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호

베테랑 커플매니저들이 털어놓은 재혼 풍속도

“교수는 섹시한 여자, 의사는 젊은 여자, 법조인은 돈 많은 여자 찾죠”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입력2007-04-10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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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커플 중 25%가 재혼커플
    • 재혼할 땐 상대 이혼사유 꼭 알아봐야
    • ‘밥맛 1순위’는 공주과 여성
    • 교수, 교사 이혼율 가장 높아
    • 미모 빼어난 여성일수록 남성 경제력 집착
    • 전문직 커리어우먼, 푸근하고 털털한 남성 원해
    베테랑 커플매니저들이 털어놓은 재혼 풍속도

    국내 최대 결혼 정보회사 ‘듀오’에서 마련한 재혼남녀 축제.

    한국의 이혼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을 추월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부의 결혼 대비 이혼율은 47.4%로 부부 2쌍 가운데 1쌍이 이혼한다는 것. 미국(51%), 스웨덴(48%)에 이어 세계 3위다.

    이처럼 이혼이 급증하면서 재혼을 위해 결혼정보업체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초혼과 달리 재혼만큼은 믿을 만한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검증된 배우자를 만나고자 하는 심리 때문이다. 특히 지난 1년은 ‘입춘을 두 번 맞는 해로 결혼하면 길하다’는 쌍춘년(雙春年)이라 재혼시장도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었다.

    2005년에 결혼한 31만6400명의 커플 중 재혼커플이 7만9600명으로 약 25%에 달한다. 4쌍 중 1쌍이 재혼인 셈이다. 이처럼 재혼 비율이 높아지면서 재혼 풍속도도 바뀌고 있다.

    먼저 ‘인생은 60부터’라면서 황혼 재혼이 늘고 있고, 초혼남과 재혼녀 커플은 물론 자녀 없는 남성이 자녀 있는 여성과 맺어지는 경우도 다반사. 또한 재혼에선 나이 차이에 비교적 관대해져서 여성의 경우 띠 동갑 이상의 남성이라도 마음만 맞으면 결혼하는 추세라고 한다.

    버젓이 ‘결혼정보회사’라는 간판을 걸어놓은 업체만 해도 5000여 개에 달한다. 대부분은 소규모로 운영되는 결혼소개소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중 홈페이지를 만들어 공식적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곳은 120여 곳. 그중 5개사가 메이저급 결혼정보회사로 꼽힌다.



    재혼 희망 회원만 2만5000여 명을 관리하는 국내 최대의 재혼전문 중매회사 ‘행복출발’의 한정희(46) 팀장은 “재혼은 초혼 때와 확실히 다르다”면서 “초혼에선 학벌, 직업 등을 따져 ‘보여지는’ 배우자를 선택한다면, 재혼에선 남은 인생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동반자적인 배우자를 원한다”고 했다. 미혼은 이상 속에서, 재혼은 현실에서 배우자를 찾는다는 얘기다.

    “내가 부덕한 탓”

    결혼중매업계에서는 재혼이 초혼보다 까다롭고 성혼율이 떨어지지만 최근 회원 가입률이 높아지자 돈과 권력을 겸비한 상류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재혼에선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한 팀장은 “이혼한 사람에 대해서는 왜 이혼했는지 꼭 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혼한 사유를 들어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품성을 알 수 있습니다. 회원들은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졌다’ 하는 투로 상대방이나 사회 탓으로 돌려요. 그러나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보면 ‘이기적이다’ ‘다혈질이다’ ‘폭력적일 것이다’라는 게 느껴집니다. ‘아내가 집을 나갔다’고 하면, 나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 있었을 거예요. 집안에서 대우받으며 자란 맏이들은 의외로 이기적입니다. 그 대우를 누군가가 대신 해줘야 하거든요. 이혼에 대해 변명하고 설명하려는 사람일수록 본인에게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혼은 쌍방보다는 일방의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더 많거든요. 구차한 변명을 하지 않고 ‘다 내가 부덕한 탓’이라고 말을 아끼는 분이 인격적으로 괜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A씨는 아내가 약사였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던 A씨에겐 아내야말로 경제적으로 기댈 언덕이었다.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 시대를 맞아 A씨는 강의를 그만두고 고시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5년째 낙방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아내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아내는 “경제적인 문제는 약국에서 해결하겠다”면서 대학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둘은 그 문제로 싸우다가 결국 헤어졌다.

