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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도 스펙 ‘앞트임’은 기본”

강남은 지금 ‘남자 성형’ 붐

  • 나태용, 박선현, 송유진, 임방정

“외모도 스펙 ‘앞트임’은 기본”

  • ● “코와 안면윤곽은 선택”
  • ● “남자 손님 더 많은 날도”
  • ● 인상 좋아야 채용 잘된다?
“외모도 스펙 ‘앞트임’은 기본”


“영업 직무에 지원하셨네요. 저는 사람을 설득하려면 눈빛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원자께선 눈빛이 좀 흐릿한 것 같네요.”
얼마 전 S사 채용면접에서 이모(25) 씨가 면접관으로부터 실제로 들은 말이다. 이씨는 면접관이 이처럼 대놓고 외모를 지적하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면접에서 낙방한 후 ‘또렷한 눈빛’을 가질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난생처음 성형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그에게 ‘남자 앞트임’ 수술을 권했고 그는 수술대에 누웠다.



“에지 있는 코 덕분에…”

‘앞트임’은 처진 눈꺼풀을 올리거나 눈의 크기를 키워 연예인처럼 ‘서글서글한 눈’으로 만들어주는 수술이다. 최근엔 앞트임 수술을 받는 남성이 많은 데다 남녀에 따라 수술 접근법이 다소 달라 서울 강남의 여러 성형외과가 ‘남자 앞트임’을 독립된 수술 항목으로 내걸고 있다.
성형수술은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은 알았어도 ‘얼굴 고치는 남자’가 이 정도로 늘고 있는지는 몰랐다. 주로 취업을 준비하는 20~30대 남성이 병원을 찾는다. 이들은 “외모도 스펙이고, 실제로 채용 과정에서 ‘좋은 인상’인지 여부가 당락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우리 취재팀은 최근 서울 압구정역~강남역 부근 성형외과 10곳을 방문해 남자 성형 실태를 취재했다. 이 가운데 인터넷 댓글이 많이 달리는 서초동 A 성형외과 관계자는 “남성 고객이 많이 찾고 있어 홈페이지에도 남자 성형 안내 코너를 별도로 마련했다”며 “20~30대가 주를 이루고 40~50대도 찾는다”고 전했다.  
수술 상담을 받으려는 고객으로 가장해 서초동 B 성형외과를 취재했다. 상담을 받기까지 2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대기실엔 10명의 고객이 있었는데 그중 5명이 젊은 남자였다. 이들은 아주 잘생긴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디 한 군데가 특별히 빠지는 것도 아닌 평범한 인상을 갖고 있었다.
친구 사이라는 두 사람은 함께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듯했다. 다른 한 명은 어머니와 함께 와서 수술 견적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또 다른 한 명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묵묵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말을 걸자 그는 자신을 취업준비생이라고 소개하면서 “자신감을 갖기 위해 코 성형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남자 취재진이 호명됐다. 상담은 약 40분에 걸쳐 상담실장-의사-상담실장 순으로 진행됐다. 환한 인상의 여성 상담실장은 “어떤 부분이 고민이냐”고 물었다. 남자 취재진이 “평소 ‘피곤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상담실장은 매뉴얼을 외듯 눈매 교정(앞트임) 수술과 눈 밑 지방 재배치 수술을 권했다. 같은 수술을 받은 남자들의 성형 전후 사진을 보여주며 설득을 이어갔다.
20여 분이 걸린 상담실장 상담이 끝난 뒤 의사와의 상담이 시작됐다. 의사는 수술 방법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그는 “30분밖에 안 걸리는 간단한 수술이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안심시켰다.



