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호

해군 무인항공기 도입

입찰 탈락 중개상 “선정 과정 의혹”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9-07-30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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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상 실전배치 실적 없다”
    • 해군 “성능 완벽하다. 문제없다”
    해군 무인항공기 도입

    무인항공기

    해군은 국가정보원의 위탁으로 해상 무인항공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함정에서 무인정찰기를 띄워 200㎞ 이상 정찰 작전을 수행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비밀 프로젝트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기종 선정 단계에서 특혜 논란이 제기돼 군 외부로 알려졌다.

    해군의 무인항공기 입찰에서 미국의 A사와 유럽의 S사가 경합했다. A사의 에이전트는 B사, S사의 에이전트는 M사가 맡았다. A사는 우리 군에 무인항공기를 공급한 전례가 있다. 2008년 12월 해군은 S사를 선정하고 270억여 원에 공급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최근 수개월 사이 S사 선정과 관련해 잡음이 나와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국회 국방위 김학송 위원장(한나라당) 측은 “청와대가 진상파악에 나섰다. 우리도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나돌았는데 이 부분은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해군 무인항공기 도입 기종 선정에 어떤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지 B사의 이모 대표, M사의 박모 대표, 해군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봤다. 입찰에서 떨어진 B사의 이 대표는 “인터뷰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한동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더니 “정말 억울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선정된 S사 제품이 해군의 요구사항을 충족한다는 점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는데 고가(高價)에 공급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억울함, 말로 다 못해”

    낙찰을 받지 못한 입찰 참여자가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무기시장에서는 선정된 쪽이나 떨어진 쪽이나 대체로 침묵을 지킨다. 이 대표의 강도 높은 불만 표출은 이례적인 일로 비쳤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정치권에서도 무인항공기 기종 선정과 관련해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내가 퍼뜨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외부에 말을 하지 않았다.”

    ▼ 입찰에서 떨어졌는데….

    “억울하다. 억울한 점은 말로 다 못할 정도다. 미국 A사 무인항공기는 군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검증된 제품이다.”

    ▼ 공익적 관점에서 이번 선정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선정된 기종이 해군이 요구한 점을 실현할 수 있는지 의혹이 재기될 수 있다고 본다. ”

    ▼ 그렇게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완성된 기종이 아니다. 납품하는 측에서는 ‘할 수 있다’‘해주겠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해군의 목표를 달성해낼 수 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눈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 해군 무인항공기는 어려운 기술을 요하는 기기인가.

    “육상에서 주로 쓰이는 육군용 무인항공기와는 다르다. 염분이 많은 바다에서, 폭풍이 부는 악천후 속에서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훨씬 먼 거리를 커버해야 한다. 해상 실전에 배치되어 검증될 필요가 있다. 유럽 S사 기종은 더 그렇다.”

    ▼ S사 기종이 왜 특별히 그렇다고 보나.

    “A사 기종은 비행기 형태인 데 반해 S사 기종은 헬리콥터 형태다. 프로펠러를 동력으로 쓰는 헬기는 비행기에 비해 악천후가 잦은 해상 환경에 더 취약하다고 본다. 이건 상식 아닌가.”

    ▼ 선정된 기종은 실전에 배치돼 검증되지 않았나?

    “몇몇 나라에서 해상 시험비행을 한 것으로 안다.”

    티코를 그랜저 가격에 샀다?

    이와 관련, B사 관계자는 “A사 기종은 검증된 제품인 만큼 가격이 좀 비싼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티코와 에쿠스가 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티코를 그랜저 가격에 사선 안 된다”고 했다.

    해군과 B사, M사에 따르면 해군은 입찰 참여회사에 “해상에서 200㎞ 이상 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B사 측은 S사가 해상 비행거리 200㎞ 이상의 무인항공기를 현재까지 제작해본 적이 없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B사 측에 따르면 S사는 육상용 무인항공기를 주로 공급했으며 해상용 무인항공기는 시험비행 단계여서 실전검증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S사의 에이전트인 M사 박모 대표와 해군 관계자의 입장을 들어봤다.

    해군 관계자는 “기종 선정 이전에 S사 기종을 여러 번 테스트(시험비행) 했다. S사의 기종은 해군이 요구하는 작전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선정했다.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 질문하자 이 관계자는 즉답을 피했다.