    1년 후 A씨는 당당히 고시에 합격하고선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 자식 둘은 아내가 키우기 때문에 홀가분한 처지였다. 그 누구보다 조건이 좋은 경우라고 자신하면서 커플매니저에게 “나는 똑똑한 여자는 정말 ‘밥맛’이다. 돈 좀 번다고 거들먹거리는 여자는 싫으니 착한 여자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커플매니저는 “전처보다 착한 분은 드물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재혼 희망자들은 무조건 전(前) 배우자와 반대되는 사람을 찾아요. 전 배우자와 고향이 같아도 안 되고 혈액형이 같아도 피하려 해요. 아내가 교사였다면 재혼할 땐 장모가 교사인 것도 싫다고 할 정도죠. 결혼에 절대적인 평가는 금물입니다. 선입관을 버려야 해요.”

    메이저 결혼정보회사 중 가장 오래된 ‘선우’의 오윤경(47) 팀장은 “회원들의 이혼 사유를 보면 우리나라 결혼문화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면서 이런 지적을 했다.

    “흔히 ‘아홉수다’ ‘부모님이 퇴직하기 전에 해야 한다’해서 후닥닥 한 혼인일수록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요. 얼결에 하는 경우지요. 성급한 결정엔 반드시 함정이 따르게 돼 있어요. 여자 쪽에선 ‘학벌 좋고 직장이 괜찮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이혼은 여성 쪽에서 먼저 제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정을 꾸리는 주체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이 스스로 흥을 내야 화목해집니다. 함께 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희생하고 참고 살아가는데, 직업이나 학벌이 전부일 수는 없는 거죠. 살 만한 이유는 보이는 게 아니라 느껴지는 것입니다.”

    배우자의 첫사랑 때문에…

    초혼, 재혼을 포함해 온라인 회원까지 60만명이 가입되어 있는 국내 최대의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이현숙(46) 팀장은 “순결지향주의가 오히려 결혼생활을 불행으로 이끄는 것 같다”면서 결혼이 무덤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흔히 20대 중후반을 ‘결혼적령기’라고 하는데, 결혼적령기란 정답이 없는 커트라인입니다. 결혼적령기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길 때’입니다. 대체로 결혼적령기에 누군가를 만난다면 결혼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결혼을 하려면 나이와 주위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해요. 또 대학시절 캠퍼스커플로 결혼한 분들 중에 의외로 이혼한 경우가 많아요. ‘연애를 오랫동안 해서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결혼했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 우리 사회에 ‘연애 따로 결혼 따로’ 풍조가 만연했잖아요. 의외로 ‘배우자의 첫사랑 때문’에 이혼한 사례가 많더군요. 결혼을 했는데도 별다른 이유없이 성관계를 기피하면 (첫사랑과 계속 만나고 있는지) 의심해봐야 해요.”

    최근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재혼회원 중에는 내로라는 학벌과 직업, 경제력을 갖춘 남성이 많다. 남성이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호적등본, 주민등록등본, 졸업증명서와 재직증명서는 물론이고 사업가의 경우 신용평가서와 세금 낸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현재에 3대 메이저급 결혼정보회사인 재혼회원으로 등록된 남성은 2만여 명에 달한다.

    상류층인 ‘노블레스 회원’이 되려면 대졸 이상의 학력은 기본이고 반드시 전문직종에 종사해야 한다. 그밖에도 고시에 합격했거나 대학교수로 재직하면 노블레스 회원 대상이다. 또 벤처기업의 CEO 내지 대기업의 임원급 이상으로 고액연봉자라면 얼마든지 노블레스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최근 노블레스 회원으로 등록한 남성의 직업을 보면 1위가 대학교수, 2위가 의사, 3위가 대기업 임원, 4위가 연구원 순이다.

    재혼회원의 가입비는 최하 50만원에서 최고 500만원선.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데 회원의 자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녀가 두 명 이상이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 혹은 특정 종교인을 찾는 등 배우자에 대한 기대조건이 까다롭고 자신의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가입비를 좀더 많이 내야 한다. 커플매니저가 고도의 매칭기술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 전남편의 아들을 키우거나 둘 이상의 자녀가 있는 여성을 기피하는 편이라고 한다. 반면 여성의 경우 남성의 경제력만 튼튼하다면 대개 외모도 따지지 않고 맏며느리로 들어가는 것도 OK라고. 재혼에선 대체로 학벌보다 경제력을 따진다.

