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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마추어 6명이 북한 프로 11명을 당해내겠나”

천안함 사건 당시 안보 책임자의 하소연

“한국 아마추어 6명이 북한 프로 11명을 당해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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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을 밝혀낸 뒤 왜 보복하지 못했습니까.

“북한은 사거리가 짧은 미사일은 전방에, 중간 정도 되는 것은 그 뒤에, 전략 미사일은 종심의 깊은 후방에 배치해놓았습니다. 그런 미사일을 다 잡아야 북한이 대응하지 못하게끔 제대로 보복할 수 있어요. 북한 미사일을 잡을 수 있는 무기는 미사일과 공군기입니다. 그중에서도 좋은 게 공군기입니다. 종심 깊은 곳에 있는 북한의 전략 미사일을 잡으려면 F-15K 같은 대형 전투기를 출격시켜야 합니다.

명령을 받은 F-15K는 많은 폭탄과 미사일 달고 출격하므로 기체가 무거워 이륙 때 연료를 많이 소비합니다. 그런데 많은 무장을 탑재하느라 보조 연료탱크를 장착하지 못해 북한 종심까지 침투할 수 없어요. 그때 급유기가 하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연료를 공급해 종심 침투를 지원하는 겁니다. 작전을 마친 F-15K는 애프터버너까지 켜면서 전속력으로 귀환해야 하므로 금방 연료가 떨어집니다. 그때도 휴전선 남쪽에 급유기가 떠서 기다리고 있다가 급유를 해줘야 후방 기지에 무사히 착륙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꼭 필요한 공중급유기가 없어요.”

▼ 급유기는 1993년 소요를 결정하고 2000년 사업에 착수했는데 계속 순연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급유기 도입을 거부했습니다. “미군 것을 빌려 쓰면 된다”면서….

“(이 대통령은)기업을 오래 경영했기 때문인지 경제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측면이 있어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정치하는 분들은 한미동맹으로 풀 수 없는 문제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미군 급유기로 급유를 받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오랜 훈련을 통해 자격이 있는 조종사만 할 수 있어요. 우리도 급유기를 갖고 있어야 급유 훈련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실전이 벌어지면 급유기가 동원되는 종심 타격은 미군 전투기만 하고, 우리 공군기는 급유기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침입한 적기를 잡는 방어 요격 작전만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보복을 합니까. 우리는 준비가 안 돼 있어요.”



PAC-3 도입 반대한 DJ 정부

▼ 우리 미사일로 보복을 할 수는 없나요.

“종심 깊은 곳의 북한 미사일은 제대로 격파하지 못하니, 오히려 북한이 미사일 공격을 할 수 있는 빌미만 줍니다. 그렇다면 날아오는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PAC-3(최신 개량형 패트리어트 미사일)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우린 말로만 국방을 했어요.”

▼ 김대중 정부 때 PAC-3 도입을 놓고 논쟁이 있었지요. 김대중 정부는 PAC-3를 사면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체제(MD)에 들어가게 된다며 반대했습니다. PAC-3를 도입하면 북한이 우리를 의심해서 남북관계가 경색될 거라고도 했습니다.

“MD는 적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요격하는 것, 적 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가 비행하고 있을 때 요격하는 것, 그리고 대기권 안으로 다시 들어와 표적지역에 떨어질 때 요격하는 것 세 단계로 나뉩니다. 미국이 MD를 구축한 것은 중국을 의식해서인데, 지정학적 여건상 한국은 중국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 단계에서 요격하는 기지가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도입하려던 PAC-3는 세 번째, 즉 종말(終末) 단계의 요격 미사일입니다. 한반도는 종심이 짧아 북한이 쏜 미사일은 바로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발사 단계 요격이나 대기권 요격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없어요. PAC-3 도입은 미국 MD에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김대중 정부는 중국을 너무 의식했습니다. ‘중국과는 무관하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 때문이다’고 하면서 PAC-3를 도입했어야 해요.

PAC-3를 갖고 있어도 북한이 미사일 쏜 것을 알아야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건 미국의 조기경보위성인 DSP나 SBIRS로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MD망에 어느 정도는 연결돼 있어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북한을 지원하더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갖춰가면서 했어야죠.”

▼ 김대중 정부에 이은 노무현 정부가 국방개혁법으로 육군 의무병의 복무기한을 18개월로 줄이기로 한 것은 어떻게 봅니까.

“북한의 병력은 여전히 119만입니다. 안보 위협은 줄어들지 않았는데 정치인들은 국방비, 병력, 복무기간 줄이는 것을 국방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급속히 줄어들던 의무병 복무기간을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사건 후 21개월로 멈춰 놨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18개월로 줄인다고 했습니다. 정치인들은 표 때문에 국방비나 복무기간을 늘리자고는 못해요. 복지예산은 늘리자고 해도…. 북한 병사들은 12년 복무합니다. 우리는 18개월로 하겠다고 하고요. 12년을 뛴 선수와 18개월짜리 선수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예요. 그런데 프로는 119만 명이고 아마추어는 50만 명으로 줄인다고 했으니, 프로 선수 11명을 아마추어 선수 6명으로 맞서 싸우라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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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편집위원│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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