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중동전쟁, 군사적으론 승리지만 정치적으론…
전쟁 장기화 땐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 악순환
경제 악화되면 지선 때 여권 어려움 처할 수도
증시 널뛰는 ‘롤러코스피’, 자본시장 취약성 드러내
이스라엘이 미국의 종전 시도 받아들일지도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매우 결정적으로 승리하고 있다. 계획보다 훨씬 앞서 있으며 전쟁은 곧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트럼프 학습효과’ 크지 않다
주요 7개국(G7)이 ‘비축유를 풀겠다’고 선언한 효과도 있겠지만, 아직도 트럼프의 말을 믿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트럼프의 발언은 하루 사이에도 달라지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그런 그의 말을 믿고 주가가 폭등하고 유가가 떨어지는 것은 ‘트럼프 학습효과’가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조만간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트럼프의 말은 이런 학습효과에 비춰 볼 때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과거 미국이 이라크·리비아와 같은 중동 국가를 상대로 벌인 전쟁을 보면 군사적으로는 미국이 승리했지만, 정치적으로도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주장하지만, 전쟁 이후 해당 국가들에서 벌어진 혼란상을 보면 미국이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중동 국가들과 벌인 전쟁에서 미국이 궁극적이고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고 보기 힘든 이유는 중동 국가들의 고유한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중동 국가들의 국가 체계는 서구의 국가 시스템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동 국가들은 부족과 종파가 수백 년의 관습에 의해 형성된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스템으로 유지된다. 그렇기에 미국이 궁극적인 승리를 거두기 힘든 구조다. 이는 전쟁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곧 전쟁이 끝난다고 호언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 힘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독자 여러분이 이 글을 읽을 즈음에 전쟁이 끝난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만일 그렇지 않다면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타격은 우리나라 정치판, 그것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3월 말 정도에 전쟁이 끝난다면, 우리나라 선거판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그 이상 지속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반적인 선거 공식이 빗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 선거 공식이란, 선거 구도가 어느 쪽에 유리하게 형성됐고, 야당으로부터 바람(風)이 발생할지 여부, 그리고 후보의 역량이 선거 구도나 바람을 덮을 수 있는지 하는 요소들이 선거의 승패를 결정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3월 중순 현재로만 보면 선거 구도는 더불어민주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이번 지방선거 구도가 ‘내란 세력 심판론’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이 있었는데, 사법부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인정했다. 12·3계엄이 내란이라는 것은,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판결부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판결에 이르기까지 사법부의 일관된 판단이었다. 결국 ‘계엄=내란’이라는 등식은 이제 국민 상식이 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3월 9일에서야 의원 총회를 열고 ‘절연’을 선언하고 나섰으니, 선거 구도상으로만 보면 민주당이 매우 유리할 수밖에 없다. 선거 구도가 안착한 상황에서 한 ‘절연 선언’은 타이밍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정의당·개혁신당에도 밀린 국민의힘 후원금
현재 국민의힘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도 있다. 바로 정당 후원금 규모다. 3월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도 중앙당 후원회와 국회의원 후원회 후원금 모금 내역 집계 결과 중 정당 후원금을 보면, 민주당 13억4700여만 원, 진보당 9억7100여만 원, 정의당 9억900여만 원, 개혁신당 8억3600여만 원, 국민의힘 7억1900여만 원, 자유와 혁신 5억9400여만 원 순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 후원금 순위가 정의당과 개혁신당에 밀렸다는 점이다.이런 현상이 시사하는 바는 현재 국민의힘을 강성 보수 정당으로 판단한 합리적 중도 보수층이 개혁신당 지지로 돌아섰거나, 심지어 민주당 혹은 이재명 대통령 지지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3월 6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자체 정례 여론조사(3월 3일부터 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보수층의 이 대통령 지지율은 40%에 달했다. 상황이 이러니 민주당이 원하는 선거 구도인 ‘내란 세력 심판론’ 앞에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 이런 선거 국면은 달라질 수 있다.
