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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진단법에서 테이프 치료법까지

소문난 한의사 5명의 이색 치료법

사주 진단법에서 테이프 치료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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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이한 한방 진단법과 함께 독특한 한방 치료법도 있다. ‘테이핑요법(첩대요법’(貼帶療法)이 그것. 이 요법은 인체의 특정 근육이나 경혈(經穴, 침자리) 및 경락(經絡) 부위에 테이프를 붙이는 것만으로 각종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개발된 테이핑요법은 96년 한국에 처음으로 선을 보인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 현재 전국 250여 한의원에서 환자 치료에 응용하고 있고, 테이핑요법 학술 모임인 대한첩대학회(회장 황재옥)의 임상사례 보고에서는 놀랄 만한 치료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연 몸에 테이프를 붙이는 것으로 치료가 될까. 이에 대해 대한첩대학회장 황재옥씨(한의학박사·황한의원 원장)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요통이나 견비통(어깨 통증) 등 근골격계 급성 통증의 경우 테이프를 붙이자마자 바로 효과가 나는 것을 보면 시술하는 의사가 보기에도 “마술같다”고 한다. 실제로 환자들도 통증이 금세 사라지는 현상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정도라는 것.

다음은 지난 6월28일 허리를 다쳐 병원을 찾은 환자 김모씨(43·남)의 사례. 그는 아침에 세수하려고 몸을 숙이다가 요추(허리)가 삐긋했고, 오른쪽 엉덩이쪽으로 통증이 번지더니 허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가 됐다. 그리고 목 주위에서도 뻐근한 통증이 생겼다.

황재옥원장이 환자의 맥을 짚고 테이핑요법 시술에 사용하는 진단기기(인체의 좌우 균형도를 검사하는 장치)로 진단한 결과, 환자는 평소 운동부족으로 근육기능이 저하돼 있던 상태에 근육이 갑작스럽게 긴장돼 생긴 증상이었다. 치료는 환자의 근육기능에 문제가 생긴 부위 7군데에 테이프를 붙이는 것으로 끝났다. 시술 시간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테이프를 붙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요통은 사라졌고, 이틀 후 테이핑치료를 한 번 더 받자 목과 엉덩이의 통증이 사라졌다.

테이프에 무슨 약물이라도 첨가돼 있는 걸까. 황재옥원장이 테이핑치료에 사용하는 테이프를 기자가 확인해본 결과 어떤 약물제제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한국에서 생산되는 일반 반창고나 밴드류에 비해 접착력과 신축성이 뛰어난 일제 테이프였다. 황원장은 테이핑요법의 치료 원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테이프 자체에 약효가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증상을 정확히 짚어내 테이프를 어떤 모양으로, 어떤 부위에, 어떤 방향으로 붙이느냐가 치료의 관건이다. 테이프를 붙이는 지점이 인체의 경혈이기 때문에 침과 비슷한 원리라고 볼 수도 있다. 침(針)의 효과에 대한 기전을 현대의학으로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테이핑요법의 기전에 대한 명확한 해답도 아직 없다. 그러나 대략 풀이해보면 테이프 접착이 인체의 내장체벽반사와 유사한 피부근 반사를 통해 긴장된 근육을 이완하거나 혈류를 증진시키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또 다른 설명으로는 테이프 접착이 지속적으로 피부에 작용함으로써, C섬유에서 유래되는 동통 전달 체계를 방해, 척수반사(脊髓反射)를 차단해 통증을 없애는 것이라고 본다.”

통증은 근육의 균형이 깨지면서 느끼는 것인데 테이핑 요법으로 이를 바로 잡는다는 원리다. 또 틀어진 인대와 근육의 불균형으로 초래된 다른 질환도 테이핑이라는 자극 수단을 통해 바로잡아주면 부작용없이 고칠 수 있다고 한다.

