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월호

뉴 컴퓨팅시대의 테크닉 트렌드 10

  • 김상현 동아닷컴 지식창조팀 기자

    입력2006-12-27 14: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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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맞은 2000년은 40∼50년 전에 과학자나 미래학자, 혹은 SF 작가들이 그려 보였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과학기술이 그 동안 우리의 도시와 가정, 그리고 일터와 삶을 변모시켰다는 것은 과거의 예측대로지만 그 양상과 속도는 그렇지 않다.

    이맘때 우리 사회를 떠도는 갖가지 전망이나 예측 또한 그와 비슷한 오류와 허점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그러한 위험성이 미래에 대한 우리의 상상과 전망을 가로막지는 못한다. 5년, 혹은 10년 뒤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살아갈 것인가 하는 궁금증은 우리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예측은 그저 예측에 불과할 따름이지만, 사람들은 미래가 어떨지 지금 당장 그려보고 싶어 한다. 막연하지 않은, 아주 가까운 미래에 우리 사회를 떠받칠 과학기술은 어떤 것일까. 현재의 과학기술을 근거로 매우 현실적인 예측을 시도, 곧 세상을 주도하게 될 10개의 흐름을 끌어냈다. 비록 눈은 미래를 향해 있으되 다리는 굳건하게 현재를 디디고 선, 그래서 마치 손에 닿을 듯 코앞에 다가선 미래의 상상도다.(편집자 주) 》

    흐름 1 - 더 인간다워지는 컴퓨터

    40대 이상의 ‘컴맹’들이 컴퓨터와 쉽사리 친해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불편하고 어려운 키보드 입력 방식이다. 만약 키보드나 마우스 대신 말(言)로 컴퓨터를 부릴 수 있다면 사정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인간다운 컴퓨터’를 만들려는 시도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내놓았던 ‘밥(Bob)’이다. 밥은 마치 등 뒤에 서 있다가 컴퓨터 사용자가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마다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개인교사처럼, 윈도 운영체제를 쓰는 과정에 불거지는 여러 의문을 풀어주는 ‘사이버 자문위원’이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제대로 작동하진 않았다. 컴퓨터를 쓰기 전에 사용자의 취향과 수준을 일일이 밥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것부터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몇 년 뒤 밥은 오피스(Office) 프로그램에서 좀더 나은 모양새로 부활했다. 예쁜 여비서나 애니메이션 클립, 귀여운 강아지 같은 것들이 나타나 이용자의 궁금증이나 문제를 풀어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인간다운 컴퓨터’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미흡한 ‘자연어 처리(Natural-language Pro- cessing)’ 기술 때문이다. 오피스의 도우미들만 하더라도 이용자가 필요할 때만 나타나면 좋은데 시도 때도 없이 툭툭 튀어나와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가 하면, 정작 필요할 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어 처리 기술은 다른 곳에서 희망적인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지식발전소가 선보인 검색엔진 ‘엠파스’(www.empas.com)가 그것이다. 핵심 주제어만 뚝뚝 잘라 입력하는 여느 검색엔진과 달리 이것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질문을 그대로 입력해도 신통하게 말귀를 알아듣는다. “김희선의 데뷔 드라마는?”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자동차 이름은?” 하는 식이다.

    ‘인간다운’ 컴퓨터가 널리 이용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반복적인 응대나 정보 제공이 필요한 곳이다. 기차나 항공기의 출발·도착 시간 안내, 좌석 및 예약상황 정보, 대기업의 각 부서 전화번호나 업무내용 설명 같은 것이 그 예.

    뉴로미디어의 레드(Red)는 소비자들의 문의에 답하기 위해 고안된 이른바 ‘수다쟁이 로봇(Chatterbot)’이다. 로봇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문장을 입력할 수 있는 긴 박스만 덜렁 있을 뿐인데, 레드는 여기에 입력하는 내용에 따라 적절하게 응대한다. 빅사이언스는 ‘앙드레트’라는 미모의 도우미를 내세웠다.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앞서가는 기술로 종종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미디어랩은 이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구상을 선보이고 있다. ‘브루저드’라는 이름의 이 연구 프로젝트는 사람의 표정과 심리상태에 따라 적절히 반응하는 사이버 캐릭터다.

