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5000명의 경찰력이 전국 곳곳에 흩어진 150만명의 윤락여성을 챙기기란 불가능합니다. 차라리 규제주의를 도입해 경찰의 관리 범위 안에서 윤락녀들의 인권상황을 개선해가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사정을 뻔히 다 알면서도 모든 성매매를 불법화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이상주의에 불과해요.”
단속이 기고 있다면 성매매현실은 지능화해 날고 있다. 티켓다방도 공권력의 감시와 언론의 십자포화를 꿋꿋하게 견뎌내며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했다. 전국의 허가받은 다방은 5만개가 넘는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 업소들이 티켓영업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 중 최소한 절반이 티켓영업을 하고 있다고 보고 한 업소당 평균 5명씩만 잡아도 전국적으로 12만여 명의 여성이 ‘티켓윤락’에 종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7월24일 서울지검 소년부(부장검사·박태석)는 수도권 신도시 주변의 티켓다방을 수사, 업주 9명을 구속했다. 검찰이 티켓다방 업주를 구속한 것은 과거에도 자주 있던 일이지만, 이 사건은 수도권 신도시에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티켓다방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극명하게 보여줬다. 수사 대상지역은 시흥과 안산 일대. 검찰은 몇 달 전부터 이 지역에서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피해 여종업원들의 전화가 빗발치자 수사에 착수했다. 현장으로 출동한 검찰 단속반은 시흥시 시화지구와 안산시를 돌아보고 충격을 받았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환락가였기 때문이다.
시흥 시화지구 정왕동에는 다방과 주점, 안마방, 모텔, 수면텔, 찜질방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흥업소들이 밀집해 있다. 단속반은 5개조로 나뉘어 단속에 들어갔다. 청소년의 윤락 사실만 확인되면 바로 잡아들일 수 있었는데, 당시 단속을 벌였던 검찰 관계자는 “물 반, 고기 반이더라”고 했다. 미성년자 윤락이 이뤄지는 불법업소가 발에 채일 만큼 많았다는 것. 비디오방에서건 노래방에서건 이른바 ‘연애’라 불리는 매춘이 아무 거리낌없이 행해지고 있었다.
정왕동의 한 골목에는 30여 개의 다방이 몰려 있었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다방이었다. 다방의 구조 또한 독특했다. 겨우 두세 평 남짓한 조그만 방에 소파 한 조와 작은 싱크대를 설치한 게 전부였다. 여종업원들은 대부분 차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보도방이나 다를 게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연행된 여종업원의 70%가 만 18세가 못된 미성년자들이라는 사실. 부모의 동의서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들은 하루 14시간 넘게 티켓영업에 내몰리고 있었다.
검찰은 업주 9명을 청소년보호법과 윤락행위방지법 위반혐의로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2명에게는 감금죄가 추가됐다. 연행된 청소년 50여 명은 집으로 돌려보냈다. 불과 15개의 다방을 조사했을 뿐인데도 결과가 그랬다. 검찰 관계자는 “더 수사하고 싶었지만, 여력이 안돼 거기서 멈췄다”며 혀를 내둘렀다.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