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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을 사유재산처럼 낭비했다”

이동주 前 ‘안철수 진심캠프’ 국민소통자문위원 육필 토로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을 사유재산처럼 낭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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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는 올초 정치권에서 ‘그곳은 진심캠프 아닌 私心캠프였다’라는 제목의 안철수 대선캠프 50일 비망록을 입수해 1월호에 게재했다. 지난해 대선 때 ‘안철수 진심캠프’에서 국민소통자문단 위원으로 활동한 전직 언론인의 글이었다. 캠프에서 직접 겪은 일을 바탕으로 한 ‘내재적 관점’에서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해 성찰하고 비평하는 내용이었다. 익명으로 게재된 이 비망록은 세간에서 ‘독자적 관찰, 표현의 정교함, 사고의 깊이, 주장의 솔직함이 어우러진 글’로 평가받았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이동주 전 매일경제 논설위원이다. ‘신동아’ 1월호 발간 후 그는 정식으로 자신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비망록을 게재한 데 대해 ‘신동아’에 항의했다. 안철수 전 후보는 지금도 한국 정치에서 상당한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그는 4월에 치러질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할 뜻을 품고 미국에서 돌아왔다. 안철수 전 후보의 정치 복귀와 관련해 이동주 전 위원에게 새로운 글을 청탁했다. 이 전 위원은 여러 번 고사하다 마감 직전 원고를 보내왔다. 이 글은 내용도 진솔하거니와 안철수 전 후보와의 개인적 면담 등을 바탕으로 작성돼 생생한 현장감을 드러낸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3월 11일 귀국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4월 24일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힌 그의 행보는 정치권의 지대한 관심사다. 특히 지난해 말 대선 패배 이후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민주통합당에는 엄청난 부담이다. 새누리당 역시 박근혜 정부 출범 과정에서 발목이 잡히긴 했어도 야당의 지리멸렬을 내심 즐겨왔으니 안철수의 조기 귀환은 적잖이 신경 쓰이는 변수일 것이다.

안철수는 달라졌는가

안 전 교수의 복귀가 정치권을 넘어 국민적 관심사로 다시 부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의 판단으로는 지난해 11월 23일 대의명분도, 실리도 다 내던진 대선 중도하차와 함께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획을 그을 뻔했던 ‘안철수 현상’도 마침표를 찍었다. 새 정치를 고대하며 마그마처럼 끓어올랐던 국민적 갈망은 이제 미지근한 커피 수준으로 식었다. 야권에서 누가 이겨도 본전치기나 다름없는 노원병에서 당선된다 한들 그걸 ‘안철수 현상의 부활’쯤으로 해석하기엔 턱없이 미흡하다. 유력 대선 후보의 이미지를 활용해 손쉬운 국회의원 지역구 하나 챙기는 정도라면 안철수가 그토록 타파하려 했던 기득권 정치와 뭐가 다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돌아온 안철수’에겐 특별히 달라진 모습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귀국 일성으로 ‘낮은 정치’와 ‘가시밭길’을 언급했는데, 서울 노원구가 과연 그런 행보에 적합한지도 논란거리다. 무엇보다 신당 창당이나 새 정치 비전 같은 현안엔 모호한 답변만 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와 눈에 띄는 차이점이라면 그의 주위에 박선숙 전 본부장, 유민영 전 대변인 같은 과거의 핵심측근들이 전면에서 사라졌다는 사실 정도다. 83일의 해외체류 기간에 많은 생각을 했다는데 그는 대체 뭘 생각한 것일까.



필자가 지난해 안철수 진심캠프에서 국민소통자문위원으로 짧게나마 겪은 일들을 토대로 추측한다면 그는 아직도 큰 그림보다는 지엽적 실리에 집착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대선에서 모든 걸 걸고 새 정치를 구현해내겠다던 그가 어쩌다 기득권 정당들의 잔칫상 제물로 전락하고 말았는지를 뼈저리게 반추해봤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안철수가 대선에서 실패한 원인을 꼽으라면 당연히 대세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신념의 결핍이었다. 한국 정치사에 유례없는 안철수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기본인식이 부족했고 새 정치를 구현해내겠다는 신념도, 필요한 인물을 기용하는 능력도 모자랐다. 그저 안철수 현상이 자기 개인의 대중적 인기인 것으로착각한 채 아이돌 스타같이 행동하면서 소중한 국민적 에너지를 사유재산처럼 낭비했다.

‘모범생’ 안철수가 두려워한 것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을 사유재산처럼 낭비했다”

지난해 11월 23일 캠프 사무실에서 대선 후보 사퇴 브리핑을 하고 나오는 안철수 전 후보.

시곗바늘을 지난해 11월 대선 시점으로 돌려보자. 지금 복기해보면 훨씬 선명하게 알 수 있듯이 당시의 3자 대결구도는 가위바위보 놀이처럼 서로 물고물리는 삼각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문재인은 박근혜를 이길 능력이 모자라고, 박근혜는 안철수를 누를 도덕성이 부족했으며, 안철수는 문재인을 극복할 뚝심과 배짱이 달렸다. 만약 안철수, 문재인이 단일화를 못한 채 3자구도가 끝까지 유지됐더라면 어땠을까. 고정 지지층이 두꺼운 박근혜가 가장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순 없는 게임이었다.

다만 안철수 처지에서는 기존 정당 후보들과 똑같은 손익계산법을 택할 이유가 없었다. 한때 50%를 넘나들던 그의 지지율이 20%까지 추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상한다 한들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어차피 정치권 루키(신인)인 그로서는 여론시장에 형성된 가상의 주가(株價)를 일부라도 현금화한다면 엄청난 정치적 자산을 얻게 되는 셈이다. 그는 스스로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정치인으로 남겠다”고 선언한 만큼 한 방에 성공하지 못했다 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었다.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 열망을 확인하고 정치 경륜을 축적한 것만으로도 그의 출발은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는 두려워했다. 3자 대결구도가 끝까지 이어지면서 박근혜가 대선 승리를 가져갈 경우의 두려움 말이다. 민주당이나 그 지지자들이 문재인 패배의 책임을 모두 안철수에게 떠넘기며 맹비난을 가하리란 건 뻔히 예견된 일이다. 평생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아본 적이 없는 모범생 안철수에겐 구태정치의 겁박과 잔꾀를 감당할 배짱이 없었다. 아마도 안철수를 막판에 주저앉히는 데 공을 세운 민주당 출신 핵심 측근들도 똑같은 논리로 후보 사퇴를 종용했을 것이다.

아무튼 연말 대선의 팽팽한 삼각 줄다리기는 뒷심이 부족한 안철수가 먼저 손을 놓아버리면서 균형이 무너졌다. 그 후에도 여러 곡절이 있었지만 안철수가 빠진 양자대결 구도에서 박근혜의 승리는 당연한 결과였고 이변은 없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갓 출범한 지금 국민은 한치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여야 구태정치에 또다시 한숨만 짓고 있다.

이런 과정을 되돌아본다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아는 상식적 교훈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새누리당 정권이 아무리 부패하고 무능해도 민주당은 ‘지속가능한 대안세력’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건 역대 선거에서도 누차 증명된 일이니 딱히 새로울 것도 없다. 지난해 4·11 총선 결과만 보더라도 새누리당의 눈부신 선전(善戰)이라기보다 민주당의 코미디 같은 자멸 아니었던가. 한국 정치의 부패와 부조리가 근절되지 못하고 기득권 정당이 정신을 못 차리는 원인의 절반 이상은 견제능력을 상실한 가짜 진보세력에게 있고, 그게 지난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증명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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