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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특집 Ⅱ | 핵무장론 불붙다!

“무장 검토” 선언만으로도 ‘외교적 폭탄’(diplomatic bomb)

같은 색, 다른 결 핵무장론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무장 검토” 선언만으로도 ‘외교적 폭탄’(diplomatic bomb)

  • ● “재처리·농축 핵주권 확보해야”
  • ● 美 핵우산에 대한 의구심 커져
  • ● 중도성향 학계에서도 핵무장론 제기
  • ● ‘핵 없는 핵무장’ 등 각론 다양
“무장 검토” 선언만으로도 ‘외교적 폭탄’(diplomatic bomb)
“4차 핵실험 후 박근혜 정부의 대외정책을 보면 북한과 주변국에 대한 이해와 국가이익에 대한 계산에 기초해서가 아니라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느낌이 든다. 대외정책이 초래할 결과에 대해 숙고하고 결정하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중국이 극도로 반발하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개성공단 중단 결정은 즉흥적으로 나온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이 2월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요약한 것이다. 정 실장은 1996년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년 동안 북한 권력체계·국가기구 연구에 천착했다. 앞서의 글에서 나타나듯 온건하고 합리적인 연구자다.



“미군은 傭兵이 아니다”

이런 성향을 지닌 그가 한국 핵무장 주장의 선봉에 섰다. 강경 보수의 전유물 격이던 핵무장 주장이 이처럼 중도 성향 학계에서도 회자되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3차 핵실험 때까지만 해도 핵무장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생각이었으나 4차 핵실험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는 달성하지 못할 목표라는 게 확인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핵무장론의 기저(基底)엔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에 대한 불신이 있다.  “핵무장을 주장할 때가 됐다”고 강조하는 정부 고위 관료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한국인이 착각하는 게 있다. 일각에서 미군을 마치 한국의 용병(傭兵)처럼 여긴다. ‘미국이 다 막아주겠지’는 공담(空談)이다. 한국이 잿더미로 변한 뒤에야 미국이 행동에 나서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보라. 미군은 한반도에서 사달이 났을 때 결코 용병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1970년대 한국이 핵 개발에 나선 것은 미군의 베트남 철수를 목격한 후 “동맹에 대한 믿음을 잃었기”(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 때문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장 출신인 그레그 전 대사는 “당시 북한과 소련의 어떤 공격으로부터도 보호할 것이라고 한국을 설득했다”고 말했다(2011년 ‘한겨레’ 인터뷰 참조). 핵우산이 명문화한 것은 1978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를 통해서다.
북한이 낮은 수준일지라도 미국의 핵우산을 무력화하는 상호확증파괴(핵 공격을 당할 경우 상대편도 파멸시키는 보복 전략) 능력을 갖추면 우리의 안보 현실은 급변한다. “우리의 핵이라야 한다. 핵우산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문순보 자유민주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핵무장론은 같은 색, 다른 결로 쏟아져 나온다. 대략 5가지 줄기로 나눠 살펴보자.
①핵무장론은 아니지만 1992년 비핵화 선언 이후 한반도에서 철수한 미군 전술핵을 재배치해달라고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1992년 이래 한국 정부의 일관된 원칙인 ‘한반도 비핵화’가 사실상 폐기된다. 그러나 B-52, B2스텔스, F22스텔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RBM) 탑재 잠수함만으로도 대북(對北) 핵공격이 가능하므로 전술핵 재배치는 안보환경 측면에서 별 의미가 없다는 견해가 많다. 미국이 요구에 응할 가능성도 낮다.



