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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철 SLS 회장 폭로의 숨은 진실

이상득 보좌관 접촉은 덮어두려 하고 권재진 법무 의혹은 턱도 없이 과장

이국철 SLS 회장 폭로의 숨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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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국철의 권재진 돈봉투 발언은 거짓말” (권재진 친구 노병수)
  • ● “이국철은 권재진 관련해 이성 잃은 듯” (前 SLS 계열사 고문 이치화)
  • ● 3년간 5억 차에 싣고 다녔다?…새로운 의문
  • ● 이상득 보좌관 대면 주선 노모씨에 계열사 매각
  • ● 이국철 “노씨 모른다” 석연치 않은 否認
이국철 SLS 회장 폭로의 숨은 진실

이국철 SLS회장이 10월2일 권재진 법무장관의 입장을 밝혀달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해 언젠가 서울 강남의 SLS 사무실에서 이국철 회장을 두 시간 반 정도 만났다. 누군가 “이 회장이 억울해하니 이야기를 한번 들어줘라. 기사도 좀 써주고”라고 부탁해왔었다.

이 회장은 기자에게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고졸 철도기능직 출신으로 불과 40대 후반의 나이에 SLS중공업(철도차량과 선박블록 제조), SLS조선, SP로지텍, SP산업, SP해양, SLS캐피탈, 부인저축은행, 디자인리미티드 등 SLS그룹을 일궜다고 했다. 개인 자산인지 회사 자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1조원의 부(富)를 쌓았다고 설명했다. SLS라는 그룹명은 바다(Sea)-땅(Land)-하늘(Sky)의 약자. 스케일이 남다른 ‘고졸 신화’로 보였다.

그러나 이어지는 이야기는 귀를 의심케 할 정도의 ‘운명의 반전’이었다. 2009년 검찰(창원지검)의 수사 및 SLS조선의 워크아웃이 진행되면서 그의 제국(帝國)은 모래성처럼 스러져갔다. 그는 “이제 제대로 남은 기업이 거의 없다”고 힘없이 말했다. 사실 조그마한 건물의 한 층을 쓰는 그의 사무실은 그룹의 본사라고 하기에 너무 초라했다.

그는 ‘산업은행’을 성토했다. 기업의 회생을 도와주기는커녕 기업 사냥꾼 노릇을 한다는 얘기였다. 그의 관점에서 보자면 일리가 있는 주장으로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그는 기업을 잃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형사사건의 피의자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기자는 ‘사정은 안됐지만 기삿거리는 안 된다’고 냉정하게 판단했다.

무너진 제국(帝國)과 메가톤급 폭로



그런데 최근 이 회장은 정국(政局)의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했다. 그는 이 정권 실세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억대의 상품권과 현금 뭉치를 주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권재진 법무부 장관 및 모 검사장급에게도 청탁했고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을 접대했다고 폭로했다. 구속하면 리스트를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특정 언론 인터뷰에선 “여권 최고 실세에게 신재민의 10배를 더 줬다”는 메가톤급 내용을 쏟아낸 것으로 보도된다.

야당은 ‘이국철 게이트’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거론된 당사자 중 일부는 이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국철 회장을 “제2의 김대업”이라고 비난했다.

신 전 차관이 일부 상품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므로 이 회장의 폭로가 완전히 허구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폭로자 중 일부는 진실과 허구를 섞어가며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기의 이해관계에 따라 과장하기도 하고 감추기도 한다. 이 회장의 폭로는 그의 사생활 차원을 넘어 사회에 큰 파장을 미치는 공공의 영역이 되었으므로 어디까지 진실한 것인지, 더하거나 감추는 것은 없는지 검증해보기로 했다.

이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받자마자 ‘또 기자냐’는 듯 “지금 전화 받기 어렵습니다. 끊습니다”라고 말했다. 요즘 그의 사무실로는 기자들이 밀려들고 그는 매일이다시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두 시간 반씩이나 인터뷰 시간을 내 주던 예전의 그가 아닌 것이다. 이어지는 대화 내용이다.

▼ 잠깐만요. 제가 옛날에 한번 찾아뵈었잖아요? 기억하시나요?

“(기억이 나는 듯) 네~ 네~ 네.”

▼ 긴히 드릴 말씀이 있거든요.

“말씀하세요.”

▼ 뵙고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오세요, 그럼.”

▼ 언제 가면 되나요?

“지금 오면 돼요. 앙드레 김 바로 뒤 건물이요. (지난해 기자와 인터뷰했던) 거기서는 쫓겨나서요. 월세 못 내 여기로 이사했어요.”

“앙드레 김 바로 뒤 건물이요”

▼ 앙드레 김이 어딘가요?

“앙드레 김은 신사동에. 인터넷 치면 바로 나와요. 예. 예. (전화를 끊음)”

이 회장을 만나 진술을 들어봐야 하는 사안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권재진 장관’ 건, 다른 하나는 ‘익명의 여권 최고 실세’ 건이었다. 둘 다 거명 인물이 보통 폭발력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 회장에게 전화했을 때는 두 사안과 관련한 새로운 진술이나 자료를 취재해둔 상태였다.

먼저 전자와 관련해 이 회장은 “지난해 그룹계열사 고문인 이모씨를 통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재진 장관에게 회사구명(救命) 로비를 시도했다”고 10월2일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이 회장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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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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