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120m 옆에 곤돌라?…법원이 제동
환경단체 “하나의 산에 두 개 삭도 필요한가”
법정 공방 속 ‘남산 케이블카 진실 공방’ 확산
①군사정부 특혜 vs 장면 정부 허가
②안정적 고수익 사업 vs 장기간 저수익 구조
③단일 사업자 운영 문제 vs 글로벌 스탠더드
관광객, 교통약자, 환경훼손 감안한 해법 찾아야

2025년 12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시가 곤돌라 설치를 위해 사업 부지의 용도구역을 변경한 조치가 공원녹지법 시행령을 위반했다며 한국삭도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산 케이블카가 운행되는 모습. 뉴스1
서울행정법원은 1월 16일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과 인근 주민·학생들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앞서 법원은 곤돌라 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시가 단행한 용도구역 변경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생경한 단어인 삭도(索道)란 공중에 설치한 강철선에 운반차를 매달아 사람이나 화물을 나르는 장치를 일컫는데, 케이블카나 곤돌라, 리프트가 대표적인 삭도 시설이다.
남산 곤돌라 사업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서울시는 2023년 6월 명동역 인근 예장공원에서 남산 정상까지 약 5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곤돌라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10인승 캐빈 25대를 운행해 시간당 1600여 명을 수송할 수 있도록 하고,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객도 편리하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애초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 1기인 2008년에 관련 사업을 처음 추진했으나 시의회 반대와 한양도성 유네스코 등재 관련 이슈로 여러 차례 보류된 바 있다.
군사정부 특혜 vs 장면 정부 허가
논란의 핵심은 곤돌라의 설치 장소가 남산이라는 점이다. 남산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비교적 온전한 자연환경을 유지해 온 공간이다. 해발 270m의 낮은 산이지만,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게다가 남산에는 이미 한국삭도공업㈜이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다. 이 케이블카와 약 120m 떨어진 지점에 또 다른 곤돌라를 병렬로 설치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환경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서울환경연합은 “하나의 산에 두 개의 삭도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곤돌라 사업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해당 단체는 곤돌라 사업으로 인해 남산의 생태·경관 훼손 가능성이 우려되며, 교통약자 접근성 역시 기존 시설의 현대화와 운영 개선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곤돌라 설치 과정에서 수목 벌채와 서식지 단절, 경관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환경 훼손 우려가 적지 않다. 자연보전지역 내에 삭도 시설을 병렬로 설치한 사례는 국내에 없다. 게다가 환경부의 ‘자연공원 삭도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은 법정 보호종의 주요 서식지 및 분포지, 주요 경관자원의 상당한 훼손이나 차폐가 우려되는 지역의 경우 지주 및 정류장 설치를 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남산이 샛길 발생과 쓰레기 유입, 고양이 개체 수 증가 등 인위적 교란으로 식생 및 생물다양성이 훼손되고 있어 대규모 관광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으로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서울시가 곤돌라 설치를 위해 해당 구역 일부를 근린공원으로 변경했지만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는 항소심 대응과 함께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남산 곤돌라는 이동약자·노약자 등 그동안 남산 접근이 쉽지 않았던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보장하고, 특정 민간 중심으로 운영돼 온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서울시의 핵심 정책”이라고 밝혔다.
법정 공방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남산 케이블카의 공공성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서울시는 민간업체인 한국삭도공업㈜이 남산의 조망권을 수십 년간 독점하며 공공성을 저해해 왔다는 점을 곤돌라 도입의 주요 명분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 같은 ‘장기 독점 프레임’ 이면에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과 경영상의 부침이 존재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산 케이블카의 시작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부 언론에서 “남산 케이블카는 1961년 5·16 군사정변 직후 사업 허가를 받고, 이듬해 운영을 시작했다”며 군사정부 특혜 의혹을 제기했으나,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과거 보도자료를 확인한 결과, 사업의 허가 시점은 그보다 앞선 1960년 11월이었다. 민주 정부였던 장면 정부 시절에 이미 건설 허가가 난 것이다. 다만 준공 시점은 1962년 5월로, 기술적 한계 등으로 공사 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1960년대 초반은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던 시기였다. 국민의 생계가 국가 과제였고, 관광산업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삭도 사업은 ‘언감생심’이었다. 정부 처지에서는 관광 기반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민간 자본의 참여가 절실했다. 이에 남산 케이블카 사업은 전액 한국삭도공업㈜의 자기자본으로 시작됐는데, 이는 특혜라기보다 산업화 초기 국가에서 흔히 나타나는 정책적 선택에 가까웠다.
경영 실적을 봐도 남산 케이블카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낸 사업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삭도공업㈜에 따르면, 운영 초기부터 2000년까지 약 40년간 남산 케이블카 사업의 연 매출은 10억 원 안팎으로, 연간 순이익은 1억 원을 밑도는 수준에 머물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10년 중 4년은 적자를 봤으며, 급기야 1997년경 창업자 일가가 보유 지분의 절반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일도 있었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고려하면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았던 셈이다.