    “상당수 여성이 사업가를 선호해요.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할 정도면 괜찮은 사업가로 보는 거죠. 재력가 남성은 외모에 자신 있는 여성을 경계해야 해요. 경제력을 집요하게 밝히는 여성의 경우 대부분 미모가 뛰어나거든요. 음식점을 다녀보면 여성의 가치관을 알 수 있어요. 호텔을 좋아하고 격식과 양식을 좋아하면 의심해봐야 해요. 명품족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어떤 여성은 첫 만남 장소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으로 정하고 거기서 남성에게 ‘오늘처럼 뜻 깊은 날, 선물 하나 해주실래요?’라고 한대요. 돈 있는 남성은 아름다운 여성이 이렇게 말하면 다 사준답니다. 지갑이 털려도 예쁜 여성한테 털리면 배가 덜 아픈가봐요. 체면 구기지 않도록 그럴싸하게 쏜답니다.”

    성격은 지역색과 관련

    베테랑 커플매니저들이 털어놓은 재혼 풍속도

    재혼전문 중매회사 ‘행복출발’의 한정희 팀장이 회원과 상담하고 있다.

    듀오의 이현숙 팀장은 “남성은 여성의 인상에 속는다”면서 남성이 배우자를 고를 때 알아야 할 주의사항을 들려줬다.

    “미모를 무기로 돈 있는 남성을 목표로 삼는 여성이 많아요. 남성은 이런 여성을 싫어하면서도 속더군요. 열 번을 속아도 예쁘기만 하면 열한 번째도 또 속을 걸요(웃음). 남성은 초혼에선 외모를 크게 안 따져요. 학벌 집안 종교 등 조건을 봅니다. 하지만 재혼에선 학벌과 직업 대신, 외모와 인상을 봅니다. 착한 여성을 만나고 싶은 거죠. 착하다는 걸 외모에서 확인하려 해요. 재혼시장에선 우아한 여성이 인기입니다. 요즘은 결혼하려고 성형도 마다하지 않는 여성이 많아요.”

    반면 학벌이 좋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은 배우자를 고르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고 한다. 약사나 의사로 일하는 여성이 원하는 이상형은 ‘따뜻하고 푸근하고 털털한 남성’이다.

    최근 공대 출신 연구원들이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 헤어지는 ‘초스피드 이혼’으로 결혼정보업체에 몰리고 있다. ‘행복출발’ 한정희 팀장의 얘기다.

    “연구원들이 이성에 대해 너무 몰라요. 공부만 한 거죠. 교제경험이 없어도 학벌이 좋으면 포장이 잘 되거든요. 쉽게 결혼하는 겁니다. 부모님이 배우자를 골라준 경우겠지요. 반듯하고 말 잘 듣는 아들은 결혼은 가능할지 몰라도 아내를 이해하는 건 정말 힘들어요. 실험실에서 실험만 하던 남성은 요즘처럼 활동적이고 드센 여성을 만나면 못 견뎌할 수 있어요. 워크홀릭 남성이 대학 갓 나온 여성을 만나면 힘들어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평생 함께 살아야 할 배우자를 백화점에서 물건 고르듯이 고를 순 없잖아요. 자신의 성격과 미래를 고려해 만나야 해요. 일에 미칠 남성이라면 비슷하게 바쁜 여성이 오히려 낫고, ‘땡’ 하고 직장과 집만 왔다갔다할 남성은 보수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을 찾아야 해요. CEO이거나 정치적인 남성이라면 힐러리 스타일의 여성을 만나야 ‘윈-윈’할 수 있습니다.”

    커플매니저들은 “성격이 지역색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면서 “상대를 이해하는 데 출신 지역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길이 밀려 약속시간에 늦으면 경상도 남성은 되레 큰소리를 칩니다. 자기 잘못이 아니라 차가 밀려서 못 가고 있다는 거죠. 사정을 모르는 여자로선 화가 날 수 있지요. 그럴 때 서울·경기와 충청도 남성은 ‘더 일찍 못 나서서 미안하다’고 해요. 듣기 좋잖아요. 전라도 출신은 싹싹하지만 고집이 세요. 바닷가 출신 중에는 ‘욱’ 하는 다혈질이 많아요. 여성은 무뚝뚝해도 위트 있고 털털한 남성을 좋아해요. 경상도 남성은 경제력이 없어도 성혼율이 높은 편입니다. 자신감이 엿보이거든요. 그게 여성에게 믿음을 주나봐요.”

