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호

[영상] “차라리 참패가 낫다…주류 무너져야 새 정치 자리 잡을 것”

[Special Report | 이대론 ‘16대 0’…선거는 끝났다] 2018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지낸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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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6-03-22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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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국힘, 2018 지선 참패 직후보다 더 큰 위기

    • 대구·경북마저 돌아설 수밖에 없는 퇴행 보여

    • 정당은 국가 미래 바꾸겠다는 청사진 보여야

    • 지금 국힘은 ‘反明’ ‘尹 어게인’만 외치는 상황

    • 반공주의 이후 정당 철학 찾지 못하고 헤매

    • 보수 새 가치 찾지 못하면 참패 피할 수 없어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월 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월 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국민의힘이) 한 곳도 못 얻어도 좋다. 차라리 이번 선거에 크게 져서 한국 보수정당이 대오 각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월 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김 전 부총리는 보수정당 최악의 위기라 불리던 2018년 7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2018년 6월 7회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패배했다. 역대 최악의 성적표였다. 김 전 부총리는 그 이후 당을 수습하며 10% 내외였던 지지율을 20%까지 끌어올렸다. 

    김 전 부총리는 “내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때보다 지금 상황이 더 나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최근 국민의힘은 위기에 봉착했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마저 국민의힘보다 여당의 지지율이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3월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조사해 이날 발표한 3월 둘째 주 전국지표조사(NBS·전화면접 방식·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29%, 국민의힘 지지도는 25%로 집계됐다. 

    몸담았던 정당이 위기에 놓여서일까. 이날 만난 김 전 부총리는 비대위원장 시절보다 많이 야위어 있었다. 그는 “최근 며칠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건강이 좋지 않다”면서도 “보수정당은 물론 한국 보수정당의 고질적 문제를 이제는 지적해야 한다는 생각에 인터뷰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野, 정부 정책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국민의힘이 대구·경북마저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그럼에도 선거 말미에는 대구·경북 지역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에 실망이 크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차라리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완전히 깨졌으면 싶다. 패배에 충격을 받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래야 비로소 보수정당이 바로 설 수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제명 등 당내 권력 다툼 때문에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보수에 등을 돌린 것이라고 보는가.

    “이미 사람이나 파벌이 문제인 시기는 한참 지났다. 국민의힘은 물론 그간 보수정당의 근본적 문제는 철학이 없다는 점이다. 정당이 무엇인가. 같은 정치적 신념을 공유하는 단체다. 그렇다면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이 신념에 동의한 셈이다. 하지만 작금의 보수정당은 어떤 정치적 신념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 당연히 유권자들도 이들이 집권한 후 대한민국 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 지지율이 오를 수 없는 구조고, 설사 오르더라도 금방 가라앉는다. 그런데도 당을 대표할 철학을 세울 생각 없이 여당과 싸우거나 대통령 정책을 비판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당내 인사들끼리도 싸우고 있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변심도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여당을 견제하고 대통령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야당의 역할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단순히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문제점을 찾았다면 그 해결책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여당이나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해결책까지 제시한 경우가 얼마나 있나. 물론 여당이 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쪽도 내부 권력투쟁을 이어가며 국민을 질리게 하고 있다. 그나마 여당 지지율이 야당보다 높게 나오는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 덕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웃고 있다. 동아DB

    이재명 대통령이 3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웃고 있다. 동아DB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그렇지는 않다. 다만 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다. 부동산 가격을 정상화하겠다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끝내거나 상법 개정을 밀어붙여 주가 상승에 기여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국가가 법 혹은 권력을 이용해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방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가 공언한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했고,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결과를 기대했던 유권자들의 지지가 따라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보수정당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할까.

    “더 합리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일례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없이 부동산 가격을 정상화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상법 개정보다 더 유효하게 한국 주식시장을 건전하게 만들 방안을 내놓으면 된다. 그러면 유권자들의 마음은 자연스레 다시 보수정당으로 향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드러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보수정당이 가진 역량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철학도 없는 정당이니 지금은 여당을 이기려들기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산업화 보수주의로 복귀? 국민 우습게 보는 처사

    국민의힘은 과거 당명만 바꾸며 집권에 성공해 온 이력이 있다. 그 과정에서 뚜렷한 철학을 보인 적은 드문 듯한데. 

