭제됨).애국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들의 무관심 속에 지난 7년간 묵묵히 수형 생활을 해온 로버트김은 이 일로 1996년 체포 당시 불안과 한국인의 무관심 속에서 불면의 나날을 보낸 이후 처음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고 한다.로버트김은 펜을 들어 자신이 왜 백동일 무관에게 군사기밀을 제공했는지, 감옥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A4 용지 30장에 자세히 적어 보내왔다. 이 편지는 8월5일과 8월20일 작성돼 지난 9월1일 서울에 도착했다. 로버트김이 어떤 생각으로 백동일 대령을 지원했는지, 그리고 그의 수형 생활은 어떠한지를 살펴보기 위해 그의 편지를 발췌해 공개한다. 지난 5월 ‘신동아’가 보도한 백동일씨의 수기를 비교해 읽어보면 로버트김 사건의 전모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편지는 한글로 작성된 것이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뜻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윤문(潤文)했음을 밝혀둔다(편집자).】

저는 1995년부터 주한 미국대사관에 근무하는 백동일 대령을 알고 지냈습니다. 그후 한미 해군 고위 장교들 간의 만남이 있을 때마다 한미 장교들은 화기애애하게 대담했습니다. 한미 고위 장교들 간에 기밀로 취급될 수 있는 것이 오고가기도 했습니다. 미국 장교들은 저와 백동일 대령을 감시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미국측에서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심지어는 기밀 취급자도 출입하지 못하는 상황실에 한국 장교를 들어 갈 수 있게 해주었고, 그 안에서 브리핑을 받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시 미묘한 한미관계 때문인지 1996년 강릉에 좌초한 북한 상어급 잠수함의 사고 전(前) 항해경로를 백대령에게 전화로 알려준 후 체포되었습니다.

당시 미국 해군은 한국 해군에 C₄I와 관계된 컴퓨터 시스템을 팔려고 매우 노력했습니다. 저는 C₄I와 관계된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한 팀과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그것이 어떠한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때 한국 해군이 이 시스템을 구매했다면 지금쯤은 먼지만 쌓여 있는 고물이 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이 시스템의 계약 부서는 계약을 위한 모든 서류를 준비해놓고 한국에서 온 방문 팀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팀의 한 분을 사무실 밖으로 불러내어 “이번에 계약하지 말고 한국에 돌아가서 시간을 갖고 논의한 후 한국에 맞는 요구 성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나서 구매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미국 시민이라 미국에 충성해야 하지만, 이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그날은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제가 교도소에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난 후 이 시스템을 구입했다고 들었는데, 현재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저는 한국이 미국 시스템이 아니라 한국에 맞는 독자적인 C₄I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해왔습니다. 동맹국이 제공하는 정보 중에는 한국에 필요 없는 것도 있을 수 있으며, 동맹국 사이에도 정치적 혹은 기술적 이유로 시스템을 일체화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에 이러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인재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던 중에 체포되었던 것입니다.

제가 담당했던 시스템은 C₄I이 아니라 해상을 통한 마약류 등의 밀수입과 불법 체류자의 밀입국을 차단하며 해상에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이를 발견해 조속히 구조(Search and Rescue)하는 일을 지원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미국 연안을 중심으로 개발된 것이지만 인재가 있다면 한국 실정에 맞게 독자 개발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이러한 시스템을 독자 개발한다면 동맹국인 한국과 미국이 극동 지역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미국에 충성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한미 관계를 더욱 증진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가진 제가 미국 해군의 눈 밖에 난 것 같습니다.

은퇴할 시기가 다가온 저는 부모님과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기 위해 태평양사령부 쪽으로 파견해줄 것을 희망했습니다. 그러던 중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 호놀룰루에 제게 맞는 자리가 있어서 신청했는데, 미 해군성 정보국장은 신청서를 기각했습니다. 그때 저는 제가 FBI의 감시대상이라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정보국 인사과에서도 정보국장의 지시라고만 할 뿐, 왜 기각되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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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정훈 동아일보 주간동아 차장 hoon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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