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호

현장 리포트

거물급 예비후보 9인의 승부수②

20대 총선 서울 격전지 구로을

  •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6-02-24 14: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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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을

    박영선 더민주 도미노 탈당 차단
    문헌일 “지역감정·연고주의에 기대 정쟁만”

    서울 구로을은 2004년 17대 총선을 기점으로 진보 정당 강세지역이 된 곳이다. 소선거구제로 바뀐 13대(1988년) 이후 이곳의 주인은 한동안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번갈아 차지했다. 13대 때는 김종필 총재가 이끄는 신민주공화당의 유기수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14대(1992년)에선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이경재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다. 15대(1996년) 때는 신한국당(현 새누리당)의 이신행 후보가 승리했다.
    하지만 이신행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하는 바람에 치러진 1999년 3·30 재선거를 통해 진보 정당이 다시 주인이 됐다. 당시 국민회의 한광옥 후보가 이신행 전 의원의 부인인 한나라당 조은희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어 치러진 16대 총선(2000년)에선 민주당 장영신 후보가 바통을 이어받았으나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2001년 10·25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이승철 후보는 김대중 정부 문화관광부 장관 출신인 민주당 김한길 후보를 꺾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17대 총선(2004년)에선 열린우리당 김한길 후보가 설욕에 성공했다. 이때를 전환점으로 보수진영은 실지(失地) 구로을을 되찾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후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18대(2008년), 19대(2012년) 내리 두 차례 당선됐다. 박 의원은 특히 19대 총선 때는 61.94%를 득표해 35.05%에 그친 새누리당 강용식 후보를 크게 앞섰다.

    박영선 철옹성 뒤집기
    따라서 구로을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야권의 중진으로 자리매김한 박 의원을 상대로 펼칠 새누리당의 고토(故土) 탈환 작전이 성공할지 여부다. 현재 새누리당에선 4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표밭을 갈고 있다. 강용식 전 당협위원장, 박장호 전 국무조정실 개발협력정책관, 김경업 전 구로의소리 발행인, 문헌일 현 당협위원장이다. 이범석 변리사는 무소속으로 등록했다.
    박영선 의원이 철옹성을 구축한 것으로 간주되던 이곳에 전운이 감도는 건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와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에서 후보를 낼 가능성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당이 받은 지지율을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는 후보가 공천을 받아 출마한다면 3자 대결 구도가 되면서 진보층 유권자의 표가 분산되므로 박 의원에겐 절대 불리해진다. 국민의당은 이곳에 지명도가 높은 강력한 인물을 찾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박 의원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신당을 만들면서 박 의원과 가까운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의 도움을 받아 ‘박영선 영입’에 공을 들였다. 그를 끌어들이면 더민주 의원들의 추가 탈당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뿐만 아니라 박 의원과 교감을 나누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동참도 수월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1월 21일 더민주 당 잔류를 공식 선언했고, 이후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이끄는 선대위 위원 자리를 맡았다. 그의 잔류 결정은 더민주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을 차단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국민의당 처지에선 뼈아픈 일이었다.
    잔류 선언 당시 박 의원은 “오랜 시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먹을 가는 무념의 마음으로 저를 돌아봤다”고 말했다. 또 “(김종인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이제 국민적 갈망이 담긴 경제민주화의 길, 그 실천 가능성이 찾아왔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김 위원장에게 ‘오늘의 이 결정은 김 위원장과 제 30년 인연이 만들어준 것이 아니겠느냐’고 문자를 보냈고, ‘참다운 수권정당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자’는 답장을 받았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김종인 효과’로 당에 잔류했다는 의미다.



    기업인 출신 문헌일 부상
    그러나 국민의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면 4선 고지 등정이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신당 바람이 호남에서만 맴돌면서 수도권으로 북상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자신이 구축해놓은 철웅성에서 섣불리 빠져나와 모험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전반적인 선거 구도 역시 박 의원에게 유리할 부분이 별로 없다. 새누리당은 야권 분열 상태로 치러지는 4·13 총선을 ‘서울 강북벨트 탈환’의 호기로 삼고 있다. 서울 강북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여파로 ‘MB돌이’들이 대거 등장한 2008년 18대 총선을 제외하곤 진보정당이 장악해왔다.
    새누리당은 특히 12년 만에 구로을 고토를 되찾아 강북벨트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한때 야당 중진인 박 의원을 저격할 ‘자객 공천’을 구상하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가 직접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구로을이나 김한길 의원 지역구인 광진갑 출마를 제안한 바 있다. 오 전 시장은 이를 거부하고 종로에서 뛰고 있지만 현 당협위원장인 문 예비후보가 의외로 선전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가능성을 엿본 새누리당 지도부로선 구로을 총력지원 태세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당 차원의 엄호를 받을 문헌일 예비후보는 구로에서 ‘문엔지니어링(주)’을 경영하면서 (사)한국엔지니어링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한 기업인 출신이다.
    문 예비후보는 박 의원을 겨냥해 “국민 삶의 질에 대한 고뇌와 반성은 없고 지역감정과 연고주의에 기대어 쉽게 권력을 얻고 이를 계속 지키려는 정쟁만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구로을 선거엔 중요한 변수가 하나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모두 수도권 판세 전체가 흔들리면 야권 후보들 사이에 제한적인 선거연대가 이뤄질 수 있고, 이 경우 박 의원의 수성(守城)은 한결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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