만일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 생각과 달리 상당 기간 지속될 경우,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유가’다. 유가는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트럼프는 호르무즈해협을 아예 장악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말도 믿기 어렵다. 얼마 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미군 함정이 호위하겠다’고 말한 트럼프가 이제는 아예 ‘장악하겠다’고 나오니, 그런 그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몇 주 더 이어지면 유가가 150달러 이상을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에너지 전문가들이 예상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하면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덮칠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물류비를 비롯한 생산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어 생필품 가격이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중동산 원유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유가 상승은 에너지 비용 상승을 유발한다. 에너지 비용이 상승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도 전쟁의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에너지 비용만 반도체 분야에 타격을 주는 게 아니다. 3월 5일 로이터 통신은 이란과의 장기 분쟁이 반도체산업의 에너지 비용 상승뿐 아니라 재료비 상승도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로이터 통신은 일부 핵심 재료가 중동에서 조달되지 못하면 반도체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언급을 인용하면서 그중 ‘헬륨’을 꼽았다. 헬륨은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관리를 위한 필수 요소인데, 주로 카타르가 공급하고 있다. 만일 이번 전쟁이 장기화하고 그 여파가 인근 중동 국가로 번지면, 헬륨 공급에도 차질이 생겨 반도체 업계에 타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 업계는 오랫동안 다양한 공급망과 충분한 헬륨 재고를 확보해 왔기 때문에 당장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확신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또한 우리나라 반도체 핵심 장비 중에는 이스라엘 제품에 의존하는 것이 있는데, 전쟁 상황에 따라 이 부분도 문제로 대두할 수 있다.
더욱이 전쟁 장기화가 반도체 분야에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물건을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업체들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중고차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 중에는 중동 국가가 다수를 차지하는데, 중고차 수출업체는 지금 수출길이 완전히 막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 상황 악화 땐 여권이 어려워질 수도
중동으로 원단을 수출하는 업체들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결과로 선거를 앞둔 시점에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면 여권은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정치학의 경제 투표 이론(economic voting)에 따르면, 경제 상황이 나빠질수록 유권자는 현 정권을 심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경제 상황은 곧바로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가 공약한 것 중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코스피 5000 시대의 개막,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이다. 전쟁 발발 직전까지만 보면, 이 대통령의 이런 약속은 성공적으로 지켜지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번 전쟁이 터지자 우리나라 증시는 일본·대만 증시에 비해 유독 휘청거리다 다음 날은 폭등하는 양상을 자주 보였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이른바 ‘롤러코스피’라고 하는데, 이렇듯 증시가 널뛰는 이유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취약성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반도체업종 위주로 상승한 코스피의 특성을 볼 때 반도체가 흔들리면 자본시장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불안정성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주식투자에 나선 이들 중 상당수는 이른바 ‘영끌 빚투’이기 때문이다. 즉 주가가 빠지기라도 하면 투자자 상당수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몰리게 돼 이들이 여권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경제가 악화되고 코스피가 빠지는 상황이 초래되면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 역시 하락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으로 여권 지지율이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여권 지지율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즉 두 가지 변수 중 무엇이 더 큰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란 전쟁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북한 이슈다. 이번 전쟁으로 인한 북한 이슈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주한미군의 ‘무기 차출’ 등으로 한시적이나마 미국의 억제력이 약화될 수 있고, 이 틈을 타 북한이 대남 도발을 감행하는 경우다. 특히 우리나라 자주 국방력을 시험한다는 차원에서 대남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점은 미국의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와 이란의 하메네이 제거를 목격한 북한 김정은이 상당한 위협을 느껴 핵 무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경우다. 실제로 북한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가 ‘대화를 통한 평화’ 기조만을 고수할 경우, 이 대통령을 지지하던 보수층이나 중도층이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핵이 없는 우리가 핵 무력을 강화하는 북한을 향해 대화하자며 비행 금지 구역 복원을 검토하고, 한미연합훈련의 야외 기동 훈련 횟수를 지난해 대비 반으로 줄인 것을 보면서, 이 대통령을 지지하던 보수층과 중도층이 등 돌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 문제가 선거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 특히 안보는 보수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기에 더욱 그럴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현 상황을 종합하면, 미국-이란 전쟁이 얼마나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인지에 따라 선거에 미칠 영향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자신들이 전쟁 종식을 선언하면 ‘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미국의 종전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지속할 경우 ‘종전의 의미’는 사라진다. 또한 이스라엘이 미국의 종전 시도를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6·3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미국-이란 전쟁 여파가 기존 선거 공식을 얼마나 무력화할지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