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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 세계4대 마약지대 韓·中·日 화이트 트라이앵글

  • 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yz@donga.com

추적 ! 세계4대 마약지대 韓·中·日 화이트 트라이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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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들어 중국에서 생산된 히로뽕이 한국, 일본으로 수출되어 소비되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화이트 트라이 앵글’이라 불리는 한·중·일 삼국간의 히로뽕 생산·수출·소비 행태를 추적했다.
지난 6월7일 베이징세관은 두 외국인 남성의 몸에서 1858.9g의 히로뽕을 발견하고 현장에서 압수했다. 이는 올해 들어 베이징에서 적발된 가장 큰 마약밀수 사건이었다. 베이징세관 밀수범죄 정찰분국 경찰들은 베이징공항에서 출입국 검사를 하면서 감시통제 계통을 통해 나이가 많은 두 사람의 행동이 수상한 것을 발견하고, 그들을 검사실로 연행해 수사했다.

그들의 허리춤에서는 무색과립상결정체(無色顆粒狀結晶體)가 담긴 투명한 주머니가 발견됐다. 무색과립상결정체에서는 마약반응이 나왔다. 베이징세관은 두 사람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날 오후 베이징 공안국 ‘마약검험감정센터’는 압수한 무색과립상결정체 1858.9g이 모두 히로뽕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이 두 범죄혐의자는 일본인 다케무라 고시로(竹村幸四郞·72)와 한국인 이성근(李成根)이었다. 이들은 베이징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에 오르려다 발각됐다.

한국 검찰이 2000년 한 해 동안 적발한 주요 외국산 히로뽕 밀수입 사건 내용을 보자.

▲ 최정○ 사건 : 2000년 1월23일 중국에서 조선족으로부터 히로뽕 1950g을 받아 선박편으로 부산항에 밀반입.

▲ 진성○ 사건 : 2000년 3월23일 중국 톈진에서 조선족으로부터 히로뽕 1442g을 받아 이를 포항 항만으로 밀반입.

▲ 유현○ 등 사건 : 2000년 4월7일 경부터 10일 사이에 중국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밀수책들과 공모, 항공화물 택배편을 이용해 두 번에 걸쳐 히로뽕 2kg을 밀반입.

▲ 이선○ 등 사건 : 2000년 2월28일 중국 선양시에서 조선족으로부터 액체 상태의 히로뽕 반제품 10kg을 한화 620만원에 사들여 인천항으로 밀반입.

▲ 노승○ 사건 : 2000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조선족으로부터 히로뽕 3kg을 750만엔에 사들여, 이를 원통 속에 숨긴 채 두 번에 걸쳐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에 밀수출.

▲ 장성○ 사건 : 2000년 7월27일 중국 칭다오항에서 이용○로부터 히로뽕 2.8kg을 받은 뒤, 이를 선박편으로 인천항만을 통해 밀반입.

▲ 최종○ 사건 : 2000년 8월23일 중국 다롄시에서 조선족으로부터 히로뽕 1015g과 생아편 124g을 받아 신발 밑창 속에 숨긴 뒤, 김포공항으로 밀반입.

▲ 김화○ 등 사건 : 2000년 10월14일 중국에서 조선족으로부터 히로뽕 5.2kg을 받아 배편으로 광양항만을 통해 밀반입.

▲ 서병○ 등 사건 : 2000년 10월부터 11월 사이 중국에서 한국인 밀수책 김동○로부터 히로뽕 5kg을 사들여 신발 속에 숨기고 세 차례에 걸쳐 항공화물편으로 밀반입.

▲ 차상○ 사건 : 2000년 11월27일 중국 선양에서 조선족 밀수조직으로부터 히로뽕 1.1kg과 생아편 500g을 받아 허리춤에 차고 김포공항을 통해 밀반입.

한국에서 중국으로 옮긴 제조기지

중국 공안과 한국 검찰의 수사기록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히로뽕이 밀수출된다는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소비되는 히로뽕은 모두 중국에서 생산되어 일본으로 수출된 것이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중국산 히로뽕 소비 지역으로 엮은 것이다.

세계의 주요 마약지역은 미얀마·라오스·태국을 중심으로 한 ‘황금의 삼각지대(Golden Triangle)’와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이란 지역의 ‘황금의 초생달 지역(Golden Crescent),’ 중남미의 콜롬비아·멕시코 지역으로 분류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이라는 제조기지에서 생산된 히로뽕이 한국, 일본으로 수출되어 소비되는 새로운 생산·소비형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약 전문가들은 한·중·일 삼국간의 히로뽕 생산·수출 ·소비 행태를 ‘화이트 트라이앵글’이라 부른다.