    이는 영국의 브리티시 텔레콤(BT)과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등이 개발중인 ‘아바타르(Avatar)’와도 비슷한 개념인데, 사이버 공간에서 화상회의나 대화를 할 때 나의 실제 얼굴을 대신하는 사이버 캐릭터, 혹은 ‘대리인’을 뜻한다. 그러자면 아바타르는 ‘주인’인 이용자의 성격과 취향, 생각 등을 정확하고 일관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밀한 애니메이션 기술, 뛰어난 자연어 처리 기술, 정확한 음성인식 기술(이것은 IBM의 ‘바이어보이스’나 ‘드래곤 내처럴리스피킹’ 같은 제품에서 보듯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과 음성합성 기술 등이 완벽하게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인간다운’ 컴퓨터를 만나는 것은 그때에나 가능할 것이다.

    흐름 2 - 네트워크로 가득한 세상

    온 가족이 승용차를 몰고 모처럼 나들이를 떠난다. 그런데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은 바깥 풍경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얄팍한 완전 평면 디스플레이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다. 인터넷 항해와 게임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좀 지루하다 싶으면 어느 새 영화채널로 바꾼다.

    부모가 앉아 있는 앞좌석에서는 터치스크린 LCD가 자동차의 상태는 물론 E­메일이 왔는지, 집으로 전화나 팩스가 왔는지를 알려준다.

    “홍길동씨로부터 팩스가 왔습니다. 지금 그 내용을 읽어드릴까요?”

    “아니, 됐어. 그분에게 우리가 지금 휴가중이고 사흘 뒤에 돌아온다고 전해줘.”

    “예, 알았습니다. 삑….”

    이들이 이용하는 통신은 모두 무선으로 이뤄진다. 레이더를 이용한 항속 제어장치는 앞뒤의 차간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해주며, 물체 감지 카메라와 도로에 설치된 컴퓨터 신호기는 가장 쾌적한 상태로 주행하도록 자동차를 조절한다.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결코 먼 훗날의 일만은 아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개별 기술이나 제품은 이미 상품화 단계에 와 있다. 시나리오의 요체는 각각의 기술이나 제품이 아니라 네트워크다. 전국 어디에서나, 어떤 상황에서나 손쉽게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그에 필요한 네트워크 환경이 어디에나 갖춰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편재(遍在·어디에나 있는) 네트워크’다.

    적어도 유선 네트워크 환경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봐도 그렇다. 1∼2년 전만 해도 ‘전화선보다 100배 빠른’ 인터넷이 이렇게 빨리 실현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지금 우리는 케이블(두루넷), DSL(디지털 가입자 회선·하나로통신), ISDN(한국통신·아이네트 등) 등 다양한 고속 네트워크 환경에 놓여 있다. 하긴 이것도 미국의 대학들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구축중인 ‘인터넷2’나 미국 정부 중심의 ‘차세대 인터넷’(NGI) 전송속도 2.4∼10기가비트(Gbps)에 견주면 ‘새발에 피’다.

    요즘 들어 더욱 기대치를 높여가는 것은 무선 데이터통신 시장이다. 이는 휴대폰(이동전화)에 데이터 송수신 기능을 보탠 것인데, 흔히 ‘꿈의 통신’, 혹은 ‘제3세대 통신’이라 불리는 IMT-2000이 실현되면 휴대폰 단말기 하나로 음성은 물론 영상, 데이터 같은 멀티미디어를 주고받게 될 것이다. 그것도 전세계 어디에서나.

    손에 쥐는 소형 컴퓨터(흔히 HPC, 혹은 ‘손바닥 컴퓨터’라고 한다)도 점점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무선 인터넷 통신 서비스에 힘을 싣고 있다. ‘편재 네트워크’ 시대가 바람처럼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흐름 3 - 똑똑한 웹(Web)

    요즘 웹의 가장 주된 경향은 ‘개인화’, 혹은 ‘맞춤 서비스’다. ‘마이 야후!’ ‘마이 익사이트’ ‘마이 넷스케이프’처럼 ‘마이(My)’를 앞세운 서비스들이 그런 예인데, 이들은 겉모양이 조금씩 다를 뿐 서비스 방식이나 내용, 경향 등은 똑같다. 신상명세를 넣고, 흥미로운 주제와 분야를 선택하고, 관심 있는 주식종목이나 날씨가 알고 싶은 지역을 고르고….

