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여 재우듯이
숨을 쉬라고 잠에 들라고
기다린다
의미가 지워지고 입이 지워지기를
오롯이 손이 남기를 기다린다
쌀이 밥이 되고, 밥이 죽이 될 때까지
천천히 냄비 속을 젓는다
아이는 대답할 수 없는 것만을 묻는다
밥이 대신 대답하는 것
걸쭉해질 때까지 밥을 끓인다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젓는다
김이 난다
내게 유일하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기다린다
아이가 나를 실망시키기를
방문을 잠그기를
나의 말을 무시하기를
너를 먹이려는 내 가슴을 발로 차기를
기다린다
너를 달래려는 내 뺨을 올려붙이고
오롯이 네 몫의 슬픔을 향해 박차고
나가기를
기다린다고 되지 않는 것
기다리지 말라는 음성을 기다린다
아이가 스스로의 이름에 의심을 품기를
이 완성에 균열을 내기를
한 김 식혀 작은 입에 한 숟갈씩 밥을 떠넘긴다
아이는 내 얼굴에 밥을 던지고 그릇을 깨뜨린다
아늑하고 뭉근한 화
따뜻하고 조마조마한 화
악착같이 오늘을 먹이는 손과
마디마디 울음을 훔쳐내는 손이 모여
여기를 호령한다
내가 가장 손쉽게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이
나를 아끼는 이라는 것을 저버린 채
거울 속의 모든 기다림이 잊혀지고
마침내 너의 입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무엇도 믿지 않은 채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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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경기 안양 출생
● 2021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 등단
● 시집 ‘휴일에 하는 용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