    누구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부친이 어떤 일을 했는지도 중요해요. 공무원의 자녀와 장사한 사람의 자녀는 많이 달라요. 씀씀이가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죠. 공무원의 자식은 규칙적입니다. 이런 사람이 사업가 딸과 결혼하면 아내는 남편을 ‘답답하다’고 생각하고 남편은 아내를 ‘계획성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릴 수 있어요. 자신이 평범한 월급쟁이라면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낄 착하고 소박한 성격의 여성이 맞아요. 결혼은 자신의 성격과 자신이 처한 환경을 두루 감안해서 해야 해요.”

    “띠 동갑을 원합니다”

    선우의 오윤경 팀장은 “재혼 중매를 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남자는 교수, 여자는 교사가 이혼율이 높은 편입니다. 교육자인데 이혼율이 높다는 건 참 아이러니해요. 커플매니저로 일하며 그들을 겪어보니 이유를 알겠더군요. 교육자들이 대체로 깐깐하고 교과서적이에요. 현실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늘 규격에 맞을 수도 없고요. 정말 융통성이 없고 갑갑한 분이 많더라고요. 미팅할 장소를 잡다보면 교수의 특성이 나와요. 호텔 커피숍으로 정하면 교수는 ‘커피 값이 너무 비싸지 않냐’고 해요.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거죠. 또 초혼에선 여교사가 인기가 좋은데, 재혼에선 그렇지 않아요. 나이 들면서 남편을 가르치고 지시하고 훈계하려 든다는 거죠. 당사자들이 미팅 소감을 털어놓기 때문에 다 알죠.”

    베테랑 커플매니저들이 털어놓은 재혼 풍속도

    가장 오래된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오윤경 팀장(왼쪽)과 ‘듀오’의 이현숙 팀장(오른쪽).

    젊은 시절엔 열 가지 중에 한 가지만 좋아도 빠져들 수 있었지만, 아픔을 딛고 재혼을 하려는 사람은 열 가지 중에 한 가지만 싫어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듀오의 이현숙 팀장은 “남성의 경우 직업별로 이상형이 참 재미있다”면서 배우자 선택 기준의 공통점을 얘기했다.

    “참 놀라워요. 대학교수는 섹시한 여성을 찾아요. 늘 여대생들을 봐서 그런지 비슷한 연배의 여성에게는 성적 매력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노골적으로 볼륨 있는 여성을 소개해달라고 말해요. 실제로 대학교수와 만난 여성들은 ‘(교수님이) 제게 문자를 보냈는데 애들도 아니고…’ 하면서 놀라워해요. 의사는 생물학적으로 따져요. 유독 젊은 여성을 좋아하더군요. 띠 동갑 여성을 원해요. 공무원이나 교사 같은 안정적인 직업여성을 원하는 경우가 많죠. 법조인은 내놓고 잘사는 집 딸을 원하더라고요.

    반면 경제인은 나이가 자기와 비슷해도 좋다고 해요. ‘등산 골프 여행을 하면서 함께 여생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친구 같은 여성을 찾아요. 평소 유흥업소에서 어리고 섹시한 여성을 많이 봐서 그런지 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젊은 여성에게는 흥미가 없더군요. 평범한 샐러리맨은 귀엽고 착한 여성을 찾고요.”

    고집 센 여자를 찾아라?

    재혼시장에서도 남성에게 ‘밥맛’ 1순위는 공주과 여성. ‘행복출발’의 한정희 팀장의 얘기다.

    “공주과 여성은 교제율이 높은 반면 성혼율이 떨어져요. 사귀다보면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죠. 남성은 여성이 예쁘고 공주과일수록 외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아야 해요. 밖에서 누군가 조금만 잘 대해주고 대우해주면 흔들릴 가능성이 커요. 요즘 남성에게는 주체성 강한 똑똑한 여성을 적극 권하고 싶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남성은 이런 여성을 몹시 싫어하잖아요. 남자들이 정말 모르는 게 있어요.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일수록 어려움이 닥칠 때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요. 주체성이 뚜렷하고 고집스러운 여성이 요즘같이 혼란한 시절엔 ‘딱’입니다. 가정을 잘 지킬 수 있는 거죠. 강한 여성이 조강지처형으로 적합한 셈이죠(웃음).”