    그러나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지 모른다. ‘파이어플라이(Firefly) 네트워크’ ‘넷 퍼셉션즈(Net Perceptions)’ ‘안드로미디어(Andromedia)’ 같은 회사들은 평면적이고 기계적인 ‘맞춤 서비스’에서 탈피, ‘똑똑한’ 웹 서비스를 개발하려 한다. 이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내가 좋아하는 내용을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과 비교한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추천했던 서비스나 상품을 내게 추천한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추천 도서 서비스나 ‘론치 미디어’의 음악 비평 서비스가 그런 예.

    IBM의 앨머든연구센터가 ‘WBI(Web Browsing Intelligence)’라는 이름으로 개발중인 ‘중개인(Intermediary)’ 소프트웨어도 웹의 IQ를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소프트웨어는 웹의 ‘배후’에서 작업하는데, 예를 들면 이용자가 보는 웹 페이지의 성격이나 형식을 재빨리 파악, 그에게 필요한 플러그인 프로그램들을 알아서 끌어와 설치해준다.

    웹사이트에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도 다양하게 변화되고 있다. 쌍곡선형의 나뭇가지 형식으로 정보를 구분하는 이 방식은 관련된 주제를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내면서 유연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웹 사용과 검색이 훨씬 용이하다. 어찌 보면 인터넷 초기에 가지치기 형식으로 데이터를 배열했던 고퍼(Gopher)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ZD넷과 인사이트(Inxight)가 함께 선보인 이 배열표는 그보다 한결 역동적이고 유연하다.

    흐름 4 - 생각하는 칩

    휴대폰으로 식기세척기를 작동시키거나, 냉장고를 이용해(좀더 정확히 말하면 ‘냉장고에 내장된 칩이’) 우유 배달을 시키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미 몇몇 나라에서는 냉장고와 연결된 네트워크가 시연되고 있다. 예컨대 ‘스트롱 암(Strong ARM)’이나 ‘드래곤볼(DragonBall)’ 같은 프로세서가 ‘pSOS’나 ‘VxWorks’ 등과 같은 운영체제를 이용, 가전제품을 부리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복잡한 칩이나 운영체제의 이름까지 알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120종 이상의 칩들이 우리의 삶을 한층 더 편리하게 해주리라는 것이다. 이들 프로세서는 지금도 우리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전자레인지 세탁기 셋톱박스 같은 물건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애용하는 가전제품 아닌가. 다만 우리가 그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았을 뿐이다.

    비디오게임이나 디지털 휴대폰, 자동차 등에 들어 있는 프로세서는 값비싼 인텔 펜티엄 프로세서와 기술적으로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 내장형 프로세서가 좀더 값싸고, 전기를 덜 소비한다는 정도랄까. 앞으로는 기술 향상에 힘입어 이러한 차이도 더 줄어들 것이다. 값비싼 프로세서들이 담당하던 몫을 저렴한 내장형 프로세서들이 대신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일반 PC에 들어가는 프로세서의 판매 증가율이 전년 대비 15% 정도에 머문 반면, 내장형 프로세서는 50%로 2년 전에 비해서 100%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데스크톱 컴퓨터의 중개 없이도 모든 종류의 가전제품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소통시킨다는 개념의 ‘지니(Jini)’ 기술도 실은 내장형 프로세서의 혜택을 입고 있다. 이 프로세서에 자바 기반 기술인 지니의 코드를 입력, 같은 코드를 쓰는 가전제품들끼리 서로를 인식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 것. 따라서 지니는 특정한 운영체제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펜티엄Ⅱ 같은 값비싼 프로세서도 요구하지 않는다.