“애쓰는 모습” “이해 불가”

다시 상담실장과의 상담이 이어졌다. 상담실장은 “원장님께 궁금한 건 다 물어보셨어요?”라면서 수술비용에 관해 설명했다.
“눈매 교정은 157만 원, 눈 밑 지방 재배치는 130만 원이에요. 그런데 지금 예약금 10만 원을 이체하시면 40만 원을 할인해드려요.”
상담실장은 지금 수술을 결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몰아붙였다. 요즘은 남자들도 성형하러 많이 오냐고 묻자 “어휴, 말도 마세요. 전보다 훨씬 늘었죠. 제가 하루에 받는 손님 중에 남자가 더 많을 때도 있어요”라고 답했다.
서초동 C 병원에서 만난 남모(26) 씨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코 수술을 받은 지인의 외모가 달라진 것을 본 뒤 따라 하게 됐다”면서 “수술 후 ‘펑퍼짐한 코’가 ‘에지 있는 코’로 바뀐 덕분에 인상도 좋아졌고 성격도 활달해졌다”고 말했다. 서초동 D 성형외과에서 본 대학생 안모(22) 씨도 “TV에 나오는 남자 아이돌의 코를 갖고 싶다”고 했다.
강남 성형외과를 찾는 남자들은 “한국 여성이 성형수술을 많이 받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젠 남성도 성형수술에 대해 그다지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조사에서는 남자 대학생의 24%가 “성형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대전의 어린이 스포츠 교실 강사로 일하는 김모(32) 씨는 얼마 전 압구정역 인근 E 성형외과를 찾았다. 부정교합으로 인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싶어서였다.
“부정교합 때문에 얼굴의 좌우 균형이 안 맞아요. 거울 속 내 모습이 보기 싫었어요. 성형수술로 나아진 얼굴을 갖게 돼 만족해요.”
같은 병원에서 중견기업 영업직 직원 최모(35) 씨는 “날카로운 외모 때문에 실적이 오르지 않는 것 같았다. 회사에 휴가를 길게 내고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SNS에서도 남자 성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온라인 카페, 성형외과 사이트를 중심으로 댓글 달기, 문자 상담, 정보 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2만5000여 회원의 ‘맨픽’과 1만6000여 회원의 ‘차칸남자’가 대표적이다. 강남 성형외과 의사들과 고객들의 말을 종합하면, 요즘 남자들이 성형을 받으려는 주요 항목은 눈, 코, 안면윤곽, 주름이다.
20~30대는 자신이 성형수술을 받지 않았어도 남자 성형에 대해 대개 “성형 수술한 티만 안 나면 호감이 간다”는 반응을 보인다. 서울 종로의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김하윤(32·여) 씨는 “요즘 젊은층이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못한다는 ‘3포 세대’로 불리는 만큼 남자 성형은 바꿀 수 있는 건 바꿔보면서 애쓰는 모습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반면 상당수 장년층은 “남자가 무슨 성형이냐”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주부 홍진의(54·여) 씨는 “내 정서로는, 남자가 미용 차원에서 얼굴까지 고치는 건 도저히 이해 불가”라고 했다.



“TV에서 ‘꽃미남’ 띄우니…”

남영이 자기다운 심리상담센터 소장은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남성의 욕구가 이제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TV에서 아이돌, 꽃미남, 조각남을 경쟁적으로 띄운다. 이로 인해 많은 젊은 남성이 ‘외모가 저 정도는 돼야 하는구나’ 싶어 높은 기준을 세운다. 미디어가 남자 성형을 부추긴다”고 덧붙였다.
황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남자가 성형수술을 받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구직자가 업무와 별 관련이 없는 ‘외모 스펙’까지 갖추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남자 성형은 취업준비생과 기업 간 불균형적 권력관계가 낳은 또 다른 피해 사례”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미디어 글쓰기’ 수업 수강생들이 작성했습니다.

나태용 | 고려대 정보통계학과 4학년 ko004204@naver.com
박선현 |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sunhyun1007@hanmail.net
송유진 | 고려대 경영학부 4학년 beautys2syj@naver.com
임방정 | 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1632840032@qq.com


신동아 2016년 3월 호

나태용, 박선현, 송유진, 임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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