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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진단법에서 테이프 치료법까지

소문난 한의사 5명의 이색 치료법

사주 진단법에서 테이프 치료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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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의 독을 이용하는 벌침요법 역시 좌훈요법과 비슷하게 민간의술을 현대화한 것인데, 그 효능은 옛날부터 알려져 왔다. 기원전 4세기 경 서양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가 벌침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도 ‘꿀벌의 뱃속에 있는 액은 사람에게 좋은 약’으로 소개돼 있다.

그런데 종래의 벌침요법은 벌을 잡아 그대로 사용하거나 벌침만 뽑아 환부에 주입하는 방식이었다. 이 경우 벌의 독낭에 들어 있는 내용물에 따라 치료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한의사 박규천씨(봉독요법전문가·한나라한의원 원장)의 말이다.

“벌침을 그대로 시술할 경우 그 독성의 강도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벌은 종류에 따라 독의 강도가 다른데, 예를 들어 이집트 및 이탈리아 벌은 봉독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계절적으로도 벌은 한여름에 봉독이 많은 반면에 춥고 습기가 많은 날에는 봉독의 유독성이 약해진다. 게다가 어린 벌이나 나이가 많은 벌, 설탕이나 시럽을 먹여서 키운 벌 등은 그 독성이 아주 약하다. 이런 차이가 벌침치료에서는 전혀 구분이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 환자의 상태와 체질에 따라 주입하는 봉독의 양이나 농도를 조절하기가 힘들어 치료의 객관화 및 일반화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쇼크 등 부작용도 유발될 수 있다.”

반면에 봉독(蜂毒)요법은 벌의 독에서 인체에 유효한 성분 40여가지를 추출해 개발한 봉독 정제액을 사용한다고 한다. 정제액은 꿀벌에 순간적으로 전기 충격을 가해 독침을 쏘게 만든 다음, 거기서 필요한 만큼의 봉독을 뽑아 말려 생리식염수에 섞어 만든다. 그리고 이 정제액을 주사기로 환자의 통증 부위나 침 놓는 자리(경혈)에 주입함으로써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시켜 체내 염증이나 이물질을 이겨낼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봉독요법의 핵심. 봉독 정제액을 이용하기 때문에 환자에 따라 양과 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안전한 치료방법이라고 한다.

봉독요법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해 세계의학지에 발표된 임상논문만도 1000여 편에 이를 정도다. 흥미로운 점은 봉독 정제액 중 우리나라 사람이 개발한 것이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89년 재미동포 의사인 김문호박사가 만든 ‘아피톡신’이라는 봉독액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게 됨에 따라, 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치료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일부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봉독 정제액도 김박사가 개발한 제품이라고 하는데, 일부 민간요법사들은 중국제 봉독액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박규천원장은 봉독의 치유 기능을 이렇게 설명한다.

“봉독의 주성분은 단백질의 일종인 멜리틴과 아파민인데, 이들 성분은 강력한 소염작용이 있다. 봉독이 일단 몸 속에 들어가면 대사작용을 활발히 하고 면역기능을 극대화시켜 외부로부터 침입한 세균을 이겨낸다. 벌에 자주 쏘이는 양봉업자들이 전염병이나 암에 잘 걸리지 않고 관절염 등을 비교적 수월하게 낫는 것도 바로 이러한 성분 때문이라는 연구 보고도 있다.”

박원장은 봉독요법이 인체의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스스로 질병에 대해 저항하게끔 하는 치료법이므로 한의학적 이론체계와 부합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한다. 또 봉독을 단순히 통증부위에만 주사하는 것보다 인체의 침 놓는 자리(경혈)에 주사하는 게 훨씬 더 치료 효과가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신경성’ 이름붙은 질환에 탁월해

봉독은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어서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한 모든 병에서 효과를 나타낸다. 즉 류머티즘, 대상포진, 루푸스, 각종 염증성 질환, 암, 퇴행성질환 등에 광범위하게 쓸 수 있고 최근에는 에이즈 치료에도 이용하고 있다. 흔히 ‘신경성’이라고 이름이 붙은, 원인이 잘 밝혀지지 않는 통증의 경우 봉독요법을 권한다는 게 박규천원장의 말.

이외에도 척추디스크, 좌골신경통을 비롯한 각종 신경근골의 통증에도 효과가 좋다고 한다. 특히 만성적인 통증을 비롯해 시리고 저린 증상에 효과적이며, 오랜 시간 치료해도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이라는 것. 또 봉독 치료를 할 경우 보통 침만을 놓을 때보다 치료 효과나 반응이 월등히 우수하다고 말한다.

박원장은 봉독치료시 먼저 적외선 체열진단기(IRCI)를 이용해 환자의 통증 부위와 원인을 파악한다. 이 진단기는 적외선을 이용해 인체의 온도변화를 읽어내기 때문에 원인 모를 통증을 유발하는 근육의 국소염증이나 신경압박, 혈관기형 등에서 오는 혈류 이상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최신 의료기기로 진단이 끝난 다음에는 통증과 관련되는 경혈 부위에 봉독정제액을 주사한다. 치료는 보통 1주일에 두 번 하게 되는데 치료받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주입되는 봉독량 또한 점점 증가하지만, 한꺼번에 2cc를 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치료횟수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15~20회면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수년간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아온 이모씨(20대 후반)는 오랫동안 진통제와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해 얼굴이 푸석푸석하게 부어오르고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상황에 20회 정도 봉독치료를 받은 후 정상으로 복귀했다고 말한다. 또 농사를 짓는 최모씨(50대)는 10여년 전 일을 하다 허리를 다친 뒤 수시로 찾아오는 통증 때문에 수년간 고생을 하고 관절염 증상까지 찾아왔는데, 4~5회 봉독치료를 받은 뒤 통증이 가라앉음을 느낄 수 있었고, 20여회 치료 끝에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한편 봉독요법 시술시 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박원장의 말.

“먼저 봉독치료를 받기 전에는 반드시 알레르기 검사를 해야 한다. 1만명에 1명꼴로 두드러기 및 호흡곤란을 겪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가 없다고 판정이 되어 봉독치료를 받은 사람도 치료 받은 부위가 붓고 가려운 증상을 보이는데 이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실된다. 또 치료를 받으면 몸살을 심하게 앓게 되는데 이것은 봉독이 몸에 들어가서 체내의 자연면역력을 도와 염증성 세균과 싸우는 과정이므로 염려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몸살을 심하게 앓고 난 사람일수록 치료효과가 좋다.”(문의:02-555-4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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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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