이후 한류 열풍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3년까지 연 매출은 70억 원을, 당기순이익은 10억 원을 넘지 못했다. 이후에도 실적은 경기와 관광 수요에 따라 등락을 반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한 2020~2021년에는 영업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이 기간에도 전문 기술 인력과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K-컬처 확산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매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곧바로 “수십 년간 안정적 고수익을 올렸다”고 연결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안정적 고수익 사업 vs 장기 저수익 구조
일각에서는 남산 케이블카 사업을 두고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는 표현까지 쓴다. 케이블카 인프라를 한번 설치하기만 하면 별다른 추가 노력 없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 남산 케이블카와 같은 궤도 시설 운영자는 궤도운송법에 따라 매일 일상점검과 정기 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행정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이외에도 한국교통안전공단 정기 검사와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의 수시 점검, 지역자치단체의 시설 안전 점검도 병행된다. 이때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사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실제로 안전을 위한 투자도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신동아’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삭도공업㈜은 최근 10년간 남산 케이블카 설비 교체와 유지·보수에 약 79억 원을 투입했다. 서울시는 “남산 곤돌라를 통해 이동약자·노약자 등 그동안 남산 접근이 쉽지 않았던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한국삭도공업㈜은 2014년 약 45억 원을 들여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해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는 물론 장애인 화장실 등의 시설도 확충했다.
물론 시설 개선이 항상 사업자의 의지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삭도공업㈜은 과거 관광객 편의 향상을 위해 시설 보완을 추진했지만, 시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2018년 이용객 증가와 성수기 대기 시간 완화를 이유로 캐빈 용량 증대를 신청했으나, 서울시가 이듬해 “지주 교체와 구조물 신설이 남산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불허한 것이다. 환경보호를 위해 일정 수준의 불편은 감수하겠다는 정책적 판단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쳐 관광객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관광 수요가 증가하자 서울시는 교통약자의 접근성 개선과 수요 대응을 근거로 곤돌라 사업을 재추진했다. 이에 기존 케이블카 증설은 경관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신규 곤돌라 설치는 추진한 점을 두고 정책 기준의 일관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남산 정상부가 물리적으로 협소한 탓에 수송 능력 확대가 이용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남산 곤돌라 조감도. 서울시
단일 사업자 운영 문제 vs 글로벌 스탠더드
서울시가 곤돌라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남산 케이블카의 운영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현행법에는 궤도운송사업에 대한 별도의 유효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아 사실상 기간 제한 없이 사업장 운영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이러한 구조가 공공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역시 2025년 12월 17일 전체 회의를 열어 궤도운송사업 허가 유효기간을 20년으로 제한하고, 만료 시 2년 안에 재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궤도운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허가 기간이 법률로 제한되고 재허가 절차가 의무화됨에 따라 “서울시가 제기해 온 기간 제한 없는 운영에 따른 독점 등 폐해 논란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다만 궤도운송사업 허가에 별도의 기간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과 프랑스 역시 민간의 대규모 초기 투자 및 장기 회수 구조를 고려해 허가에 별도 유효기간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등은 허가 기간을 명시하고 있으나 통상 40~50년 수준이다.
궤도 사업과 유사한 철도·항공·해운 분야 역시 사업 허가에 명시적 기간 제한을 두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투자 회수 기간이 긴 산업 특성상 20년의 사업 기간을 설정할 경우 신규 사업자에게는 부담이 클 수 있고, 기존 사업자의 안전 투자와 설비 개선을 위축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재허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 갈등 등 사회적 비용 문제도 함께 거론된다.
실제로 삭도 산업은 구조적으로 사업자 간 경쟁이 드문 분야다. 노선은 한번 설치하면 사실상 변경이 불가능하고, 지주와 상·하부 정류장 등 설비 구축에 막대한 초기 자본이 투입된다. 이후에도 안전 점검과 설비 교체, 인력 운영 등 고정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런 비용 구조로 인해 동일 구간에 복수 사업자가 진입할 경우, 수요가 분산되면서 한쪽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면 유지, 보수 인력에 대한 투자 여력이 줄어 안전 확보에까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도 삭도 사업은 경쟁보다 단일 운영 체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현정환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삭도 산업의 경우 두 개의 운영자가 경쟁하는 것보다 하나의 운영자가 전적으로 공급을 책임지는 편이 훨씬 효율적인 시장”이라며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하나의 기업이 전담하는 경우가 많고, 두 기업이 운영하더라도 노선이 겹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남산 케이블카와 곤돌라는 사실상 동일 구간에서 직접 경쟁하는 구조”라며 “이 경우 특정 사업이 완전히 도태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큰데, 굳이 그런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는지는 따져볼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존 케이블카 옆에 환경과 경관을 훼손하면서 새로운 곤돌라를 설치하는 방법 외에, 기존 케이블카의 시설을 확충하거나 셔틀버스의 노선을 확대하는 방안, 케이블카 설치 위치에 오히려 곤돌라를 도입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 증가하는 관광객 편의를 높이고, 교통약자 이동권을 충족하면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정책 수단을 충분히 검토해 최소 비용으로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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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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