화이트 트라이앵글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95년 서울지검 강력부가 관세청의 협조를 받아 한·중·일 세 나라를 연계하는 중국 거점 히로뽕 밀조·밀수 조직 선양(瀋陽)파, 창춘(長春)파, 웨이하이(威海)파 등 3개파 35명을 검거, 구속하면서부터다.

이 사건은 한국인들이 중국의 선양, 창춘 등지에 3개파의 히로뽕 제조공장을 차려 놓고 이곳에서 만든 다량의 히로뽕을 한국, 일본 등지로 밀수출한 사건으로 밀조·밀수·밀매의 총조직원수가 77명에 이르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통해 일본 최대의 야쿠자 조직까지 마약 밀매에 깊이 개입되어 있고 이들이 국내 마약조직과 끈질기게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무엇보다 국내의 히로뽕 기술자들이 중국으로 넘어가 히로뽕을 제조한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트라이앵글’이란 이름 앞에 ‘화이트’를 붙인 것은 이 지역에서 소비되는 마약의 대부분이 ‘백색가루’로 불리는 히로뽕이기 때문이다. 히로뽕의 학명은 메스암페타민((Methamphetamine)이다.

히로뽕을 최초로 발견한 나라는 일본이다. 1888년 일본 도쿄대 의학부 나가이 나가요시(長井長義) 교수가 한방에서 천식약으로 사용되던 마황(麻黃)으로부터 에페드린을 추출하는 연구과정에서 처음으로 발견했다. 1893년 나가이 교수는 처음으로 이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메스암페타민은 미국에서는 ‘아이스(Ice)’, 일본에서는 ‘각성제’라고 불리고, 필리핀에서는 ‘샤부(Shabu)’, 대만에서는 ‘아미타민’이라고 불린다. ‘히로뽕’이라는 말은 ‘Philopon’의 일본식 발음인데, 이는 일본의 대일본제약주식회사가 만든 각성제의 상품명이다. 이 상품명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반명사처럼 변한 것이다.

2차대전중 중독자 양산

지금은 중국에서 만들지만 1970∼1980년대에는 한국에서 히로뽕을 만들어 일본으로 수출했다. 1980년대 초에 부산에서 터진 ‘이황순 사건’이 이런 유형의 대표적인 사건이다. 그 당시 국내에는 히로뽕 제조기술자가 많았다. 이들은 기술자들을 기술 수준에 따라 총장급, 학장급, 교수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기술자들의 원조급은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은 필리핀과 동남아에서 전쟁을 하면서 히로뽕을 대량 생산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과 일본 양쪽 진영에서는 막대한 양의 암페타민 또는 메스암페타민을 사용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작업능률을 올릴 목적으로 이를 대량으로 제조해 군대나 공장에서 반강제적으로 사용했다. 일본에서 메스암페타민이 일반에게 알려진 것은 1941∼1942년경으로 당시는 일부 정신과의사 및 학생들이 사용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전쟁중에 특공대, 통신사 또는 군수공장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사용하면서 종전 후 중독자가 수십만에 이르는 등 남용자와 정신병자가 넘쳐나게 되었다.

1950년대 중반 일본 경제가 활기를 띠자 상당수 일본인 사용자들이 값비싼 헤로인을 선호했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차츰 히로뽕에 대한 향수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처음에는 전쟁 당시 군수공장에서 일하던 일본인 제조기술자들이 히로뽕을 만들어 일본인들에게 공급했다.

이렇게 히로뽕 소비가 본격화한 후 일본의 히로뽕 사범이 1981년에 2만명을 돌파한 이래 10년 가까이 2만명 선을 유지하다가 1989년부터는 1만5000명 전후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1995년부터는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서 1997년에는 1만9722명이 검거되는 등 히로뽕 사범이 크게 늘자 일본 경찰청은 ‘제3차 각성제 남용기’에 돌입했다고 공식선언했다.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히로뽕 중독자가 거의 없었다. 다만 제조자들이 자신이 만든 제품의 순도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다가 횟수가 반복되면서 중독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이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히로뽕을 권유하면서 점차 유흥업소 종사자를 중심으로 사용자가 늘어났다.