    해군 무인항공기 도입

    헬기형 무인항공기

    ▼ S사는 다른 나라 해군에 무인항공기를 납품한 실적이 있나?

    “인도,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시험비행을 했다.”

    ▼ 해군에 실전 배치돼 활용된 사례는 없다고 하는데….

    “확인해보겠다.”

    ▼ 그렇다면 S사 기종이 외국 육군에서 활용된 실적은 몇 번이나 되는가?

    “그것도 확인하겠다.”

    ▼ 해군이 요구하는 조건 중 비행거리는 중요한 요소로 알고 있다. 해군은 200㎞ 이상의 비행거리를 요구하는 반면 실전 배치된 S사 기종의 비행거리는 80㎞ 정도라는데….

    “확인해보겠다. S사가 현재 생산하는 기종과 우리 해군에 납품하기로 한 기종은 차원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 그 말은,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기종을 쓰기로 했다는 의미인가?

    “그렇게 보는 건 일종의 논리싸움이다.”

    “기상 나쁘면 다 못 뜬다”

    ▼ 헬기는 비행기에 비해 해상 악천후에 더 불리하다고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기상이 아주 나쁘면 헬기나 비행기나 다 못 뜬다.”

    다음날 해군 관계자는 “확인해보겠다”고 한 사안에 대해 답변을 해왔다.

    ▼ 답변을 미룬 부분에 대해 확인했나.

    “어제 질문 사항에 대해 (담당 부서로부터) 설명을 다 들었다. 상세히 설명할 테니 비보도(非報道)로 해달라.”

    ▼ 받아들이기 힘들다. 비보도로 할 거면 왜 설명하나.

    “그런가. 애매한데. 먼저 ‘비행거리가 200㎞ 이상 가능한가’에 대해선 가능하다, 무조건, 확실하게. 그런데 현재 사업이 진행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유를 밝히라고 하면 작전반경이 노출되는…. 최대 300㎞도 가능하다. 200㎞ 불가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 200㎞ 이상 실제로 비행한 적 있나.

    “시험비행한 건 아니다. 이건 시험비행 문제가 아니라 연료량에 따라 왔다갔다 한다. 확실하다.”

    ▼ 육군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례는 몇 건인가.

    “S사는 아랍에미리트 정부에 육상용 무인항공기를 납품 중이다.”

    ▼ 해군에 실전 배치돼 활용된 사례는 있는가.

    “파키스탄 등에서 해상 시험비행을 했다. 외국에서 실전 운영 사례가 없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전혀 고려가 안 된다. 우리가 S사 기종에 대해 시험비행 평가해서 적합판정이 나왔으니까.”

    “S사가 현재 생산하는 기종과 우리 해군에 납품하기로 한 기종은 차원이 다른 것” “시험비행한 건 아니다”라는 해군 측 설명에 따르면 S사는 200㎞ 이상 해상비행이 가능한 기종을 아직 생산하고 있지 않으며 새로 개발해 납품하기로 해군 측과 계약한 것으로 보인다. 해군 측에 따르면 이번에 해군에 의해 선정된 S사의 기종과 유사한 기종은 외국에서는 육군 실전 배치가 한 건이었고 해군 실전 배치는 없으며 해군 시험비행은 여러 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 측은 S사 기종을 충분히 검증했다는 근거로, 여러 차례에 걸쳐 S사 기종에 대해 비행테스트를 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한 최대 300㎞ 비행도 가능하고 연료량에 따라 좌우된다고 했다.

    그러나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아 보인다. 해군이 받을 S사의 200㎞ 이상 해상비행 기종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면 해군은 어떤 기종을 갖고 비행 테스트를 했느냐는 점이다. 또한 그러한 비행 테스트가 선정 기종의 성능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해군 측은 근거를 명확히 댄 편은 아니었지만 “무조건, 확실하게” 200㎞ 이상 비행 성능이 검증되었다고 했다. 해군 측이 이렇게까지 확신하므로 믿어주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상식적으로 봤을 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200㎞ 이상 기종 상용화 안 됐다”

    S사의 에이전트인 M사 박 대표에게 이 점을 중심으로 쟁점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어보았다. 박 대표는 “200㎞ 이상 기종은 실제로 상용화된 것은 없다”고 했다.

