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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과 같은 ‘방문자’들은 우리 곁에 살고 있을까?

외계인과 UFO

神과 같은 ‘방문자’들은 우리 곁에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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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흔적

그는 핵융합 추진을 사용하면 이런 비행을 하는 우주선을 제작하는 데 근본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도발적인 가설을 제기한다. 우리 은하에 느슨한 형태로 연합된 다양한 문명이 존재하며, 천체 탐사, 생명체 조사 및 표본 채취를 하는 공조 체제가 이미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가정으로 몇 가지 통계적 계산을 한 다음 지구의 역사 시기 동안 적어도 한 번은 고도로 발달한 외계 문명인들이 지구를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비록 고대의 기록들이나 도해(圖解)들에서 이런 자취를 찾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외계 문명들과의 접촉을 묘사한 듯한 고대의 신화나 전설들을 조사해 보면 뭔가 소득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도대체 이런 과감한 가설을 제기한 사람이 누구일까. 그는 당시 하버드대 천문학과 조교수이던 칼 세이건이었다. 칼 세이건은 몇 년 후 옛 소련의 천체 물리학자와 함께 쓴 ‘우주의 지적 생명체(Intelligent Life in the Universe)’라는 책에서 과거 지구에 외계인이 다녀간 흔적들에 대해 거론하면서 과학자나 역사학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논지를 전개했다.

두 사람은 1960년대에 이미 달성했거나 향후 발전 가능성이 있는 추진 동력에 관한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외계 문명인들이 아광속 성간여행(sub-light speed interstellar travel)으로 지구를 여러 차례 방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은 그런 유의 외계 문명 접촉 사례로 고대 수메르인들에게 농업과 수학 등을 전해줬다는 반인반어(半人半魚)의 신인 문화영웅 오안네스(Oannes)에 관한 신화를 언급하면서 좀 더 진지하게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암벽화에 그려진 ‘방문자’들



神과 같은 ‘방문자’들은 우리 곁에 살고 있을까?

이탈리아 발 카모니카에서 발견된 고대의 그림들. 그림속 인물이 우주비행사라는 주장이 제기돼왔다(위). 아래는 사하라 사막에서 발견된 암벽화.

칼 세이건 등의 주장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 유행했던 이른바 ‘고대 우주인 가설(Ancient Astronaut Theory)’의 학문적 근거로 자주 인용됐다. 이와 같이 학계에서 제기된 가설로 인한 가장 큰 수혜자는 독일의 대중작가 에리히 폰 데니켄이다. 그는 1968년 ‘신들의 전차?(Chariot of the Gods?)’라는 책을 저술해 전 세계에 고대 우주인 가설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 책에서 고대 지구에 외계인이 방문했으며, 당시 지구인들은 매우 발달된 과학문명을 보여준 외계인들에게 경외감을 갖고 신으로 숭배하게 됐다고 말한다.

데니켄은 8000여 년 전 아광속 여행으로 지구에 도달한 외계인들을 우리 조상들이 목격했다면서 그 구체적인 증거들로 고대 벽화에 새겨진 이상한 존재들을 들었다. 사하라 지역의 타실리에서 발견된 암벽화나 이탈리아의 브레시아에서 발견된 암벽화에서 우주복과 같은 옷을 입거나 안테나가 부착된 헬멧과 같은 것을 쓴 휴머노이드들의 모습을 지적하고는 이들 그림은 고대의 인류가 조우한 외계의 방문자들 모습을 새겨놓은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오늘날에도 UFO 연구가들 중 상당수는 고대 외계인 가설을 지지한다. UFO를 이런 식으로 말고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그런데 고대 신화 속에서 외계인의 자취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칼 세이건이 정작 오늘날 외계인과 만났다는 사람들의 문제는 현대적 신화로 치부했다. 그는 UFO 접촉자들의 이야기를 우주과학시대의 신화로 여기면서 외계인들의 경이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그들의 초과학적 능력에 대한 상상에 의해 고전 종교들을 대신할 새로운 신의 상(像)이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안젤루치의 사례를 보면 세이건의 말대로 UFO 외계인 접촉은 고대의 신화 구조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고대 신화에서 외계인의 자취를 찾았던 그가 현대 UFO 신화와 외계인은 무관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칼 세이건은 공식적으로 UFO의 실재를 부정했다. 그는 미국 공군의 UFO 조사 자문을 맡은 뒤부터 UFO는 학문적으로나 국가안보 차원에서 볼 때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전파하는 데 몰두했다. 하지만 그 자신이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정황적 증거도 드러났다.

칼 세이건보다 먼저 미 공군의 UFO 자문을 맡았던 이는 노스웨스턴대 천문학과 J 앨런 하이네크 교수였다. 그는 미 공군 UFO 공식 조사팀이 운영되던 1948년부터 자문을 맡았다. 칼 세이건이 합류한 것은 1960년대 들어서였다. 1969년 UFO의 실재에 대해 부정적 결론이 내려지면서 공군 UFO 조사팀이 해체된 뒤에도 UFO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줄어들지 않자 이들은 미국 지상파 TV의 여러 토크쇼에 출연할 기회가 많아졌다. 토크쇼에서 하이네크는 UFO 현상의 물리적 실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반면 칼 세이건은 진정한 의미의 UFO는 그 실체가 없다는 부정론을 피력하곤 했다.

하이네크는 초기엔 UFO의 실재에 대한 회의론자였으나 20년 가까이 조사 자문을 맡으면서 UFO가 실재한다는 옹호론자로 변했다. 그래서 미 공군의 주요 자료를 함께 검토했던 칼 세이건이 부정론을 제기하는 것을 매우 의아하게 여겼다. 1984년 어느 날 자니 카슨 쇼 출연을 앞두고 무대 뒤에 대기하고 있던 하이네크는 세이건에게 UFO의 존재를 왜 그렇게 부정하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세이건은 “나는 UFO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당신처럼 이 사실을 대중 앞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정부 지원 연구비를 잃는 모험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2010년 레오피치-해리스에 의해 처음 공개됐다. 하이네크는 1986년에, 칼 세이건은 그로부터 10년 후에 타계했으니 칼 세이건이 죽고서도 10여 년이 지나서야 밝혀진 셈이다. 레오피치-해리스는 1980년부터 하이네크가 타계하기 직전까지 그와 공동 연구조사 활동을 했으므로 아마도 하이네크는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려주며 절대 비밀을 지켜달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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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성렬 |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sunglyul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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