    액셔니어(Actioneer)라는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 팜(Palm) 데스크톱과 PDA, 로터스 노츠 등을 위한 ‘지능형’ 인터페이스를 선보였다. 가령 ‘다음주 수요일 10시에 김철수씨와 만나기로 함’이라고 쓰면 프로그램은 자동으로 당신의 일정 관리 캘린더에 그 항목을 추가할 뿐 아니라 김철수씨의 연락처까지 알려준다. 당장 전화를 걸 수도 있다.

    제너럴 매직의 ‘포티코(Portico)’라는 서비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기본적인 일정 관리는 물론, 부재중일 때 온 메시지를 받아 전해주고 E-메일을 읽어주며, 전화를 통해 뉴스와 주식 정보 등을 체크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응용 프로그램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더욱이 말로 명령어를 입력하는 자연어 인식 인터페이스가 이런 소프트웨어의 전부는 아니다. 요즘은 컴퓨터로 하여금 마치 인간처럼 경험을 통해 스스로 배울 수 있게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이용한, 사람을 닮은 지능형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아직 멀었다. 인공지능 컴퓨터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앨런 튜링은 2000년쯤이면 사람의 지능에 버금가는 인공지능형 컴퓨터가 선보일거라고 예측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영적 기계의 시대(The Age of Spiritual Mach ines)’를 쓴 컴퓨터 전문가 레이 커즈와일은 그 시기를 20∼30년 뒤로 미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즘 우리가 쓰는 소프트웨어의 대화형 기능이 4∼5년 전의 그것보다 훨씬 더 진보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능’을 갖춘, 정말 똑똑한 소프트웨어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혹은 못했다).

    흐름 6 - 미래의 경제는 ‘인터넷 경제’가 이끈다

    현재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중개시장 규모는 4000억달러(약 480조원)선. 온라인 쇼핑 규모도 폭발적으로 느는 추세다. 지난해 70억달러 수준에서 2002년 410억 달러로 6배 가까이 뛰리라는 전망이다.

    인터넷은 사람들의 쇼핑 행태나 비즈니스 경향에 너무나 성공적으로 적용됐고, 그것도 일반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인터넷 경제가 앞으로 세계 경제 인프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인터넷 경제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소비자가 구입하거나 이용하려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격정보에 대한 리얼타임 접근은 온라인 경매에서 보는 것처럼 소비자가 가장 싼 값에, 최고의 만족을 느끼며 상품이나 서비스를 살 수 있게 해준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는 지금도 초기 단계라 그 발전 가능성은 누구의 예측도 불허한다. 이와 관련해 종이 화폐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이미 현금 없는 사회에 와 있다고 주장한다. 공과금을 온라인으로 결제하며, 더 많은 상점에서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쓰고 있다.

    얼마 전 컴팩에 인수된 디지털사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디지털 지갑(Digital Wallet)’을 실험해오고 있다. 이것은 웹에 돈을 적립해 두고 쓰는 방식인데, 달러뿐 아니라 센트 단위로도 지불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컴팩의 ‘밀리센트(MilliCent)’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월릿(Wallet)’이 그것인데, 아직은 생각보다 반향이 크지 않다.

    또다른 전자상거래 실험은 스마트카드다. 인터넷에 현금을 적립해 두고 이를 스마트카드로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출해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전자상거래 인구는 나날이 늘어가고, 그들의 국적 분포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자상거래에서 차지하는 미국인의 비중은 현저하게 줄고 있는데, 이는 인터넷 경제가 점차 범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흐름 7 - ‘신개념 컴퓨터’가 뜬다

