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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도움받았다는 확인서만 써줬어도…”

마약사건 제보했다 구속된 마약전과자의 항변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국정원이 도움받았다는 확인서만 써줬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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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나는 검찰이 요구하는 대로 다 해줬다. 작업도 해줬고 그 과정에서 돈도 많이 썼다. 검찰은 처음에는 3건 정도 작업하면 풀어준다고 하다가, 비교적 사건이 큰 외화밀반입건을 제안하자 성공하면 바로 풀어준다고 했다. 그런데 작업이 성공하고 나니 검찰이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정씨는 최근 가족들에게 “기소된 이후인 10월13일 검사가 나를 부르더니 ‘미안하다’고 했다. 재판이 시작되면 보석신청을 하라고 했다. 법원에 잘 얘기해서 도와주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동아’는 정씨와 정씨 주변 인물들의 주장, 특히 작업이 성공할 경우 정씨를 풀어주기로 검찰이 약속을 했었는지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청주지검 담당 검사실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검사실에서는 “수사 내용을 언론에 얘기할 수 없다는 게 검사님의 생각이다”라고만 답했다.

경찰이 진술 조작?

“국정원이 도움받았다는 확인서만 써줬어도…”

경찰에 검거된 마약사범들

두 번째 소개할 사건은 2007년 5월 서울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마약 전과자인 박OO(46)씨가 50g짜리 필로폰을 차OO씨에게 교부하고 7차례 투약한 혐의로 구속됐던 사건인데, 이 사건에는 국정원, 경찰 등이 관련돼 있다. 박씨는 이 사건으로 2009년 5월 대법원에서 2년형을 최종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이미 법원의 판단이 끝난 사건임에도 ‘신동아’가 이 사건에 주목하는 것은 사건의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건이 벌어진 2007년으로 돌아가보자.

2007년 5월21일, 박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국정원의 마약담당 수사관 A씨에게 마약사건을 제보했다. “50g짜리 필로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검거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박씨 자신이 직접 거래를 하는 식으로 상황을 연출해 마약거래 현장을 확인하고 마약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박씨는 이 사건을 수사할 곳으로 경기도의 한 경찰서를 지목했다. 수사관 A씨는 박씨의 말대로 움직였고, 경찰 수사관들을 동원해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택가에서 필로폰 50g(시가 약 2억원)을 소지하고 있던 차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박씨는 처음 수사관 A씨에게 사건을 제보할 당시 “차씨가 가지고 있는 마약은 마약 전과가 있는 최OO씨가 차씨에게 맡겨놓은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은 수사과정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피의자였던 차씨가 필로폰 50g의 주인이 제보자인 박씨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차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제보자인 박씨는 자신이 교부한 마약에 대해 자신이 직접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셈이 된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사건은 차씨의 진술대로 흘러갔고 결국 박씨는 투약혐의까지 포함되면서 실형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이 사건과 관련된 기록들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기자는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는 1,2심 재판에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던 증거들도 일부 있었다.

차씨는 검거 초기 경찰조사에서 마약의 주인에 대한 진술을 한 차례 번복한 사실이 있었다. 처음에는 마약의 주인이 제보자인 박씨가 아니라 (박씨가 국정원에 밝혔던 것처럼) 최씨라고 진술했던 것이다. 2007년 5월22일 작성된 첫 수사보고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2007년 5월21일 21시44분경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OOO-OO 201호에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위반(향정)으로 긴급체포된 차OO에게 검거 당시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 50g의 출처에 대하여 추궁하자 최OO이라는 사람에게 필로폰을 구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던 중,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사실대로 말을 하겠다고 하며 같은 달 22일 17시경 ‘사실은 박OO에게 받은 것이다’라는 진술에 따라 긴급으로….”

그러나 경찰-검찰 수사과정에서 차씨가 처음에는 박씨가 아닌 최씨를 마약의 주인으로 진술했었다는 점은 거의 부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은 2007년 6월23일 작성된 수사보고서에서 차씨의 최초 진술을 일부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씨가 첫 수사에서 상선(마약의 주인)으로 진술했던 최씨의 이름이 느닷없이 ‘허무인(김수로)’으로 둔갑해 있었던 것이다.

“경찰서에서 차○○가 허무인(김수로)을 상선으로 지목하며 매우 고민하다가 결심한 듯 박○○와 관련된 사실을 자백할 당시 차○○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적이었으며….”(2007년 6월23일 경찰 수사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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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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