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FO 목격자인 미국인 빌리 마이어가 찍은 UFO 사진. 그러나 이 사진은 조작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함께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천재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193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고체 물리학 분야에서는 탁월한 학자다. 그는 1950년대에 엉뚱한 질문을 던져 학자들 사이에 논란을 일으켰다. 그가 던진 질문엔 ‘페르미 역설(Fermi‘s Paradox)’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페르미 역설은 다음과 같은 논리적 토대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우리의 태양은 매우 젊은 별에 속하며, 우리 은하에는 태양보다 수십억 년 더 오래된 별이 수십억 개나 존재한다. △이런 별들 중 일부는 지구와 비슷한 조건의 행성을 거느렸을 것이며, 지구가 아주 유별난 천체가 아니라면 다른 행성들에서도 지적인 생명체가 탄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그렇다면 성간여행(星間旅行·interstellar travel)을 달성한 문명도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성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어떤 식으로든 수천 만 년 이내에 우리 은하는 고도의 문명들에 의해 식민지화했을 수 있다. 이 추론의 결론은 “지구도 이미 고도의 지적 외계 생명체에 의해 식민지가 됐거나 최소한 과거에 그들이 다녀갔어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로 정리된다.
UFO와 접촉한 안젤루치
1950년대에 미국을 중심으로 UFO 소동이 자주 벌어졌다. 우주 저 멀리에서 날아오는 외계인들에 대한 대중의 기대 심리는 UFO 출현과 맞물려 여러 사회 현상을 촉발했다. 자신이 외계인과 접촉했으며, 자신에게 지구와 인류 문명의 구원 임무가 주어졌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접촉자’들이 나타나 이들을 중심으로 한 유사 종교운동까지 일어났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오르페오 안젤루치, 하워드 멘저, 조지 아담스키 등이 꼽힌다. 이들 가운데 카를 융이 저서 ‘비행접시들’에서 대표적인 UFO 접촉자로 소개한 안젤루치의 체험을 살펴보자.
안젤루치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1940년대 후반부터 캘리포니아 주 버뱅크에 소재한 록히드 항공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1952년 5월 어느 날, 그는 야근 후 새벽에 귀가하던 중 UFO와 접촉했다고 한다. 그는 일을 하던 중 온몸이 따끔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더는 일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안 좋아서 차를 몰고 귀가했는데, 도중에 붉은빛을 발하는 계란 형태의 UFO가 나타났고 그 물체가 안젤루치의 차로 다가오자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UFO는 엄청난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더니 유성처럼 저 멀리 사라져버렸는데, 그 직전에 안젤루치는 초록색 형광을 발하는 두 개의 작은 구체가 분리되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직경 1m 안팎쯤 되어 보이는 이 녹색 화구(green fireball)들은 안젤루치의 차 수m 앞까지 다가와서 떠 있었는데 거기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와 함께 영화 스크린처럼 남녀의 영상이 허공에 투사됐다. 이 존재들은 너무나도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안젤루치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듯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지구인들을 관찰해왔으며, 안젤루치에게 그들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안젤루치를 자신들의 전령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젤루치는 그 후로도 종종 UFO와 접촉했는데 여러 차례에 걸쳐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모선에도 갈 수 있었다. 외계인의 우주선에서 만난 선장 ‘넵튠’은 자신에게 일어난 외계인 접촉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하라고 명령했고, 안젤루치는 그의 얘기들을 뉴스 기사 양식으로 기록했지만 1952년이 다 가도록 용기가 나지 않아 공개를 미뤘다.
‘잃어버린 시간 증후군’
1953년 1월, 1주일간 ‘잃어버린 시간 증후군(Missing Time Syndrome·외계인과 접촉하면서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현상)’을 겪은 후에야 안젤루치는 외계인과 접촉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잃어버린 시간 동안 만났던 외계인이 마지막에 한 “네 앞에 길이 열렸다”라는 말을 기억해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젤루치의 외계인 접촉 사례는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주목을 받았다. 융은 그가 만난 외계인들이 고대의 신이나 영웅이 아니라면 천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젤루치의 주장은 당시 과학자들에게는 터무니없는 헛소리로 들렸다. 하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그의 이야기는 이후 반세기에 걸쳐 일어난 이른바 ‘제4종 근접조우’의 전형으로 보인다. 온몸의 따끔거림, 광구(光球)의 출현, 잃어버린 시간 증후군 등이 대표적 현상이다.
1963년 미국의 한 천문학자가 페르미 역설을 더욱 발전시킨 내용이 담긴 논문을 ‘행성 및 우주 과학(Planetary and Space Science)’이라는 저널에 기고했다. 그는 ‘상대론적 우주여행에 의한 은하 문명들 간의 직접적 접촉’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문명들이 상호 교류하는 데 상대론적 속도로 비행하는 성간 우주선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우주선이 목표로 하는 종착지와 지구와의 중간지점까지는 지구 중력 가속도인 1g으로 운행하고, 거기서부터 종착지까지 다시 1g으로 감속한다면 상대론적 효과에 의한 시간 지연 때문에 우주 비행사의 일생 동안 우리 은하 어느 곳에라도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