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20~30대 젊은 부부의 재판이혼이 크게 늘고 있다.
친구 소개로 만나 2년 연애 끝에 결혼한 G씨(40)와 H씨(36)도 집안싸움 끝에 이혼한 사례다. 이들의 갈등은 2010년 설 연휴에 깊어졌다. H씨가 암 투병 중인 시어머니를 집에서 돌봤음에도 불구하고 시집 식구들은 잔소리만 퍼부었다. 설상가상으로 명절 음식을 장만하다 허리를 다쳤지만, 누구 하나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H씨가 시집 식구들과 말다툼을 벌이자 G씨는 아내에게 사과를 종용했다. H씨가 다시는 시집 식구를 만나지 않겠다고 맞서면서 시작된 이들의 싸움은 양가 집안싸움으로 번져 이혼소송에 이르게 됐다. 서울가정법원은 이혼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부부 모두가 서로 이해하려는 책임을 소홀히 했으므로 두 부부의 위자료 청구는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중년 이상 부부는 한쪽 배우자의 잘못이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젊은 부부는 양쪽 모두의 잘못으로 깨지는 경우가 흔하다. 앞의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참을성이 부족하고 갈등 해결의 의지나 능력이 모자라 이혼에 이르는 경우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법원이 위자료 청구를 기각하는 사례가 많다.
쌍방 책임 이혼
재산분할에서도 젊은 부부의 이혼은 중년 이상 부부와 다른 부분이 있다. 중년 이상 이혼 부부의 상당수는 아내가 전업주부다. 가계 수입을 남편 혼자 번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법원은 10년 넘게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자녀가 둘 이상 있는 경우 남녀 양쪽에 비슷한 수준으로 재산을 분할하는 게 보통이다. 가사와 자녀양육, 부부 공동 재산 형성에 기여한 주부의 역할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반면 젊은 부부의 경우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 가사와 육아는 아내가 더 많이 부담한 사례가 많다. 그래도 재산분할은 대체로 비슷한 수준에서 정해져 억울해하는 여자가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전체 이혼 건수 가운데 협의이혼이 차지하는 비율이 75.2%로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재판이혼은 24.8%로 1.0%가 늘었다. 이혼 종류를 구분하기 시작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법원에 따르면 재판이혼은 2008년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했다. 박성만 서울가정법원 공보담당 판사는 “법원이 과거에 비해 협의이혼을 까다롭게 확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부부가 법원에 출석해 이혼 의사를 밝히면 바로 협의이혼 확인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혼 신청 후 3개월의 숙려기간을 두고, 부부 사이에 양육권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이혼을 보류한 채 양육 조서를 써오게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졌다. 박보영 변호사는 “이혼을 신중하게 생각하도록 법원이 이혼숙려제도를 마련했는데 요즘의 이혼 세태를 보고 있으면 혼인 자체를 심사숙고하게 만드는 제도가 필요할 것 같다. 지금은 남녀 어느 한쪽의 신고만으로 혼인이 성립될 만큼 혼인 절차가 간단하다. 혼인은 두 사람의 결합이 아니라 한 가정을 책임지는 일이라는 걸 남편 교육, 아내 교육을 통해 사전에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런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혼인신고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희 부부컨설팅’ 김영희 대표는 “이혼 상담을 해보면 젊은 부부들은 평등의식이 강하고 굉장히 영리하다. 때가 덜 묻어 자기 잘못을 바로 인정하는 경우도 많다. 자기 잘못을 인식하면 상대방 입장을 생각하게 되고, 거기까지 가면 화해 가능성이 높다. 이혼자의 80%가 후회한다는 통계가 있는 만큼 갈등을 겪는 부부들은 법원에 가기 전 경험 많은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