1980년대 들어 한국에서 제조해 일본으로 수출하는 히로뽕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고, 일본으로 밀수출해 얻는 이득도 줄어들었다. 제조기술도 개선되었기 때문에 국내 재고량이 늘어났다. 그러자 공급조직들이 ‘술 깨는 약’, ‘성적 쾌락을 더해주는 약’이라는 식으로 판매를 촉진하면서 1980년대 후반부터는 히로뽕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히로뽕은 미국에서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1980년대 들어 하와이에서 결정체 메스암페타민이 가장 많이 남용되는 마약으로 떠올랐다. 미국 서부연안지역에서도 급속히 퍼지고 있는데, 이 곳 시장은 주로 멕시코계 조직이 원료물질을 수입, 제조하여 공급하며 하와이 시장에는 대만, 중국 등 아시아산이 공급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제조된 히로뽕은, 미주지역에서는 유리관 빨대를 이용하는 흡연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유리관 구멍으로 히로뽕 결정체를 넣고, 연기로 변할 때까지 가열한 뒤 입에 대고 연기를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앞으로 히로뽕은 미국에서 코카인을 대신하는 마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메스암페타민, 암페타민 등 암페타민류 마약은 지난 20년간 코카인이나 헤로인을 능가하는 속도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유럽과 호주지역으로까지 번졌다. 유엔이 주관하는 국제회의에서도 히로뽕 불법 거래 문제가 독립된 의제로 채택되는 등 국제적 관심사가 되었다.

히로뽕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1960년대 후반부터 히로뽕이 기승을 부리자 정부가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강력하게 단속하는 법률(각성제 취체법)을 제정해 제조자를 중죄로 다스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본 폭력단원이 당시만 해도 히로뽕을 단속하는 법률이 없던 한국에 건너와, 생업에 종사하고 있던 한국의 제조기술자(전쟁 당시 일본의 히로뽕 제조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이때 발탁된 이가 부산에서 살던 정강봉(사망)과 제주도에 거주하던 김화순(사망)이다. 한국의 히로뽕 제조 역사는 이들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일본 폭력단원으로부터 제조원료와 자금을 공급받아 완제품을 만든 후 제조한 히로뽕 전량을 일본으로 밀수출했다.

결정체 메스암페타민은 혼자는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하수인을 고용하는데, 이 하수인들이 제조공정을 많이 보면서 자연스럽게 제조기술을 익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따로 떨어져 나가 독자적으로 공장을 차려 히로뽕을 제조했고,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제조기술자가 점점 늘어났다. 따라서 생산량도 늘기 시작했다. 1970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대만은 히로뽕의 원료물질인 염산에페드린을 한국 등지로 수출하는 원료공급지 역할을 담당했다.

그렇게 번성했던 국내 히로뽕 제조기지 들이 중국으로 넘어간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이들이 만주로 건너간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중국에서는 히로뽕의 야생원료가 풍부하다. 중국에는 히로뽕의 원료가 되는 ‘에페드리나’라는 나무가 흔하다는 것이다. 둘째, 조선족을 고용하면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셋째, 지금은 사정이 조금 달라졌지만, 얼마 전만 해도 중국은 국토가 워낙 넓어 숨을 곳이 많았고, 사정 당국도 요즘보다는 느슨했다. 중국에서 히로뽕을 만드는 비용은 한국의 5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의 기술자들이 대거 중국으로 건너가 언어가 통하고 인건비가 싼 동북 3성 조선족 마을 인근에 마약 공장을 차렸다. 동북 3성은 히로뽕의 원료인 염산에페드린을 추출할 수 있는 황마가 대량으로 자생하는 지역이다. 현재 중국의 창춘, 다롄, 선양 등을 중심으로 중국 내 히로뽕 제조공장이 30군데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경공업 분야가 상대적으로 값싼 인건비와 원자재를 구할 수 있는 중국으로 진출하는 추세와 마찬가지로 국내의 히로뽕 제조기술자들도 값싼 원료가 많고 단속이 허술하며 조선족들과 결탁해 밀조·밀수를 하기 쉬운 중국으로 넘어간 것이다.

조영제 대검마약부장은 “국내에는 히로뽕 제조공장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히로뽕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만든 히로뽕이 어떻게 국내로 들어올까?

중국에서 생산된 히로뽕은 주로 항공기와 선박을 통해 밀수출된다. 대규모 밀수품은 주로 컨테이너에 싣는다. 중국 동부 항구인 단둥·다롄·홍콩·상하이 등을 오가는 화물선이 주요 운반선이다. 밀매조직은 선원을 매수하거나 히로뽕을 기계부품으로 위장해 수출하는 방법도 쓴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노동자에게 “한국으로 보내주겠다”고 접근해 이들을 운반책으로 쓰는 수법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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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y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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