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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자료로 본 구한말 멕시코 이민사

이민선 일포드號는 화물선, 멕시코 상륙일은 5월12일

발굴자료로 본 구한말 멕시코 이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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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자료로 본 구한말 멕시코 이민사

‘로이드 선박등록부(Lloyd’s Register), 1914~15, IHU-ILF’에 올라 있는 일포드 호에 관한 사항들.

1905년 4월 초순에 우리 백성 1000여 명을 인천에서 멕시코 서남해안 살리나 크루스항까지 실어나른 이민선 ‘일포드’호는 어떤 배였을까?

지금까지 나와 있는 자료나 연구에서는 일포드호가 영국 선적(船籍)의 선박으로, 이민모집책 마이어스가 일본 모지(門司)항에서 전세를 내서 한국인의 멕시코 이민 수송에 투입한 배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필자들은 이민선의 이름은 이미 알고 있으니 사진까지 찾게 된다면 훨씬 실감이 나리라 생각했고, 영상시대에 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다큐멘터리 제작시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으리란 기대에서 2003년 2월부터 일포드호의 사진을 찾아 나섰다.

일포드호 사진 탐색 초기, 일본 ‘가이진샤(海人社)’ 발행의 선박 전문지 ‘세계의 함선(世界の艦船)’ 관계자의 도움이 컸다. ‘세계의 함선’ 편집부의 고이케 가쓰미(小池克己)씨에게 일포드호가 일본의 모지항에 근거를 두고 있었던 것 같은데 혹시 그 배의 사진을 소장하고 있느냐고 문의했더니 사진은 없다면서 일포드호의 주요 자료가 담긴 ‘로이드 선박등록부(Lloyd’s Register of Ships, 1914∼15)’의 해당 면을 복사해 보내주었다. 이 등록부에서 일포드호가 1901년 영국 뉴캐슬의 조선소에서 건조됐으며 총 4266톤의 강철선이라는 것, 선박의 소유회사는 ‘영국기선회사(Britain Steamshop Co.)’라는 것 등을 알 수 있었다.

‘세계의 함선’지 관계자는 또한 일포드호 사진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곳으로 영국 국립해양박물관(National Maritime Museum), ‘해풍’ 잡지(Sea Breezes), 그리고 ‘세계선박동호인회(World Ship Society)’ 등 세 곳을 알려줬다. 이들 세 곳에 문의했더니 국립해양박물관 쪽에선 메리 에드워즈(Ms. Mary Edwards)라는 이름의 연구관(curator)이 일포드호의 사진이 없다면서 영국 칼아이슬(Carlisle)의 ‘세계선박사진도서관(World Ship Photographs Library)’에 알아볼 것을 권했다. 세계선박사진도서관에 항공우편으로 두 차례 문의했으나 아무 소식도 없었다.



몇 달간의 탐색에도 성과가 없자 일포드호 사진 찾기를 포기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전자우편에 화이트사이드(Whiteside)란 사람으로부터 ‘ilford’란 제목의 편지가 와 있어 급히 열어보았다. ‘내게 당신이 찾는 일포드호 사진의 음화(negative)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즉각 답신을 띄워 멕시코 이민 연구를 위해 그 사진을 찾고 있었다는 것, 그 사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료가 얼마인지, 송금은 어떻게 어디로 해야 하는지 등을 문의했다. 이에 대한 회신에 따라 사용료를 송금했으며 얼마 뒤 연구논문에 그 사진을 사용해도 좋다는 사전허가와 함께 일포드호 사진이 도착했다.

필자들은 ‘멕시코 이민선 일포드호, 이민선이니까 여객선이겠지’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갖고 있었다. 따라서 도착한 사진을 보는 순간 일포드호가 화물선인 데 크게 놀랐다. 어쩌면 이 선박이 우리 이민자들이 타고 간 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이전에 하와이 이민에 관한 자료를 찾으면서 1973년 10∼12월 당시 경향신문의 윤여준 기자가 ‘미주이민 70년’ 특집을 연재하면서 ‘멕시코 이민선 일포드호’에 관해 기사를 썼던 것이 생각나 그 기사를 급히 찾아보았다.

일포드호는 화물선이었다. 그 기사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이민선은 화물선이었다. 짐을 싣던 선실에는 나무로 만든 2층 혹은 3층 침대가 임시로 설비되어 있었는데(이흥만씨의 말)…’라는 구절을 발견하고, 영국에서 날아온 사진의 ‘화물선 일포드호’가 우리의 멕시코 이민선이었음을 확신하게 됐다.

이민모집 신문광고 추가 발견

구한말에 우리 국민 1000여 명이 어떻게 해서 영국 선적의 일포드호를 타고 멕시코로 이민을 떠나게 됐을까?

되돌아보면 당시 멕시코 에네껜(Henequen: 용설란) 농장의 노동력 부족이라는 끌어당기는 요인, 구한말의 정치적 혼란 및 무력감과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 등 밀어내는 요인들이 혼재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 하에서 마이어스라는 이민모집자와 대륙식민회사라는 이민모집 대행사가 신문광고와 벽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을 통해 멕시코를 이상향으로 그리면서 이민자들을 끌어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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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인환 전 연세대 교수(신문방송학), 공정자 인하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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