    “과거에는 보수정당에도 철학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이승만 정부가 시작한 ‘반공 보수주의’라는 철학이다. 북한과 대치 상황이었으므로 당시에는 의미가 있는 철학이었다. 이후 군사정권으로 이어지며 국가가 직접 개입해 경제나 사회를 성장시키는 국가 보수주의가 자리 잡았다.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철학이었다. 그 이후에 시장의 자유를 긍정하는 자유 보수주의가 자리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의 모습에서는 어떤 철학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중도 외연 확장을 하겠다며 산업화·반공주의를 강령에 넣겠다는 등 퇴행적 태도만 일삼고 있다.”

    산업화 보수주의는 지금의 시대에 맞지 않다는 것인가.

    “산업화를 이끈 국가 보수주의는 결국 국가의 개입을 긍정하는 건 민주당의 철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금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좌파적 국가주의와 우파적 국가주의 정당이 한국의 여당과 제1야당이 되는 셈이다. 산업화 이후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끈 것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었다. 좋은 기업을 세우고, 놀라운 기술을 개발했으며, 문화·예술 측면에서도 전 세계가 인정할 만한 성과를 냈다. 시대가 변했는데 보수정당이 산업화 이야기를 다시 꺼낸다는 것은 전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현 정부도 국가주의적 성향을 띠는데,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언행을 보고 ‘시원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서다. 대통령이 나서서 정부 부처 고위 공무원을 꾸짖는 모습을 보며 일부 국민은 문제가 빠르게 수습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고위 공무원이나 정부 부처를 다그치는 방식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 부처를 이끄는 공무원도 대한민국 국민 중 하나다. 이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는 편이 낫다.”

    현 정부의 국가주의적 정책 중 실책이라 꼽을 만한 것이 있나. 

    “사법부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가 대표적 실책이다. 최근에는 법왜곡죄를 도입해 판·검사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 적용하면 이에 대해 처벌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법왜곡죄를 판단하는 재판부가 법을 왜곡 적용하면 이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국가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 설사 사법부에 문제가 있더라도 정부의 역할은 구성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고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그쳐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보수정당에 필요한 철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유주의다. 국민을 통치하려 들지 말고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정부와 정당은 국민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법과 규제를 갖추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 내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 이 철학을 보수정당에 이식하려 했으나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자유 강조하던 윤석열의 계엄, 국민 기대 배신

    8년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가 지금보다 당 상황이 좋았다고 보는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대위원장으로 처음 회의를 나갔는데 그 자리에서도 친박계와 친이계로 나뉘어 싸우고 있더라. 비대위원장이 처음 출석하는 회의인데도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삿대질과 고성이 오가며 싸움을 이어가더라.”

    계파 다툼이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어떻게 봉합했나.

    “봉합하지 않았다. 이 두 계파가 함께 추구할 만한 가치를 내걸었다. 그게 자유주의였다. 방향을 잡아주자 싸우던 의원들이 서서히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오디션 시스템을 통해 자유주의 가치에 공감할 수 있는 새 인력을 충원했다.”

    그럼에도 최근 10년간 자유주의자들이 보수정당 내 주류가 된 적은 없는 것 같다. 

    “정치를 하다 보면 자유주의자들도 반공주의자로 변모하기도 한다. 대표적 예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전 국민이 공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로 ‘자유’를 강조했다. 집권 직후까지만 해도 윤 전 대통령에게 자유주의자의 면모가 남아 있던 것이다. 하지만 집권 이후 그러한 면모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종국에는 반공주의자로 변모해 계엄이라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보였다. 국민은 윤 전 대통령이 자유주의적 가치로 대한민국을 바꿀 것이라 기대했으나 그 기대는 철저하게 배신당했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 과도한 주장을 펴는 지지층에 기대서는 제대로 된 정당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차라리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는 것이 낫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현 국민의힘 주류가 무너져야 그 자리에 새 정치 세력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면 현 정부가 더 큰 권력을 잡게 된다. 

    12·3비상계엄 사태 1년이 된 2025년 12월 3일 보수 단체가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윤어게인’ 집회를 벌이고 있다. 동아DB

    12·3비상계엄 사태 1년이 된 2025년 12월 3일 보수 단체가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윤어게인’ 집회를 벌이고 있다. 동아DB

    “영국 정치가 존 에머리치 에드워드 달버그 액턴이 말한 것처럼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지방선거에서 대승하고 나면 민주당은 더는 실책에서 야당 탓을 하기 어려워진다. 여당이 지금과 같이 독선적 태도로 일관한다면 끝은 명약관화하다. 프랑스혁명기 기요틴(단두대)을 사용해 공포정치를 주도했던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가 결국 기요틴에서 생을 마감했듯, 지금의 여당과 정부도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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