    ▼ S사가 실제 생산해 운영되고 있는 기종은 어떠한 종류가 있나. 운항거리별로 설명해 달라.

    “45㎞, 80㎞, 180㎞ 기종이 생산되고 있다. 이번에 한국 해군과 200㎞ 기종(납품계약을 맺고 개발) 진행 중이다. 이건 실제로 상용화된 것은 없다.”

    ▼ S사 기종의 통상적인 비행거리는 어느 정도인가.

    “통상적으로 180㎞이다.”

    ▼ 실전 배치된 기종의 비행거리는 어느 정도인가.

    “80㎞로 알고 있다.”

    ▼ 200㎞ 이상 기종은 만들어본 적이 없다는 건데.

    “S사가 만들겠다고 보장한 것이니까, 그게 안 되면 계약이 파기되는 것이다.”

    ▼ 만에 하나 그런 이유로 계약이 파기될 경우 해군이 유무형의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막대한 피해를 보는 건 본사(S사) 쪽이므로 본사가 잘할 것이다. 200㎞는 해군 측이 요구한 사항인데 거리운용은 통신장비의 성능과 관련이 있다. 그 정도 거리를 갔을 때 임무가능 시간이 나오는 건 기본이다. 연료 문제는 기체 성능에 포함되는 것이고….”

    ▼ 그러나 현재 존재하지 않는, 200㎞ 이상 비행거리 기종의 성능을 어떻게 보증하는가.

    “한국군이 A사 무인항공기를 도입했을 때도 전세계에서 한국군이 최초였다.”

    박 대표에게 해군 측이 기종 선정 전 비행 테스트한 기종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박 대표는 “주로 비행거리 80㎞ 기종으로 테스트했다”고 밝혔다.

    ▼ 테스트에 쓰인 기종은 어떻게 구했나.

    “내가 가장 기본적인 장비만 구매해서 들여왔다.”

    ▼ 납품은 200㎞ 이상 기종으로 하는데 …

    “바다에서 테스트할 때는 S사에서 180㎞ 기종을 가져와서 했다.”

    ▼ 테스트 기종 구입하는 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수십억원 들어갔다.”

    ▼ 무기중개상이 자기 돈 써가면서 중개한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단순 에이전트 역할은 아니고 S사와 총판계약을 했다. 아시아 거점 생산기지를 만들 계획이다.”

    ▼ 그렇더라도 S사는 매우 유리한 입장 아닌가. 무기중개상이 발주처에 테스트해주고….

    “내가 계약에 서툴렀던 것 같다. S사는 배짱장사다. 전세계에서 대박이 났으니까.”

    시험비행의 진실

    ▼ 해군과 계약한 후 기업들에 계약 사실을 알리며 투자를 요청한 사실이 있는가. 투자요청을 받은 기업 중 하나가 A사의 에이전트인 B사 측에 그 얘기를 전했다고 한다. 이에 B사 측은 해군 측에 “군사기밀 사업이라며 우리에겐 보안을 철저하게 지키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낙찰받은 중개상은 그걸 기업체에 얘기하면서 투자금을 모으도록 놔두느냐”며 항의를 했다고 한다.

    “투자 유치를 한 사실이 있다.”

    ▼ 왜 투자 유치를 했나.

    “회사가 자금난에 시달렸다. 테스트용 기종을 구입하는 데 돈을 많이 쓴 데다 납품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중개수수료도 받지 못해서…. 결국 얼마 전 우리 회사는 합병됐다.”

    ▼ 합병한 회사의 대주주인가.

    “그건 아니다.”

    ▼ 에이전트는 계약만 성사되면 임무는 끝나는가.

    “성공적으로 납품이 완료될 때까지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 자금난에다 합병 등 조금 불안해 보이는데….

    “이 업무는 문제없이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독일 등에서 시험 비행한 결과 기상은 문제가 안 됐다. 악천후에는 아무리 좋은 장비라도 한계가 있다. 헬기는 함정과 같은 좁은 공간 이착륙에 유리하다”면서 “해군이 원하는 최고의 기종을 납품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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