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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 논란과 키

미국 남성은 성장 멈췄고 한국 남성은 더 자란다

루저 논란과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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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호부터 ‘이한음의 뉴스 사이언스(News Science)’ 칼럼을 연재한다. 과학은 국가 발전에 가장 필요한 동력 중 하나다. 지구온난화, 암, 노화 등 인류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개개인의 행복한 삶을 담보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번 연재를 통해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 ‘뉴스’에서 ‘과학의 핵심이론’을 끌어내어 흥미롭게 설명하려고 한다. 세상사에 대한 과학적 성찰에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이 칼럼이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과학의 대중화는 과학 발전을 이끈다.<편집자 주>
루저 논란과  키
2009년 11월 KBS2 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한 여대생은 “180㎝ 이하의 남자는 루저(loser)”라고 말했다. 수많은 남성이 분기탱천했다.

몇몇 남성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발언을 한 당사자의 신상이 낱낱이 파헤쳐졌다. 해당 방송사와 여대생이 관련된 웹사이트가 초토화되는 등 이제는 좀 식상한, 인터넷 공간 특유의 전형적인 일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일부 키 작은 남성은 “화가 난다” “상처를 입었다”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자괴감에 빠졌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발언 당사자를 향해서는 자기 생각을 말할 자유에, 타인의 신체적 특성을 공격할 자유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고 일침을 놓았다.

“180㎝ 이하 남성은 루저”

여대생은 “경솔했다”고 사과했고, 방송사도 제작진을 교체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선천적인 신체적 차이를 비하하거나 열등한 대상으로 묘사한 것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징계 조치를 내렸다. 이렇게 이 사건은 ‘루저’라는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며 많은 사람에게 각인됐다.

사이버 여론이 과잉반응을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수다’라고 이름 붙인 프로그램에서 수다 좀 떨었는데 뭔 난리냐는 것이다. 루저(loser)가 인생의 패배자라는 뜻이 아니라 그저 농담처럼 하는 말이라고 방송 관계자가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세태에 공중파 방송도 무책임하게 편승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키가 정말로 그렇게 중요할까? 누가 패배자가 되고 승리자가 되는지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일까? 도대체 무엇에 패배했다는 의미일까?

일부 조류는 짝짓기할 때가 되면 ‘우루루 렉(lek)’이라는 뽐내기 경연장에 모인다. 수컷들은 앞 다투어 자기 자랑을 한다. 우승자는 그 자리에 모인 암컷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 수컷은 루저다. 자손을 볼 기회조차 차단당한 것이다. 인간도 그런 종이라면, 기준을 정해서 승리자와 패배자를 가린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종의 윤리 규범이 그런 식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종이 아니다.

간디와 베토벤은 키가 작지만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더 중요한 사실은 키 작은 사람은 ‘므두셀라 유전자(Methuselah gene)’라는 장수(長壽) 유전자를 지닐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다. 그러나 키 작은 사람이 듣기에 기분 나쁜 이야기는 많다. 주변에서 키 큰 남자가 더 인기가 많고 더 당당해 보일 때가 있다. 더 예쁜 애인이나 아내를 얻을 가능성도 더 높아 보인다. 키가 큰 사람이 직장에서 승진 속도도 빠르고 돈도 더 잘 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와 있다.

미국 최고경영자(CEO)의 절반 이상은 키가 183㎝를 넘는다고 한다.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평균키가 더 크다는 통계도 있다. 지도자일수록 주위에 키 큰 사람을 두고 싶어한다는 말도 떠돈다. 믿든 말든 박정희 대통령도 그랬다고 하지 않던가. 키가 작은 사람이 노인성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키와 대통령선거 ‘연관 있다’

키는 정치적 지위와도 관련이 있는 듯하다. 정치인의 키야 발표할 때마다 달라지는 경향이 있으니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보다 키가 컸던 것은 확실하다. 또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 때 경쟁자였던 이회창 후보보다 키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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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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