    작년 한 해에만 100쌍을 결혼시켰다는 듀오의 이현숙 팀장은 궁합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대체적으로 성격이 잘 맞으면 궁합도 잘 맞아요. 풍기는 외모가 비슷하면 잘 맞더라고요. 연애할 때 잘 보이려고 노력했던 건 별 의미가 없어요. 근본적으로 성격이 잘 맞는지를 봐야 해요. 좋을 땐 뭔들 안 좋겠어요. 약속시간에 늦거나 밀리는 차 속에 같이 있어 보면 성격을 조금 알 수 있잖아요. 재혼에선 아니다 싶으면 하루아침에 깨질 수 있어요. 그만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겁니다. 잘 보여서 결혼에 골인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거든요.”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이 쓴 ‘마녀가 섹시하다’라는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사랑이야 눈에 콩깍지가 쓰여 시작했다고 해도 결혼은 자라난 환경부터 재산 학력 가치관까지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배경이 비슷한 사람끼리 해야 바람직하다는 게 가족학자들의 결론이다. 죽도록 사랑한 끝에 결혼을 했든, 덤덤한 상태로 결혼을 했든 오래도록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행복한 부부를 따로따로 물은 결과는 이러했다.

    남편의 이야기-아내는 내 가장 좋은 친구다. 나는 아내를 한 인간으로서 좋아한다. 아내와 함께 있는 것이 점점 재미있어진다. 우리는 함께 웃는다. 우리는 삶에 대한 철학이 비슷하다. 우리는 성적 태도가 일치한다. 나는 아내의 성취에 자부심을 갖는다.

    아내 이야기-남편은 내 가장 좋은 친구다. 나는 남편을 한 인간으로서 좋아한다. 남편과 함께 있는 것이 점점 재미있어진다. 우리는 함께 웃는다. 우리는 삶에 대한 철학이 같다. 우리는 생각과 느낌을 함께 이야기한다. 우리는 애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에 대해 동의한다.”

    ‘서로 파스 붙여줄 사람’

    커플매니저들은 입을 모아 “부부의 인연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부부가 되는 커플을 보면 성품이 닮았고 가치관과 말투도 비슷하다는 것.

    “‘딱 맞겠다’는 감(感)이 올 때가 있어요. 철저하고 규칙적인 남성을 ‘쫀쫀하다’고 생각지 않고 존경하겠다 싶은 여성이 있어요. 아무리 어눌하고 소심한 남성이라도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성격이라면 활동적인 여성이 괜찮아요. 아내가 남편의 성격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또 부(富)를 연결해줘야 할 때가 있어요. 청렴한 공직자의 길을 꿈꾸는 남성에게 자립심 있고 능력 있는 여성을 짝 지워주면 서로 돕고 살게 돼요. 착하다는 것이 절대적일 수 없어요. 서로 성격에 잘 맞으면 착한 겁니다. 결혼도 서로 조금씩 덕을 볼 게 있어야 해요.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희생하다보면 시간이 지나 억울하게 생각할 수 있는 거죠.”

    커플매니저들의 상담사례를 들으면서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절대적일 수도 객관적일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자를 찾는 데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표현이 딱 맞는 듯싶다. 한때 우리 사회에 ‘코드’라는 말이 유행했다. 영어의 코드는 세 가지다. Cord와 Chord, 그리고 Code다. 배움이 비슷하고 두 집안의 규칙과 가풍의 Code가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심금을 울리는 Chord가 맞으면 더 행복한 결혼이 될 것이다. 사랑이 ‘통(通)’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실버회원 숫자가 늘고 있어요. 환갑이 넘은 남성, 50대 여성이 등록을 합니다. 남은 인생을 같이하고 싶은 거죠. ‘서로 파스를 붙여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세요. 실버회원 중에는 호적에 올리지 않은 채 살고 싶어하는 분이 더러 있어요. 연금생활자의 경우 재혼을 하면 연금이 안 나오니까 사실혼 상태로 살고 싶은 거죠. 친구 같은 배우자를 원해요.

    사실혼을 추천할 수는 없지만 인연이란 건 따로 있나봐요. 실버회원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돋보여요. 여성이 경기도 분당에 있다고 하면 선뜻 ‘제가 가지요’라고 합니다. (커플매니저가) 보기엔 안 어울리는데 인연이 되어 잘 사시는 분도 많아요. 서울시내에 큰 빌딩을 가진 남성의 반려자가 젊고 섹시한 여우일 것 같죠? 아닙니다. 그 자리는 ‘남편을 위해서라면 마지못해 따라가는 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나이 들고 곰 같지만 착한 여성’이 차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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