“재처리·농축도 못해서야…”

②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가 어려우므로 핵무장 선택권(nuclear option)을 전략으로 추구하자는 견해다. “비상 시 핵무장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핵물질의 농축·재처리 권리를 가져야 한다”(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는 견해가 대표적이다. ‘핵주권 확보론’으로도 불린다. 일본의 전례가 있다. 일본은 핵무기 원료, 시뮬레이션, 투발(投發)수단을 완비해 유사시 결합하기만 하면 핵무장이 완료된다.
문제는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미국의 시각이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핵무기 원료로는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이 있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야 원자폭탄용 플루토늄을 얻는다. 2014년 초 체결한 미국·베트남 원자력협정에서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암묵적으로(implicitly) 허용한 반면 지난해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서는 재처리 조건을 까다롭게 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월 20일 공개한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 보고서에서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면서도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허용을 막아낼 수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한국이 독자적 핵 능력을 원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 2000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사전 신고 없이 0.2g의 농축우라늄을 추출하고 2004년 여름 뒤늦게 보고해 국제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에 발각돼 사후에 신고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 여파로 과학자들은 1년 동안 IAEA 사찰을 받느라 고생했다. 미국이 핵 협상을 통해 이란에는 우라늄 농축을 허용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란은 농축을 허용받은 대신 핵무장을 포기했다.  
한국은 1956년 2월 3일 한미 원자력협정에 서명한 후 반 세기 만에 세계 5위 원자력 강국으로 성장했다. 한미 원자력협정을 통해 핵무장을 포기하면서 평화적 목적의 핵 기술을 이전받은 것이다.
③핵무장에 실제로 나설 것인지는 차치하고 “우리도 핵무장을 검토한다”는 선언을 내놓자는 견해가 있다. 이 같은 선언을 통해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선언만으로도 미국과 중국을 압박할 ‘외교적 폭탄(diplomatic bomb)’이 된다는 견해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미국으로부터 얻어내는 데도 이 같은 선언이 도움이 되리라는 주장이 따라붙는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 핵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독 엮어낸 프랑스式

④한반도 비핵화를 폐기하고 NPT를 탈퇴해 “핵무장을 하자”는 주장이다. 본래 의미의 핵무장론이다. 이 주장에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버텨내지 못한다는, 반박이 쉽지 않은 반론이 따라붙는다. 마늘 파동(2000년 한국이 중국산 마늘에 대한 관세율을 올리자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금지한 조치)과 병자호란을 사례로 들어 반박하는 이도 있다. 중국의 보복 또한 견뎌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1998년 핵실험을 한 인도 사례가 전례로 거론된다. 미국은 핵실험 3년 만에 인도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했으며 2005년 3월에는 인도와 핵 협력 협정을 맺었다. 프랑스 사례를 거론하는 이도 있다.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침략국이던 서독과의 공동 핵무장(서독이 프랑스에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을 제공하고 완성된 핵무기에 대한 지분을 보장받는 방식)을 기획해 미국을 압박했다. 프랑스가 독일을 엮어 핵무장에 성공했듯 우리는 일본을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⑤핵 공유(nuclear sharing)다. ‘핵 없는 핵무장’을 말한다. 독일(서독) 사례가 있다. 프랑스와 협력해 핵무장하겠다는 희대의 구상으로 미국을 압박한 후 프랑스가 핵무장에 성공하자 서독은 미국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맹국에 제공된 핵우산 사용에 대한 접근권 및 결정권을 요구했다. 서독은 1969년 전술 핵 사용을 위한 잠정지침과 1986년 완성된 모든 핵 사용을 포괄하는 일반정치지침을 미국으로부터 얻어냈다. 핵우산에 영향력을 행사할 권한을 얻은 것이다(174쪽 기사 참조).
정부는 현재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생산·반입하는 행위 등에 반대한다’는 일관된 원칙을 고수한다. 여권은 핵 능력 확보 쪽이 아니라 장거리 미사일 능력 확보 쪽으로 논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장거리 로켓 개발 또한 한미 미사일협정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는 “스스로를 지키려 하지 않는 자, 그 누가 도우려 하겠는가”라고 했다. 106년 전 나라 잃은 경험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안보와 관련해선 가능한 모든 옵션을 검토해보는 게 옳은 일 아닐까. 


신동아 2016년 3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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