    ‘종이 없는 사무실’을 예측한 사람은 많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종이 소비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종이 위에 씌어진 활자만큼 선명한 화질을 가진 컴퓨터 디스플레이(브라운관 형태든 액정화면이든)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IBM이 해답의 실마리를 선보였다. 1280×1024 해상도의 슈퍼XGA 화면보다 4배 이상 선명한 화면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 IBM은 표준 디스플레이 소재인 몰리브데늄과 텅스텐 대신 알루미늄과 구리를 쓴다. 둘 다 전도성이 매우 좋고, 고해상도를 실현해줄 수 있는 소재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2560×2048픽셀(인치당 200도트를 갖는 500만개 이상의 픽셀을 가진 셈이다)의 해상도를 갖는 16.3인치짜리 ‘뢴트겐(Roentgen)’ 디스플레이다. 우선 의료 화상 응용프로그램에 이용될 이 디스플레이는 기술 연구를 통해 가격대만 낮아진다면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제록스사의 팔로알토 연구센터(PARC)는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수백만개의 플라스틱 공들로 가득 찬 초박막 자이리콘(Gyricon) 디스플레이를 실험중이다. 이 작은 플라스틱 공들은 한쪽은 흰색, 나머지 절반은 검은색으로 돼 있는데, 전하(電荷)를 달리함에 따라 흰색이나 검은색을 밖으로 내보인다. 그러면 마치 신문의 사진처럼 무수히 많은 흰 점과 검은 점을 통해 글씨나 그림이 나오게 된다. 이른바 ‘전자책’ 개념이다. 연구자들은 현재 400∼600dpi의 해상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데스크톱 디스플레이는 75dpi 정도).

    MIT의 미디어랩은 이미 E-잉크사에 기술을 전수, 얼마 전 세계 최초의 ‘전자잉크’ 제품을 선보였다. 전자잉크는 자이리콘 디스플레이와 달리 실제 잉크와 비슷한 물질을 사용해 전하량에 따라 색깔이 다른 물질을 내보임으로써 선명한 컬러 인쇄물을 만들 수 있다. E-잉크사는 조만간 교통 경고 사인이나 극장의 선전 간판, 상점 안의 특정 제품 광고 등에 전자잉크를 이용할 예정이다.

    이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아예 처음부터 전자책을 시험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미 시중에 나온 ‘로켓 E-북’이나 ‘소프트북’ 등은 그 선명도로 따질 때, 아직 ‘책’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겸연쩍다. 가장 높은 선명도를 자랑하는 ‘데디케이티드 리더’가 1024×768 픽셀 정도다.

    하지만 카네기 멜론대의 ‘쌍방향 디자인 스튜디오’가 추진중인 ‘폴리오(Folio)’라는 전자책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둘 경우 전자책 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 인텔과 국방고등연구프로젝트기구(DARPA)가 함께 진행중인 이 프로젝트는 폴리머(Polymer·중합체)로 된 8개의 총천연색 LCD 패널로 구성돼 있어 접거나 펼 수도 있다. 접으면 주머니에도 집어넣을 수 있을 만큼 작지만 한 번 펼치면 필기용 패드로 쓸 수 있고, 두 번 펼치면 책이나 웹 브라우저로 쓸 수 있다. 완전한 크기로 펼치면 데스크톱 PC의 화면만큼 커져서 용도가 더욱 다양해진다.

    ‘디지털 배우(캐릭터)’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오고 있다. 라라 크로프트 같은 3차원 게임의 주인공은 물론, 극장에서 상영되는 할리우드 영화에도 디지털 배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Ⅰ-보이지 않는 위험’은 전체의 90% 이상을 디지털 특수효과로 치장했고,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외계인 배우들을 만들었다.

    디지털 캐릭터를 만드는 첫 단계는 몸과 머리, 다양한 표정 등을 세밀하게 스캐닝하는 것이다. 다음에는 그렇게 저장된 이미지들을 표정과 부위별로 잘 분류해 적절한 상황에 쓸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정에 걸리는 기간은 6개월 정도, 비용은 약 30만달러가 든다. 결코 작은 돈이 아니지만, 배우들의 출연료로만 수백만달러가 투입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제작자들로서는 입맛이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지털 영화는 아직은 네트워크 문제나 기술적인 한계 등으로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기는 어렵지만, 사정은 곧 달라질 전망이다. 오디오 압축 파일인 MP3가 음악산업의 지형을 바꿔가고 있듯 몇 년 뒤에는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디지털 영화가 영화산업의 판도를 바꾸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가령 아톰필름스(www.atomfilms.com)는 극장에서 상영된 적이 없는 짤막한 분량의 영화들을 디지털 버전으로 바꿔 인터넷으로 유통시키거나 비디오 가게에서 팔고 있다.