근골격계 통증 치료에 효과 커

특히 급·만성요통, 추간판 탈출증, 좌골신경통, 하지신경통, 급·만성견비통, 오십견, 협통, 경부염좌, 타박상(피하출혈), 슬관절질환, 손목관절염좌, 족관절염좌, 경추디스크, 요추디스크, 테니스 엘보 및 골프 엘보, 손발저림, 중풍후유장애, 고관절통 등 근골격계 질환에서 탁월한 효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황원장은 지난해 여름 TV 아침방송에 출현, 방청석에 있던 악관절(턱관절) 장애 환자와 요통 환자를 테이핑요법으로 즉석에서 치료한 후 환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그만큼 폭넓은 임상 사례도 축적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중에는 만성 통증환자들이 테이핑요법을 받으면서 기적적으로 치료된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만성 경추디스크를 앓고 있던 김모씨(69·여)의 경우. 김씨는 5년 전 양방병원에서 경추디스크로 진단받고 치료한 적이 있으나, 오른쪽과 왼쪽의 승모근(어깨뼈 운동을 맡은 삼각형의 근육으로 등의 경추 부위) 쪽을 무언가가 찍어 누르는 것 같은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고, 지난 6월 한의원을 찾았을 때는 양쪽 엉덩이에도 통증이 생겨 걸음을 왼쪽으로 기우뚱거리며 걸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과거에 무거운 물건을 머리에 이고 다녔기 때문인지 머리 통증과 무릎 통증도 있었다.

그런데 황원장의 테이핑요법을 수차례 받으면서 증상이 차례대로 없어지는 신기한 현상을 체험했다. 첫 번째 테이프를 붙였을 때는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다가, 2회 시술부터는 머리에 있던 통증이 감소됐다. 3회째는 무릎에 있던 통증도 감소되면서 더불어 잠을 잘 잘 수 있었다. 4회째는 왼쪽으로 기우뚱거리면 걷던 걸음걸이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7회째부터는 걸음걸이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갔고, 8회째부터는 환자가 느끼던 모든 불편감이 없어졌다. 마지막으로 테이프를 한번 더 붙인 뒤 치료를 끝낼 수 있었다.

신의(神醫)로 대접받는 일본 테이핑요법 창안자

황원장은 테이핑요법의 임상 사례는 일본에 더 많이 축적돼 있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요법을 일본의 침구사 다나카(田中信孝)가 창안해 20년 전부터 사용해왔고, 93년에는 정식 의료행위로 인정받았기 때문.

다나카의 테이핑요법은 애초 골프 혹은 테니스 엘보나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 치료로 시작됐기 때문인지, 지금도 스포츠 선수 및 체육협회 관계자들에게 호응이 높다고 한다. 황원장은 테이핑요법을 배우기 위해 지금까지 7차례 일본을 건너간 경험을 이렇게 말한다.

“갈 때마다 다나카 선생은 멀리서 왔는데 그냥 보낼 수 없다면서 새로운 기법들을 가르쳐준다. 내가 지금까지 배운 것만으로도 놀랄 만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다나카선생의 치료기법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짐작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 테이핑학회 1300여명의 회원들은 다나카 선생을 신의(神醫)처럼 받들고 있었다.”

실제로 임상 15년 경력의 황원장 자신도 96년 테이핑요법을 알기 전에는 평범한 한의사였는데, 지금은 ‘골프 치는 계층’의 인사들이 자주 찾아와 ‘유명한 한의사’가 된 기분이라고 농담처럼 말한다.

황재옥원장은 테이핑요법의 장·단점을 이렇게 꼽는다. 장점으로는 비수술요법이어서 무통(無痛), 저자극, 24시간 지속적인 치료효과, 기존치료가 갖고 있는 부작용의 최소화, 저렴한 비용 등을 꼽는다. 그래서 한약요법과 물리치료가 어려운 임산부, 소아, 노약자, 침(針)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환자 등에게 좋은 효과가 있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자에게는 시술후 피부 부착면에 가려움증(소양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또 주의할 점은 근골격계 통증 질환과 내장기성(內藏器性) 질환이 병행돼 있을 경우에는 테이핑요법과 함께 내장기 질환 회복을 위한 한방치료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만성대장염 등으로 설사를 자주하는 환자에게 요통이 발생한 경우 대장 기능 회복이 치료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대장 질환도 치료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내장기성 질환이 있는 경우 단순한 근골격계에 이상이 생긴 경우보다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문의:02-968-7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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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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