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선(49) 작가는 지난 10년간 손가락 한마디 길이도 되지 않는 한지 고무신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에게 고무신은 ‘어머니’와 동의어다.
“어머니가 항상 흰 고무신을 신고 다녔기 때문인지 어머니 하면 고무신이 떠올라요. 댓돌에 고이 놓인 고무신처럼 그렇게 묵묵하게 사셨지요. 계속해서 고무신을 만들어가는 건 어머니의 자취를 표현하고 싶어서예요. 그러고 보니 인류의 지향점을 그린 것도 같네요.”
그는 한지죽(닥)으로 고무신을 만든다. 닥나무 껍질이 여러 공정을 거쳐 한지가 되는데, 한지가 되기 직전의 상태인 닥을 이용한다. 물에 불린 닥에 풀을 넣곤, 체에 밭아 찰흙으로 만든 고무신 틀 안에 붓는다. 10호 정도 크기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길이 3㎝ 정도 되는 고무신 2500켤레가 필요하다.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7월7일까지 열린 그의 개인전 ‘꿈꾸는 방랑자’는 고요한 삶의 의미를 읽는 장을 제공했다는 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