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RAM(Resistive Random Access Memory)은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는 저항변화형 메모리다. 크로스바가 개발한 RRAM의 크기는 200㎟로 손톱 크기 정도. 우표보다도 작다. 하지만 용량은 1TB(테라바이트)에 달한다. HD급 동영상 기준으로 따져도 250시간 분량을 저장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RRAM은 서로 겹쳐서 쌓을 수도 있는 만큼 수 TB에 달하는 대용량을 단말기에 넣을 수 있다.
이렇게 대용량이지만 기존 낸드플래시와 견줘 크기가 절반 수준이어서 단말기 탑재에도 유리하다. 실제로 크로스바가 밝힌 바에 따르면, 25nm 제조 공정 8GB 기준으로 일반 낸드플래시 크기가 167㎟이라면 RRAM은 77㎟에 불과하다.
또 다른 장점은 앞서 설명했듯 소비전력이 기존 플래시 메모리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모바일 단말기에 사용할 경우 배터리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속도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제품의 쓰기 속도는 7MB/sec 정도인 일반 낸드플래시보다 20배 빠른 140MB/sec다. 제품 구조는 단순하다. RRAM을 3D 형태로 쌓은 3층 구조여서 상용화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1년 삼성전자가 관련 기술 개발을 발표하면서 쓰기와 지우기를 기존 플래시 메모리보다 100만 배 많은 1조 번 반복할 수 있고, 내구성은 높은 반면 별도의 트랜지스터가 필요 없어 메모리 용량을 늘릴 여지가 많다고 밝힌 바 있다. RRAM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낸드플래시보다 처리속도는 물론 저장용량까지 뛰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주로 쓰이는 DRAM이나 하드디스크 기능까지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보급형이면 8GB, 고급형이면 64GB가 보통이다. 하지만 미래엔 스마트폰에서도 손쉽게 TB 시대를 접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스마트폰 용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비결은 RRAM 덕분. RRAM은 메모리를 구성하는 단위(셀)마다 데이터 비트를 4∼6개 저장하는 멀티 비트(Multi-Bit)를 지원한다. 이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비휘발성 메모리를 만들 수 있어 모바일 저장장치 쪽에서도 쓰일 수 있다.
RRAM은 현재의 메모리와 마찬가지로 실리콘이 소재다. 제조사마다 모두 실리콘 설비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실리콘 가격 자체가 저렴한 만큼 환영받을 만한 조건을 두루 갖췄다.
대만 국가실험연구원도 2010년 RRAM 개발에 성공해 10년 안에 양산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당시 개발한 RRAM은 손톱 크기만한 저항 메모리 하나에 1개 도서관에 소장된 분량의 문서 자료를 담아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표현을 빌리면, RRAM 소자 하나가 B형 독감바이러스 100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반도체 제조공정이 더 미세화하고 적층 기술이 발전하면 손안에 PB(페타바이트)를 쥐게 될 순간도 머지않았다.
◎ 김미래 씨 노트
김미래 씨가 스마트폰 매장을 다시 찾았다. “아니, 지난번에 구입한 스마트폰 용량이 왜 3TB밖에 안 돼요?”
“보급형이라 그렇죠.” 직원이 새 제품을 꺼내 든다. 2년 약정만 하면 구입할 수 있다는 신형 스마트폰의 용량은 무려 10TB. 미래엔 그냥 평균 화질이 돼버린 HD급 동영상을 2500시간 분량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 이걸로 주세요. 요즘 10TB도 안 되는 제품을 누가 사요.”
관점 디자인 토크 ● 당신의 손바닥 위에 페타바이트가 놓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