    3차원의 디지털 캐릭터는 영화에서만 환영받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을 이용한 ‘수다 떨기(채팅)’에서도 각광받을 전망이다. 이들은 채팅에 참여한 사람들의 성격과 취향에 맞춰 선택되며, 채팅하는 이들의 감정 변화에 따라 적절한 표정과 몸짓을 보여준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3차원 캐릭터가 가장 활발히 쓰일 곳은 게임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계속 개선해가고 있는 디렉트X기술은 게임이 컴퓨터에서 자연스럽고 속도감 있게 표현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디렉트X가 8.0판까지 올라가는 올해에는 ‘진짜 같은’ 3차원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흐름 9 - 디지털 아이덴티티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우리는 이미 디지털 아이덴티티(신원)를 갖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신분 구별은 많은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우리의 신상명세는 공공기관은 물론, 병원 보험사 상점 은행 등에도 입력돼 있다.

    개인에 대한 정보가 도처에 저장되어 있다 보니 각각의 불완전한 아이덴티티가 점점 실제처럼 되어간다. 사람들이 자신의 디지털 개인 정보를 직접 만들고 관리하면서 그 정보를 마이크로 칩에 내장해 갖고 다닌다면 좀더 정확한 정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개인 정보를 여러 개의 비트에 모아 남에게 전달하는 일이 이처럼 쉽게 이뤄지게 된 배경에는 인터넷이 크게 작용했다. 예를 들어 소득, 구매습관, 주로 읽는 책, 채팅룸이나 전자우편에서 나타난 성향, 브라우저에 북마크돼 있는 것, 은행에 저장된 금융 관련 데이터, 저당회사, 그리고 신용카드 등 수많은 개인정보를 모두 디지털 형식으로 만들 수 있으며, 이런 현상은 점점 더 확산될 것이다.

    이와 같은 디지털 아이덴티티 시대의 개막은 당연히 사생활 침해의 위험성을 높인다.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3C)이 추진중인 P3P나 인텔이 개발하고 있는 CDSA, 노벨의 ‘디지털미(Digitalme)’ 같은 플랫폼과 프로그램들은 그 위험성을 줄이려는 시도들이다.

    흐름 10 - ‘무어의 법칙’은 계속된다

    1965년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는 집적회로의 트랜지스터의 숫자는 해마다 두 배씩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어의 법칙’으로 명명된 그의 관측은 얼마 뒤 ‘해마다’에서 ‘18개월마다’로 바뀌었고, 지난 30여년간 놀랄 만한 정확성으로 프로세서의 발전 속도를 짚어냈다.

    한편 인텔 회장을 지낸 앤디 그로브는 96년 가을에 열린 컴덱스에서 2011년까지 1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가진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프로세서의 속도는 10GHz, 초당 1000억회의 명령을 수행한다. 무어의 법칙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또 다른 공동 설립자인 그로브가 천명한 셈이다.

    그러나 ‘마이크로프로세서 리포트’ 편집장 마이클 슬레이터는 더 빠른 프로세서의 개발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칩의 논리회로가 점점 더 복잡해질 뿐 아니라 더 작은 공간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디자인이 요구되기 때문.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은 식각(蝕刻) 기술이다. 종래의 0.25마이크론 디자인에서 0.18마이크론 디자인으로 판이 훨씬 작아지기 때문에 단파장(短波長)의 광식각 기술은 여간 정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IBM이 나노기술을 이용해 개별 원자들로 글자와 그림을 만들어 보였듯이 프로세서의 제조공정도 나노기술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무어의 법칙은 바꿔 말하면 이렇게 된다. ‘1달러로 살 수 있는 저장 공간은 18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 다시 말해 더 값싸고, 그러면서도 더욱 강력한 PC를 쓸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88년에 나온 컴퓨터 사양은 16MHz의 386SX에 1MB의 메모리, 40MB의 하드디스크였다. 운영체제는 도스 3.31. 이 컴퓨터의 값은 무려 5199달러(약 624만원)였다.

    그렇다면 무어의 법칙에 따른 2002년의 컴퓨터는 어떨까. 1.5GHz 속도를 자랑하는 윌러메트 칩을 쓸 것이다. 메모리는 256MB, 하드디스크 용량은 45GB에 이르며, 아마도 ‘윈도2002’를 운영체제로 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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