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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마추어 6명이 북한 프로 11명을 당해내겠나”

천안함 사건 당시 안보 책임자의 하소연

“한국 아마추어 6명이 북한 프로 11명을 당해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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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이 보복은 못하고 대응만 하는 나라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 보복할 능력을 못 갖췄기 때문이다.
  • 그러면서도 평소 북한을 우습게 보고 국방력 증강을 소홀히 한다.
  • 이스라엘은 그런 한국을 보며 “한국처럼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 천안함 사건 당시 안보를 책임졌던 군 고위관계자가 격동의 시기를 겪으며 바라본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을 공개한다.
“한국 아마추어 6명이 북한 프로 11명을 당해내겠나”

2010년 천안함 사건 직후 청와대 벙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긴급히 주재한 안보장관 회의.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한반도에 팽팽한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3년 전 이맘때인 2010년 3월 26일 우리는 키리졸브 훈련을 끝내고 독수리 훈련을 하다 천안함 폭침이라는 경천동지할 도발을 당했다. 지금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것은 천안함 사건이 연상된 탓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건에 이어 연평도 사건을 당하면서 힘을 잃었다. 이 대통령은 재임 중 북한의 핵실험을 두 번이나 허용했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기자는 ‘천안함 정치학 : 이명박식 보수는 왜 실패했나’라는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을 준비할 때부터 이명박 정부에서 안보를 담당하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집요하게 추적했으나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Q씨도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 때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다. 책을 낸 뒤 그와 여러 번 만났다. 뒤늦게라도 당시의 실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그는 정식 인터뷰를 사양했다.

여러 차례 밀고 당기는 승강이를 하다 3차 핵실험 후 북한의 도발 징후가 노골화한 시점에서 익명을 전제로 한 대담이 이뤄졌다. 그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서는 “‘천안함 백서’등을 통해 사실이 다 공개됐다”며 그만이 알고 있는 비화를 털어놓지 않았다. 하지만 안보 위기를 맞은 지금 우리가 참고할 중요한 교훈을 들려줬다.

‘한국처럼 되지 말자’

▼ 3차 핵실험 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자 북의 위협이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그런 위협을 한두 번 했습니까. 너무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미군이 와서 키리졸브 훈련을 하고 있으니 도발하지 못할 겁니다. 전시(戰時)에 가동할 시스템을 연습하고 있는데 도발할 리가 없지요. 도발하면 우리야 좋죠. 다 준비하고 있으니까, 바로 대응하면 됩니다.”

▼ 미군이 없으면 대응하지 못합니까.

“그게 문제입니다. 말로는 ‘부족한 것을 채우고 잘못된 것을 고치자’는데, 실천이 따라주지 않아요. 이율곡이 나라 방비를 위해 10만 양병을 주장했고, 그것이 일리 있다고 봤다면 5만이라도 양병해야 하는데 어떻게 했습니까. 병력을 늘리면 중국(명나라)을 자극한다고 갑론을박만 했잖아요. 우리는 말만 좋아하는 민족 같아요. 논쟁만 하고 실제로 무력은 키우지 않아요. 국민성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 국민이 왜 그렇게 됐다고 봅니까.

“무관심이에요, 무관심. 뭔가 터지기 전까지는 내 일이 아니라고 보는 미련한 무관심이 이 지경을 만들었어요. 주인의식이 없는 거죠. 얼마 전 외국에서 오래 살다가 귀국한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이런 요지의 칼럼을 썼어요.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주변 사람들에게 큰일이라고 걱정했더니 놀랍게도 무관심하거나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일부는 ‘김 박사도 여기서 살다보면 적응될 거야’라고 했다. 연평도 포격전 직후 이스라엘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이스라엘 국방·외교 정책의 핵심은 한국처럼 되지 말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말한다. ‘수백만 명이 동시에 통화하고, 말춤 추는 가수의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손바닥 안에서 볼 수 있는 기계와 인프라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정작 자신의 가족과 재산을 지켜줄 방어 시스템 하나 제대로 못 만든다는 건 정상이 아니다’…. 북한이 정전체제와 불가침합의를 파기하겠다고 해도 한국 증시의 주가(株價)는 떨어지지 않아요. 생필품 사재기도 없어요. 무관심이지 무관심. 운명이라고 체념하는 것….”

▼ 북한의 방사포 공격을 막을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김 교수도 썼지만 2006년 2차 레바논 전쟁 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가자지구에 침투한 헤즈볼라가 쏘아대는 소형 로켓탄을 막지 못해 전전긍긍했습니다. 하늘은 배경이 단순해 레이더가 날아오는 비행기를 금방 탐지하지만, 지상은 산과 들, 새 등 숱한 장애물이 있는 데다 로켓탄은 비행기보다 훨씬 작아서 탐지하기 정말 어려워요.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5년 만에 ‘아이언돔’을 개발했잖아요. 그걸로 지난해 11월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로켓탄의 90% 이상을 막아냈습니다. 우리는 IT(정보기술)가 세계 최고면서 왜 그런 것 만들 생각을 못합니까.”

“공중급유기 없이 보복 어려워”

▼ 천안함 사건은 키리졸브 연습이 끝나고 독수리 연습을 할 때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요.

“그럴 수도 있지요. 천안함 사건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천안함의 한 장병이 어뢰를 맞은 것 같다는 연락을 해왔지만, 그때까지 어뢰를 맞고 함정이 침몰한 경우가 없으니 믿을 수가 없었어요. 우리 영해에서 사건이 일어났으니, 북한 잠수함정이 우리 영해로 침투해 어뢰를 쐈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때는 저도 무지했습니다. 어뢰는 배를 직격(直擊)해서 침몰시키는 줄 알았으니까. 나중에 보니까, 근처에 터져서 버블링(bubbling)으로 배를 들어올렸다가 밑으로 끌어내리면서 꺾어버리더군요. 그때 이명박 대통령이 정말 잘하셨습니다. 속단하지 말고 제대로 파악하자며 한국군뿐 아니라 민간 과학자와 외국 조사단까지 참여시켜 진상을 정확히 밝혀내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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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편집위원│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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